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교육’ 의무 정책에…관련 교과서 60% 이상, ‘코딩’ 편재
손현경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7.11.03 16:15

- 2009ㆍ2015 개정교육과정 ‘정보’ 교과서 분석·비교해보니…
- 교육부, 코딩 사교육 점검…전문가 “창의력, 사교육으로 기를 수 없어”

  • 2015 개정교육과정의 'SW교육' 변화 내용. /교육부 제공
    ▲ 2015 개정교육과정의 'SW교육' 변화 내용. /교육부 제공
    내년부터 중학교에 소프트웨어 교육(이하 ‘SW교육’)이 의무화되는 가운데 관련 교과서 내 코딩 교육이 새 교과서 편재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5 개정교육과정이 적용되는 내년부터 ‘정보’ 교육 시간에 코딩 교육이 그만큼 강화된다는 얘기다.

    최근 학교 현장에 공개된 ‘2015 개정교육과정’ 중학교 정보 교과서를 입수, 전문가를 통해 ‘2009 개정교육과정’과 비교·분석해 본 결과 <표 1>과 같은 단원별 편재 비율이 아래와 같았다.

  • 2009ㆍ2015 개정교육과정 ‘정보’ 교과서 단원별 비교ㆍ분석. <표1>/ 김현 휘경여중 교사 제공
    ▲ 2009ㆍ2015 개정교육과정 ‘정보’ 교과서 단원별 비교ㆍ분석. <표1>/ 김현 휘경여중 교사 제공
    자세히 살펴보면, 현 교육과정은 정보의 윤리적 활용과 정보사회의 역기능과 대처 내용이 담겼던 ‘정보과학과 정보윤리’, ‘정보의 표현과 관리’ 영역이 각각 21%와 24%를 차지했다. 이 부분이 2015 개정교육과정에서는 정보사회의 특성과 진로를 배우는 ‘정보문화’, 개인정보와 저작권 보호 및 사이버 윤리를 다루는 ‘자료와 정보’로 각각 18%로 편재된다.

    가장 두드러지게 달라진 부분은 현 교육과정의 ‘문제 해결 방법과 절차’다. 이 과정이 새 교육과정에서는 ‘문제 해결과 프로그래밍’이라는 영역으로 구성돼 ▲추상화 ▲알고리즘 ▲프로그래밍 등 50%의 정보 교과 구성을 차지하게 된다. 여기에 ‘컴퓨팅 시스템’이라는 영역이 14%나 된다.

    이를 분석한 김현 휘경여중 교사는 “‘문제해결과 프로그래밍’, ‘컴퓨팅 시스템’이 새 교육 과정의 핵심”이라며 “컴퓨팅 시스템은 프로그램을 통한 자동화(automation)와 관련한 내용이다. 이처럼 문제해결을 위한 프로그래밍 등 SW 교육과정이 교과편재의 64%에 해당할 정도로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중에서도 새 ‘정보’ 교과서가 가장 핵심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학생들의 컴퓨팅 사고력을 높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병철 용산중 교사는 “컴퓨팅 사고력이란 한마디로 문제를 논리적,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말한다”며 “컴퓨터 사고력을 기르면 우리가 실생활에서 겪는 여러 문제를 컴퓨터가 일을 처리하는 것처럼 논리적이고도 과학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것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과정은 새 ‘정보’ 교과서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문제 이해’ 부분이 여기에 해당한다. 교과서는 주어진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현재 상태 목표상태 조건 등으로 구분해, 문제의 요소를 명확히 이해하고 목표상태에 도달하기 위해 수행해야 할 작업이 무엇인지 찾아내도록 하고 있다. <그림 1>의 예를 들어보자.

  • 2015 개정교육과정 '정보' 교과 일부 내용. <그림 1> /손현경 기자
    ▲ 2015 개정교육과정 '정보' 교과 일부 내용. <그림 1> /손현경 기자
    <그림 1>은 새 학교로 전학 온 덕선이가 집에서 학교까지 최단거리로 다닐 수 있는 길을 알아보는 문제다. 학교까지 가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고, 각 지점별 거리는 그림과 같다. 위의 상황에서  현재상태 조건(요구 사항) 목표 상태 및 수행해야 할 작업을 찾아보면, ‘현재 상태는 집에 있는 것’이고, ‘조건은 가장 짧은 거리의 경로를 찾는 것’이다. 그리고 ‘목표 상태는 학교에 도착하는 것’이다. 정 교사는 “이렇게 문제를 이해 또는 분석하고 각 길의 거리를 구한 다음 최단거리를 계산하면 된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새 정보 교과서에서 강화된 ‘SW 교육’이 코딩 사교육으로 이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내비쳤다.

    실제로 교육부는 SW교육 강화 정책에 편승한 코딩 관련 불법 사교육에 대해 지난 1일부터 오는 15일까지 점검에 나서고 있다. 최근 대형 사교육업체에서도 유·초등 분야 코딩교육과 로봇코딩에 뛰어들면서 맘 카페 등 커뮤니티와 블로그를 중심으로 허위 후기와 같은 불법 바이럴 마케팅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모니터링도 실시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정 교사는 “지식 위주의 암기식 교육은 사교육으로 해결할 수 있겠지만, 코딩 같이 창의적 생각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는 교육은 사교육으로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며 “평소 여러 문제를 놓고 이를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연습을 많이 해보는 식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