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리그 출신 김기영 대표의 IT교실] 마이크로칼리지, 대학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11.01 09:31
  •  “2030년 세계 대학의 절반 가량이 문을 닫는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의 말이다. 그는 대학기관들이 빠른 속도로 경쟁력을 잃어 갈 것이라 예측하며 전통적 대학교육의 몰락을 주장했다. 실제 미국의 경우 대학 졸업생 중 30만명 이상이 최저 임금을 받는 일자리에서 근무하고 있고, 대한민국 역시 올해 8월 기준 대졸 실업자들의 수가 50만명에 육박했다. 높아지고 있는 대학 등록금 또한 문제다. 미 전국 대학의 등록금은 지난 26년간 무려 400%나 올랐으며, 학자금 대출총액은 이미 1조 달러를 돌파했다.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학령인구의 감소까지 고려한다면 전통적인 대학의 몰락을 주장하는 프레이의 의견에 더욱더 힘이 실린다.

    필자 또한 그의 주장에 동의한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전통적 대학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바로 ‘교육의 스피드’이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상대적으로 변화의 속도가 느렸기 때문에 4년 과정으로도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배출 할 수 있었으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어림없는 이야기다. 지식의 반감기가 급격하게 짧아짐에 따라 4년제 대학이 산업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1,2학년 때 배웠던 지식들은 졸업하는 순간 이미 진부한 지식으로 전락해버린다.

    이런 약점을 파고든 것이 바로 3개월 단위의 ‘마이크로칼리지(Micro College)’ 과정이다. 대표적인 예로 다빈치 연구소의 ‘다빈치 코더스 (Davinci Coders)’를 들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프레이가 2012년에 설립한 이 학교는 데이터 분석, 게임 전문가, 웹 디자인 등 철저하게 직업과 연계된 12주짜리 과정을 제공한다. 이 프로그램을 졸업한 학생들의 75%가 성공적인 개발자 커리어를 만들어가고 있으며, 프로그램 후 급여 상승을 경험한 졸업생들의 비율은 44%에 이른다.

    또 다른 사례로는 미국 내에서 창업사관학교로 불리는 ‘싱귤래러티 대학 (Singularity University)’을 들 수 있다. 싱귤래러티 대학은 제 2의 에디슨이라 불리는 괴짜 발명가 레이 커즈와일 박사가 설립한 곳으로, 정식 4년제 학교가 아닌 10주간의 집중 교육 코스를 제공한다. 이 기간 동안 학생들은 미래학, 컴퓨터, 바이오, 금융, 법률 등 10개 과목의 수업을 듣고, 실리콘밸리의 CEO와 투자자들 앞에서 창업계획안을 발표한다. 이들의 사업계획서는 당장 창업이 가능할 정도로 구체적이며, 이 과정을 통해 창업에 성공한 사례도 상당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대학의 입학 경쟁률은 300대 1에 육박할 정도로 매우 인기가 높다.

    이 같은 마이크로디그리(Micro Degree) 기반의 대안학교의 가장 핵심적인 포인트는 철저한 수요자 중심이라는 것이다. 일반적인 대학과 달리 ‘이론’과 ‘원리’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학생들과 기업이 필요로 하는 교육을 단기간에 효율적으로 제공한다. 한마디로 군더더기가 없다.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들도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AT&T, 구글, 페이스북, 세일즈포스 등에서 해당 프로그램을 졸업한 학생들에게 채용 기회를 늘리는 추세다.

    대학이 사라지는 일은 없겠지만, 몇 백 년간 이어져왔던 전통적인 대학 교육의 체제는 분명 무너질 것이다. 마이크로 칼리지를 필두로 한 새로운 대학 교육의 패러다임이 등장할 것이며, 그 변화는 생각보다 더 빨리 다가올 것이다. 지금까지는 그나마 대학교 졸업장이 좋은 일자리를 보장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라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철저하게 깨지고 있다. 전통적인 대학교의 충성스러운 소비자들은 이제 마이크로 칼리지와 같은 대안학교로 눈을 돌릴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대학 교육은 어디에 머무르고 있는가? 다시 한 번 점검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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