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코포자’ 안 돼” …코딩 사교육 시장 ‘들썩’
손현경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7.10.10 11:33

- 유아 대상 코딩 프로그램 30만원부터 120만원까지
- 박경미 의원 “정부, SW 사교육 점검 한 번도 안 해”

  • 한 사립유치원에서 유치원생이 코딩교육을 받고 있다. /조선일보 DB
    ▲ 한 사립유치원에서 유치원생이 코딩교육을 받고 있다. /조선일보 DB
    # 김영미(가명·42)씨는 지난 추석 연휴 동안 게임관련 회사에서 개발자로 일하는 동생을 만났다. 내년부터 코딩 교육이 의무화되는 것을 앞두고 10살 난 딸의 교육 상담을 위해서였다. 김씨는 “코딩에 대해 아는 게 없다 보니 어떤 학원을 보내야 할지 몰라 조언을 구했다”며 “딸이 나를 닮아 수학과 과학적 사고가 많이 부족한 상태라, 나중에 수업에 뒤처져 코포자(코딩 포기자의 줄임말)가 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코딩이 의무교육으로 지정된다. 중학교에서는 2018년부터, 초등학교 5·6학년에는 2019년부터 SW(소프트웨어) 교육이 단계적으로 필수화된다. 이에 따라 중학생들은 정보과목을 통해 34시간 이상, 초등학생은 실과과목을 통해 17시간 이상 SW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코딩 교육 학원을 알아보는 등 학부모들의 발걸음이 다급해지고 있다. 학부모 대다수가 학창시절에 코딩을 한 번도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디서부터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막막한 상황. 코딩 사교육계는 이 빈틈을 통해 단기간에 급속도로 확장하고 있다. 심지어 사교육 시장에서는 수포자(수학 포기자의 줄임말)에 이어 ‘코포자’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면서 학부모에게 코딩 교육에 대한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1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SW 교육에 월 수십만원대의 과도한 사교육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교육 당국의 대응은 전무한 실정이다. 박 의원은 “유아부터 초·중학생까지 타깃으로 한 코딩 사교육은 비용이 고액이기 때문에 국어, 수학, 영어와 같은 주요 과목에 이어 또 다른 사교육 격차를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7~8월에는 여름방학을 맞아 고액의 코딩 캠프 프로그램이 사교육 업계에서 일부 발견됐다. 해당 프로그램은 2박 3일로 진행됐으며, 60만원에 육박하는 고액 ‘체험형’ 코딩 프로그램이었다. 수강 대상 또한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모집하고 있어 코딩 사교육 시장이 과도한 코딩 선행교육까지 조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박 의원실에서 관련 사교육 업체 몇 곳과 접촉해본 결과, 유아를 대상으로 한 코딩 교육 프로그램이 토요일 하루 3시간 수업에 월 30만원, 4개월 120만원 코스인 것으로 안내하고 있었다.

  • 사교육 업계 고액 코딩 캠프 프로그램 /박경미 의원실 제공
    ▲ 사교육 업계 고액 코딩 캠프 프로그램 /박경미 의원실 제공
    그뿐만 아니라 ‘대치동 최초 어린이 코딩 학원’을 타이틀로 내세워 광고한 A 학원의 경우 초등학교 1~2학년 대상 수업을 토·일요일 오전 10시부터 개설하고 있어 과도한 코딩 선행교육 열풍이 어린 학생들의 휴식권까지 침해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이재호 경인교대 컴퓨터교육과 교수는 “어린 학생들을 코딩 학원에 보내 C, HTML 등의 코딩언어를 무작정 가르치는 것은 사고력 증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SW가 중요해지는 시대에 아이들이 흥미를 잃어 사고력은커녕 코딩조차 배우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정작 교육 당국은 부실한 점검 체계로 뒷짐을 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박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교육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합동으로 발표한 ‘소프트웨어 교육 활성화 기본계획’에는 소프트웨어 교육 의무화로 인한 관련 사교육 시장이 성행할 것을 대비해 ‘관계부처 합동 점검 및 시·도교육청 지도·점검을 통해 선제로 대처’하겠다는 계획이 담겨 있다. 그러나 박 의원은 “현재까지 교육 당국에서 코딩 등 소프트웨어 사교육 시장을 대상으로 점검한 사항은 단 한 번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이 필수화된 것은 또 하나의 주입·암기식 교과를 늘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 역량인 컴퓨팅 사고력, 그리고 창의력과 문제해결력을 길러주기 위한 것”이라며, “교육부를 비롯한 관계 당국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사고력과 창의력을 길러준다는 코딩 교육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지도·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소프트웨어 교육 활성화 기본계획 /교육부 제공
    ▲ 소프트웨어 교육 활성화 기본계획 /교육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