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 입시

불필요 항목 삭제하고 열람권 일부 제한해야

김세영 조선에듀 기자

2017.10.16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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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뜨거운 감자' 된 학생부, 공정성 어떻게 높일까
교사들 '부모 인적사항·진로희망사항란' 불필요 지적 …교사가 참여해 학생부 검증… 감시 시스템 강화를

앞으로 대입에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비중이 늘어날 전망이다.

교육부가 대입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학종) 평가 요소 중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최저학력기준과 교사 추천서 폐지를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학생부가 교사 기록에 의존하는 문서이다 보니 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면접이라는 별도 확인 절차를 도입해서라도 학생부 진위를 가리려는 대학이 적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진행 중인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선 교내상 남발 등 학생부 구성 요소에 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내년부터 고교에 새로운 교육과정(2015 개정 교육과정)이 도입되는 상황이라 교육 현장에선 '지금의 학생부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구성 단순화 필요… 지나친 제재는 안 돼

현재 학생부 구조가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데는 교사들 사이에 이견(異見)이 거의 없다. 불필요한 항목을 삭제하고 내용이 겹치는 항목을 통합해 구성을 단순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적사항란은 '삭제 1순위'로 꼽힌다. 학생 주민등록번호와 주소는 물론, 부모 성명과 생년월일까지 쓰게 돼 있다. 학년이 바뀔 때마다 원하는 직업을 쓰도록 한 진로희망사항란도 불필요 항목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조만기 경기 판곡고 교사는 "청소년의 희망 진로는 계속 바뀌므로 이를 쓰는 게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 고교 교사는 "지방 모 교대에 가려면 3년간 희망 직업을 교사로 쓰는 게 유리하다는 말이 돈다"며 "진로희망사항란은 뜬소문이나 양산하는 쓸모없는 칸"이라고 꼬집었다.

수상 경력과 자율 동아리는 어떨까. 학교가 상위권 학생에게 '상 몰아주기'를 하거나 학원 강사가 동아리 활동 컨설팅을 해 학생부를 간접적으로 조작하는 일이 공공연히 일어난다. 하나의 리포트를 보고서 대회와 탐구 대회에 모두 제출하는 식으로 수상 횟수를 늘리는 편법도 드물지 않다. 이 때문에 수상 기록과 자율 동아리 기록란을 아예 없애자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많다. 소수의 부정을 막기 위해 교육적 가치가 있는 기록을 막는 것이 옳으냐는 것이다. 문민식 세종 한솔고 교사는 "대회 참가와 수상은 아이들에게 주요 학습 동기가 되므로 기록 자체를 없애선 안 된다"며 "교육부나 교육청이 감시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한 교사는 "성적 높은 아이가 비교과도 열심히 해 상을 많이 받는 걸 몰아주기라고 하면 곤란하다"며 "요즘은 친구들과 작은 스터디 모임 같은 자율 동아리를 만들어 공부하면서 자기주도학습을 익히는 학생도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김혜남 서울 문일고 교사는 "소모적 경쟁을 막으려면 비슷한 종류의 상은 하나만 쓸 수 있도록 하는 식으로 제한할 필요는 있다"고 했다.

지나친 단순화에 반대하는 견해도 있다. 교육부는 2017학년도부터 학생부 독서활동상황란에서 감상평을 빼고 읽은 책 제목과 저자만 쓰도록 했다. 김용진 서울 동국대사범대부속여고 교사는 "지금처럼 독서란에 제목과 작가명만 적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부작용을 막는 데만 초점을 맞추다간 정작 본질인 학생의 다양한 가능성을 기록하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유제숙 서울 한영고 교사도 "일반고는 특목·자사고와 달리 교육과정에 자율성이 적어 방과 후 학교를 통해서만 심화학습을 할 수 있는데 올해부턴 방과 후 학교 기재란에 강좌명과 이수 시간만 써야 한다"며 "제재가 많으면 학생 역량을 다각도로 보여주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요즘 서울대 등 주요 대학들이 강조하는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은 공교육 현장을 개선할 키워드로 손꼽힌다. 각 과목 교사가 학생의 수업 태도를 구체적으로 기재하게 하므로 과목을 막론하고 수업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문민식 교사는 "일부 영역에 남다른 강점을 가지고 적극 활동하는 학생에 대해 기술할 땐 과목별 500자 제한이 너무 짧다"며 "적어도 1000자 정도로 늘리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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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학생부 공정성’ 논란과 관련, 수험생의 학생부 열람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이신영 기자
◇'행특 열람 제한' 제안도

공정성 논란은 학종 도입 초기부터 제기된 문제다. 대표적인 문제가 학생이 써온 기록을 그대로 옮겨 적는다든가, 하지 않은 일을 꾸며내 쓰는 일 등이다. 전문가들은 부정을 방지하기 위해 '다수의 힘'을 활용해야 한다고 한다. 여러 교사가 기록에 참여해 소수 교사의 조작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학생부는 과목별 교사들이 학생을 관찰해 세특을 쓰도록 함으로써 객관성을 확보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학생부 기록을 여러 교사가 검증해야 한다고 본다. 박균열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독일의 경우 교사들이 여러 번 회의를 거쳐 학생에 대한 정보를 다각도로 교류하고 의견을 낸다. 박 위원은 "다수 교사가 참여해 학생부를 점검하면 '담임 잘못 만나면 학종은 포기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학생부 구조 개선만으로 학종 공정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 수도권 고교의 한 교사는 "일벌백계(一罰百戒)로 부정을 방지할 수 있다"며 "고의적인 조작이 적발되면 엄하게 징계해야 한다"고 했다. 학생과 학부모의 학생부 기록 열람권을 일부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고교에서 학생부를 정정한 사례는 단순 오탈자 수정을 포함해 18만2405건이었다. 김종우 서울 양재고 교사는 "학생이 학생부를 보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수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일이 빈번하다"며 "일부 항목의 열람을 막아 학생부 기록을 교사의 고유 권한으로 남겨두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열람 제한이 필요한 항목으로 담임교사가 쓰는 행동 특성 및 종합 의견(행특)이 거론된다. 국중대 한양대 입학총괄팀장은 "수험생이 행특을 열람하지 못하게 하면 학생부가 더 신뢰도 높은 문서가 될 것"이라며 "세특 내에 열람 제한된 '세특 종합 의견란'을 만드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고 했다.

학종 도입 후 교육부는 해마다 새로운 학생부 기재 요령(가이드라인)을 내놓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장 의견 수렴을 거쳐 10월 말에서 11월 초쯤 학생부 개선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기적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장광재 광주 숭덕고 교사는 "고교학점제 및 내신 성취도평가 도입 여부가 확정된 이후에 그에 따라 학생부 기재를 개선해야 한다. 학생부 기재를 비롯한 제도 변화가 너무 잦으면 교육 현장에 큰 부담이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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