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리그 출신 김기영 대표의 IT교실] 코딩 교육의 수능화, 곧 다가올 미래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10.18 09:35
  • “당신은 은행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 은행의 핵심 사업은 대출 업무이다. 당사가 최적의 이자율을 찾을 수 있는 알고리즘을 만들어 보시오.”

    필자가 생각하는 미래의 대학입시 문제이다. 학생들은 기업 혹은 국가기관에서 고민할 법한 문제들을 주어진 시간 안에 해결해야 한다. 기존의 수능처럼 지식을 암기해서 풀 수 있는 유형의 문제가 아니다. 프랑스의 대입 시험인 바칼로레아(Baccalauréat)처럼 객관식 대신 서술형으로 진행되며, 코딩 능력뿐만 아니라 논리력과 창의력도 함께 평가한다.

    머나먼 미래의 일처럼 들릴 수 있지만, 대한민국의 대입시험에서도 코딩 문제를 비롯한 창의력 평가 문제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2018년부터 SW교육이 의무화 된다. 이에 따라 초등학생은 실과 과목을 통해 17시간 이상, 중학생들은 정보 과목을 통해 34시간 이상 SW교육을 받아야 한다. 필수 이수 시간도 선진국 기준인 90시간 이상의 수준으로 올라갈 확률이 높다. 자연스럽게 학교 시험에서도 코딩 문제가 포함 될 것이며, 이는 궁극적으로 대학 입시 시험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다.
    고등교육기관의 움직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려대, 카이스트, 한양대, 성균관대 등에서 SW인재 전형을 신설하였고, 서울대 경영학과의 경우 내년 신입생부터 코딩 수업을 의무화한다. 초중고 교육은 결국 고등교육기관의 결정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코딩의 수능과목화를 기대케 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2014년에 이미 미래창조과학부를 중심으로 ‘코딩교육의 수능과목화’ 움직임이 있었다. 골자는 선택과목인 SW의 일반과목을 격상시키고, 코딩교육을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 등 수능시험 과학 선택과목에 새로 포함하자는 내용이었다. 학생들의 학업 부담 증가와 사교육 부채질 등의 문제를 우려한 교육부의 반대로 추진되지는 못했지만 지금은 이야기가 다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친 파도 속에 코딩 교육의 중요성이 그 어느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필자는 코딩 과목의 수능화에 대해서 확신에 가까운 믿음이 있다. 단, 교육당국이 공정성과 일관성이라는 명분 하에 코딩교육을 기존 수능의 형태 안에 그대로 넣어버리는 과오를 저지르지 않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초중생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아이들의 교육 방향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과유불급이지만 시대에 발맞추어 일찍 코딩 교육을 시작하지 않으면 고등학교 혹은 대학교 진학 시 코포자(코딩 포기자의 줄임말)이 되어 버릴 수 있다. 영어•수학과 마찬가지로 불필요한 선행학습은 지양해야 하나, 기본기의 중요성은 코딩 및 SW교육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교육의 방법도 깐깐하게 선택해야 한다. 이미 수차례 이야기했듯 코드만 주구장창 외워버리는 전통적인 한국식 교육으로는 4차 산업형 인재가 되기 어렵다. 창의적인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에 포커스를 맞춰 융합형 인재로 키워나가야 한다.

    소프트뱅크의 창업자인 손정의 회장은 ‘변화를 미리 준비하고 흐름을 파악하여 길목을 지키는 병법’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교육 역시 마찬가지다. 다가오는 변화를 받아드리고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코딩 과목의 수능화,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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