중·고등 입시

"백신 기부 캠페인 펼칠수록 꿈도 명확해졌죠"

최성욱 조선에듀 기자

2017.11.06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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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현장ㅣ 경기여고 자율동아리 '원포쓰리'

"백신 접종 기부는 의사 선생님들만 할 수 있는 매우 특별한 일입니다."(오세인)

경기여자고등학교 자율동아리 '원포쓰리(One for Three)'는 국내 개원의사를 대상으로, 개발도상국(개도국) 아이들에게 콜레라와 같은 백신(vaccine)을 무료 기부토록 독려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국내 병원에서 3명이 예방접종을 하면 국제백신연구소(IVI, 백신을 연구·보급하는 국제기구)를 통해 아프리카 어린이 1명에게 무료로 백신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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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원포쓰리 회원들이 경기여고 운동장에서 자체 제작한 기부나무 포스터를 들고 자세를 취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민영·오세인·최민경·이채원양./ 임영근 기자
원포쓰리 부장을 맡은 오세인(2학년)양은 중학교 1학년이던 2013년, 기술·가정 과목에서 '공정무역'을 공부하다 탐스(TOMS)라는 신발업체의 기부 판매 방식인 '원포원(One for One)' 캠페인을 알게 됐다. 오양은 이비인후과 의사인 아버지에게 백신을 기부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처음엔 탐스처럼 1대1 기부를 제안했는데, 아버지께선 전국의 많은 병원으로 확산하려면 3대1 정도가 적정할 것 같다고 하셨어요." 예방접종 한 건당 500원을 적립해 아프리카, 네팔 등 개도국 아이들에게 콜레라와 같은 백신 1건(약 1500원)을 제공하는 원포쓰리 캠페인은 이렇게 시작됐다.

오양 아버지의 개인병원에서만 진행되던 작은 캠페인은 입소문을 타고 퍼져, 전국 2500여 명의 개원의가 회원으로 있는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이하 의사회)의 동참까지 이끌어냈다. 의사회에 따르면, 9월 29일 현재 전국 이비인후과 의사 151명이 원포쓰리에 참여해 4만여 명(누적인원)의 개도국 아이들이 수혜를 받을 만큼 이 캠페인은 성공 궤도에 올랐다. 지난해 5월 의사회가 IVI와 백신 보급·연구개발·학술교류 등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빠르게 속도를 내는 사이, 고교에 진학한 오양은 '어른들의 세상' 바깥에서 작지만 더 큰 일을 모색했다. 학생 눈높이에서 캠페인을 더 확산시키는 것. 홍보를 위해 포스터와 홍보 영상을 제작하는 일 외에도 꾸준히 캠페인을 이어가려면 또 다른 동력이 필요했다. 다름 아닌, 원포쓰리처럼 뜻을 함께할 친구였다.

같은 학교 친구 최민경·이민영·이채원(이상 2학년)양이 기꺼이 손을 맞잡았다. 동아리 회원들의 의지는 오양 못지않았다. 의대를 목표로 공부하는 최양은 중학교 봉사동아리에서 혹독한 경험을 했다. 봉사활동이 너무 힘들어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 원포쓰리 덕분에 봉사의 의미를 되새겼다. 최양은 "스스로 봉사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원포쓰리로 (봉사활동에 대해) 한층 더 성숙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자평했다.

간호대 진학을 준비하는 이채원양 역시 '이론보다 실천을 먼저 한다'는 점에서 최양과 뜻을 같이했다. 채원양은 "현직 의사들에게 포스터를 배부할 때 백신 기부에 관해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서 동아리 활동의 의미가 점점 확고해지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민영양도 "개도국엔 백신을 맞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정도의 얕은 지식만 있었는데, 활동을 하면서 그들을 돕고 싶다는 절실한 마음이 생겼다"며 의지를 내보였다. 누군가에겐 으레 하는 자율동아리 활동일지도 모르지만, 이들에겐 활동이 곧 꿈과 맞닿아 있었고 학교 울타리 밖의 세상을 주시하는 망원경이 된 셈이다.

고교생 네 명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다 보니 '기부나무'라는 캠페인 포스터도 뚝딱 만들어졌다. 이 포스터는 백신 접종자가 직접 '기부나무'에 심장 모양의 스티커를 붙여서 기부의 보람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게 제작됐다. 2학년인 회원들은 1년 남짓 남은 고교생활에서 꼭 이루고 싶은 숙원 사업이 있다. '국내 소외계층 아이들도 백신을 무료로 맞을 수 있게 캠페인을 확산시키고 싶다'는 것. 이들은 "국내엔 IVI 같은 지원단체가 없는 등 현실적 문제가 있어 공부하는 틈틈이 발품을 팔아야 하지만, 훗날 동아리 후배들이라도 꼭 이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계속해서 해결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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