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초등

남성은 ‘생계부양자’, 여성은 ‘돌봄 노동자’ …초등교과서 성차별 ‘심각’

손현경 조선에듀 기자

2017.10.11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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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개정 초등교과서 1~2학년 교과서 성인지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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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1-1 교과서 표지. 남아가 활동을 주도하고, 여아가 참여하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박경미 의원실 제공

“남성은 생계부양자, 의사, 위인, 슬기로운 인물 ….”

“여성은 아이를 간호하는 돌봄 노동자, 집안일 하는 어머니 ….”

이는 올해 보급된 초등학교 1~2학년 교과서에 실린 남성과 여성의 역할을 표현한 문구다. 학교 교육의 바이블이라 할 수 있는 초등학교 교과서가 여전히 성역할 고정관념 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된 초등학교 1~2학년 1학기 교과서 총 16권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교과서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전반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많은 등 성비 불균형이 심각했다고 밝혔다.

가장 큰 문제는 직업에 대한 성차별이 두드러진 점이다. 선생님, 승무원, 기상캐스터 등의 직업은 여성으로 더 많이 그려진 것. 특히 은행원, 돌봄노동자, 사서, 급식배식원은 예외 없이 모두 여성으로 그려졌다. 반면 기관사, 해양구조원, 과학자, 기자 등은 모두 남성으로만 그려졌다.

역할에 대한 성 고정관념도 차이가 났다. 여성은 머리가 길거나 장신구를 하고, 분홍색과 같은 밝은 색의 치마 옷차림 경우가 많았다. 반면 남성은 짧은 머리에 짙은 바지차림이었다. 역할에서 남녀 모두 집안일을 하는 모습이 보이지만, 생계부양자는 남성으로만 그려졌다. 아픈 아이를 간호하거나 아이의 병원진료를 돕는 것도 여성으로 그려졌고, 보건실의 양호 선생님은 모두 여성이었다.

문학작품과 역사적 인물에게서도 남성이 여성보다 많이 등장했다. 특히 역사 속 인물은 모두 남성으로 모두 위인의 모습이었다. 문학작품 속에서 남성은 의사, 상인, 농부, 나무꾼 등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며 ‘슬기로운 인물’로 그려졌다. 반면 여성은 콩쥐, 신데렐라, 인어공주, 주인공의 어머니·누이·딸로 등장했다.

성별에 따른 학습참여활동의 차이도 고정관념이 반영됐다. 남아와 여아 모두 축구공 놀이, 줄넘기, 미끄럼틀 타기 등 동적인 활동과 책읽기 등 정적인 활동을 고루 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남아가 활동을 주도하고, 여아가 참여하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이밖에 교과서에 여러 인종과 민족이 등장한다고 보기 어려웠다. 대부분 등장인물은 검은 머리와 검은 눈동자, 살구색 피부의 외모로 표현됐다. 가끔 갈색 피부나 노란 머리, 푸른색 눈으로 표현된 등장인물도 있었으나 극히 소수였다. 이들의 역할 역시 수동적인 모습이거나 쓰레기를 버리고, 친구들을 괴롭히거나, 괴롭힘 당하는 모습으로 등장했다.

박 의원은 폭력방지를 위한 대응방안에서도 다른 대응책이 필요하다 지적했다. 교과목 ‘안전한 생활’ 1과 2에서 아이들은 성폭력(성희롱)과 유괴 등 폭력범죄를 이해하고 자신을 지키는 방법, 길을 잃었을 때 등 범죄와 위험상황 대한 대응방법을 알려주는데, 과연 적절한 내용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 실제로 교과서에서는 주로 야외에서 남성어른으로 그려지는 낯선 사람으로부터 폭력이나 유괴 등을 당하는 상황을 설정하고, 아동으로 하여금 ‘안돼요’, ‘싫어요’, ‘하지 마세요’ 외치도록 일러주고 있다. 그러나 박 의원은 “실제 아동학대 가해자의 79.8%가 부모, 약 12.2%가 대리양육자, 약 4.8%가 친인척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러한 외침이 실효성이 있을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올해 처음 적용되는 2015 개정 초등교과서에서 성차별뿐 아니라, 장애, 다문화 등 다각도에서 문제점이 드러났다”며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에게 교과서가 미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며, 이 시기 아이들은 스펀지처럼 정보를 받아들인다. 이 때문에 초등 교과서 성 차별(성인지) 문제가 더 심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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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2-1 교과서 표지.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과 딸로 구성된 가족의 등장이 두드러졌다. /박경미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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