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 열풍] 새 ‘정보’ 교과 분석해보니, ‘컴퓨팅 사고력’ 핵심
손현경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7.11.02 11:00

- 2009ㆍ2015 교육과정 교과서 비교…‘SW교육’ 64% 강화
- 전문가 “사교육으로 창의·문제 해결력 배울 순 없을 것”

  • 2015 개정교육과정 '정보' 교과서 /손현경 기자
    ▲ 2015 개정교육과정 '정보' 교과서 /손현경 기자
    내년부터 중학교 ‘정보’ 교과서 내용의 60% 이상이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그래밍 등 코딩과 관련한 소프트웨어(이하 ‘SW’) 교육으로 강화된다.

    2일 교육부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2015 개정교육과정이 적용되는 내년부터 중학교에 소프트웨어 교육이 의무화되는 가운데 ‘정보’ 교과서 내 코딩 과련한 내용이 현 교육과정(2009 개정교육과정)보다 교과 편재의 64%에 해당할 정도로 강화된다. 코딩은 컴퓨터 언어를 이용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작업을 말한다.

    ◇ 단원별 편재 비율은 어떻게 바뀌나

    기자가 직접 입수한 ‘2015 개정교육과정’ 중학교 정보 교과서를 전문가를 통해 ‘2009 개정교육과정’과 비교·분석해 본 결과 <표 1>과 같은 단원별 편재 비율이 이러했다.

  • 2009ㆍ2015 개정교육과정 ‘정보’ 교과서 단원별 비교 <표1>/ 김현 휘경여중 교사 제공
    ▲ 2009ㆍ2015 개정교육과정 ‘정보’ 교과서 단원별 비교 <표1>/ 김현 휘경여중 교사 제공
    자세히 살펴보면 현 교육과정은 정보의 윤리적 활용과 정보사회의 역기능과 대처 내용이 담겼던 ‘정보과학과 정보윤리’, ‘정보의 표현과 관리’ 영역이 각각 21%와 24%를 차지했다. 이 부분이 2015 개정교육과정에서는 정보사회의 특성과 진로를 배우는 ‘정보문화’, 개인정보와 저작권 보호 및 사이버 윤리를 다루는 ‘자료와 정보’로 각각 18%로 편재된다.

    눈여겨 살펴봐야 할 편재 구성은 따로 있다. 현 교육과정의 ‘문제 해결 방법과 절차’다. 이 과정이 새 교육과정에서는 ‘문제 해결과 프로그래밍’이라는 영역으로 구성돼 ▲추상화 ▲알고리즘 ▲프로그래밍 등 50%의 정보 교과 구성을 차지하게 된다. 여기에 ‘컴퓨팅 시스템’이라는 영역이 14%나 된다.

    이를 분석한 김현 휘경여중 교사는 “‘문제해결과 프로그래밍’, ‘컴퓨팅 시스템’이 새 교육 과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며 “컴퓨팅 시스템은 프로그램을 통한 자동화(automation)와 관련한 내용이다. 이처럼 문제해결을 위한 프로그래밍 등 SW 교육과정이 교과편재의 64%에 해당할 정도로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중에서도 새 ‘정보’ 교과서가 가장 핵심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학생들의 컴퓨팅 사고력(Computational Thinking, 이하 CT)을 높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 배우나

    “1에서 10까지 숫자 카드를 순서에 맞게 나열해 보세요.”

    정병철 용산중 교사에게 ‘컴퓨팅 사고력’에 대해 묻자 이와 같은 문제를 냈다. 이에 기자는 익숙하게 내림차순으로 나열했다. 그러자 정 교사가 설명했다. “우리 인간은 학습화, 즉 습관화돼 있기 때문에 바로 숫자를 내림차순으로 나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계, 또는 컴퓨터라면 이를 해결하는 방식, 예를 들면 ‘두 개의 숫자를 비교해서 더 작은 숫자를 앞으로 정렬하라 등’을 ‘입력’ 하고 ‘추상화’해야 합니다. 그것이 ‘코딩’이고 ‘컴퓨팅 사고력’이죠.”

    일상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생활 속에서 우리는 ‘목적지까지 가장 빨리 방법은 무엇일까’ ‘우리 집 에너지를 어떻게 절약할 수 있을까’ ‘내가 가진 용돈으로 어떤 선물을 살 수 있을까’ 등 다양한 질문과 해결해야 할 일들에 맞닥뜨린다. 정 교사는 “그 중 어떤 방법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문제 해결 시간과 노력, 비용뿐 아니라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며 “그러므로 문제를 효율적이고 올바르게 해결하기 위해 ‘문제 해결과 프로그래밍’ 영역을 통해 적절한 과정으로 이를 해결 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것을 이해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과정은 새 ‘정보’ 교과서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문제 해결’ 부분이 여기에 해당한다. 교과서에 따르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현재 상태와 도달해야 할 목표 상태를 명확히 정의를 해야한다. <그림 1>의 예를 들어보자.

  • 2015 개정교육과정 '정보' 교과 일부 내용 <그림 1> /손현경 기자
    ▲ 2015 개정교육과정 '정보' 교과 일부 내용 <그림 1> /손현경 기자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일단 나열한 정보를 살펴보면 ‘지민이가 야간에 어두운 색 옷을 입고 다닐 때 운전자가 보행자를 잘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다. 도달해야 하는 목표는 ‘운전자가 지민이의 야간 보행을 잘 인식하는 상태’다. 정 교사는 “현재 상태와 목표 상태의 차이가 바로 문제며, 이 두 상태의 차이를 줄여나가는 과정이 문제 해결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열한 정보를 살펴본 뒤 문제 해결을 위해 지민이가 해야 하는 작업은 어두운 옷을 입어도 눈에 잘 띌 수 있도록 LED 머리띠를 제작하는 것”이라고 예시를 들었다.

    전문가들은 새 정보 교과서에서 강화된 ‘SW 교육’이 코딩 사교육으로 이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내비쳤다. 정 교사는 “코딩 교육(정보 과목)이 선택에서 ‘의무’가 되기 때문에 이로 인해 학부모나 학생들이 이를 걱정하고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새로운 지식과 정보 기술을 창의적으로 생성하고 협력적으로 문제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는 인재를 만드는 것이 정보 교과의 기본임을 알아야 한다”며 “실생활 및 다양한 학문 분야의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법을 사교육 또는 암기식 교육으로는 배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