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 입시

[기획] 신도시에 중학교 ‘안 짓나, 못 짓나’ (하편)

최성욱 조선에듀 기자

2017.09.28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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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발사업자‧시(市)‧교육지원청’ 무관심, 성난 민원의 기폭제
- 학교 설립 ‘불가’ 판정 … 학교 논의 원점으로
- 신도시 입주민 자녀 관한 현황조사 없어 … 전문가 “시‧도교육청 자료확보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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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빈번히 발생하는 신도시 내 중학교 신설 갈등은 얼핏 해법이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론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누가’ 풀어낼 것인지에서부터 꼬여 있다. / 조선일보 DB

학교를 지으면 신도시가 더 활성화될까, 아니면 학교가 없어서 주민들이 떠나는 걸까. 전국 신도시가 ‘중학교 딜레마’에 빠졌다. 초등학교의 절반에도 못 미칠 만큼 찾아보기 어려운 중학교 탓이다. 신도시에 입주한(혹은 입주예정인) 학부모들은 교육의 질과 통학 안전을 이유로 중학교 ‘신설’을 바라지만, 교육부는 인근 학교의 ‘증축’을 통한 분산 배정을 원한다. 학교총량제에 따라 기존 학교를 폐교하면 학교를 새로 지을 순 있지만, 문제는 앞으로 신도시 내 학생 수요가 꾸준히 나올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교육기반이 튼튼하면 신도시로 학령기 인구 유입이 지속적으로 늘 것이라 보지만, 정부는 통계가 경고하는 ‘저출산‧고령화’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최근 도시의 성장과 쇠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무작정 학교를 늘렸다간 ‘빈학교‧빈교실’ 문제에 직면하게 될 우려도 있다. 신도시 내 중학교 신설 갈등은 얼핏 해법이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론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누가’ 풀어낼 것인지에서부터 꼬여 있다.

◇ “학교와 인접한 단지” 분양광고에 속수무책

김포시는 지난 13일 ‘과밀학급 발생 원인과 해소방안’을 주제로 주민 250여명을 초청해 대토론회를 열었다. 김포한강신도시에 입주민이 속속 들어차면서 근거리 배정 요구를 포함한 학교 신설 민원이 폭발적으로 발생한 탓이다. 이날 좌장을 맡은 조승현 경기도의원(김포1)은 “과밀학급 문제는 도시계획을 지나치게 자주 바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이를 승인한 김포시청뿐 아니라, 지나치게 관망적으로 학생배치 계획을 추진해온 교육지원청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다. ‘개발사업자‧시(市)‧교육지원청’의 무관심이 신도시 내 학교 신설 민원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말이다. 

이런 현상은 전국에 속속 생기는 신도시와 그 인접도시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수도권만 해도, 경기도 서부 김포‧광명‧시흥, 동부 남양주‧하남, 그리고 인천 가정지구를 비롯해 지난달 가까스로 중학교 설립 승인을 받아낸 수원(광교)에 이르기까지 신도시 건설이 학생배치 계획과 맞물려 진행되지 않으면서 비슷한 갈등을 겪었다. 왜 이렇게 됐을까.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도시개발계획 초기단계부터 입주 이후까지 ‘예견된 절차’를 밟은 것”이라고 지적한다. 기본적으로 신도시 내 학교는 도시개발 과정에서 뒷순위로 밀리기 일쑤고, 책임부서가 명확하지 않을 뿐 아니라 교육부의 최종 승인심사까지 통과해야 하는 복잡한 구조 속에 있다. 말 그대로 ‘산 넘어 산’인 셈이다.

교육부와 관계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신도시 내 학교가 계획대로 들어서지 못하는 구체적인 배경은 이렇다. 우선 학교용지를 포함한 도시계획은 시‧도와 개발업사업자가 하고, 교육행정과 운영은 교육지원청이 맡는다. 물론 도시계획 단계에 교육지원청이 참여는 해도, 최종 결정 권한은 학교를 지어줘야 할 교육부에 있다 보니 교육지원청의 의견은 ‘협의’ 수준에 그치고 만다. 도시개발이 끝날 때까지 학교부지를 계획된 지역에 고정해둘 법적 근거나 이를 감독할 부서가 없는 셈이다.

이처럼 신도시 내 학교는 시‧도와 개발사업자 간 느슨한 합의로 대략 위치만 지정한 채 아파트 개발이 시작된다. 건설사들은 교육부 산하 중앙투자심사위원회(이하 중투)에서 학교 신설 가능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학교부지가 포함된’ 도시개발계획을 분양광고에 싣는다. 이런 상황을 알 리 없는 입주예정자들은 단지 인접지역에 당연히 학교가 지어질 것으로 알고 청약을 한다. 이때 중투가 학교 신설 최종심사를 한다. 시공‧건설사 사정으로 인해 단지의 입주 시기가 늦춰지는 등 개발계획이 차질을 빚은 지역이라면 승인을 받아내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 교통편이 불편해도 우선 인근 지역에 분산 배정토록 결론을 내린다. 교육부 관계자는 “보수적인 기준으로 평가하는 중투 입장에선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개발이 언제, 어느 수준까지 진행될지 예측할 수 없으니 선뜻 학교 신설을 승인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계획한 학교부지가 승인받지 못하면, 개발사업자들은 쫓기듯 아파트와 상가의 분양률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 학교 ‘신설 불가’ 판정이 청약시장에 부정적인 신호를 주기 때문이다. 도심의 중심가 즉 노른자위 부지에 계획돼 있던 학교는 서서히 밀려나 신도시 외곽으로 빠지거나 슬그머니 자취를 감춘다. 이런 절차를 거치면서 ‘개발사업자‧시(市)‧교육지원청’ 세 주체의 책임도 흐려진다.

◇ 신도시 확장 방식 달라져 … 학교 신설 요인 계속 생긴다

최근 도시 확장 방식이 달라진 점도 신도시 내 중학교 신설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일산, 분당, 과천 등 1990년대 대단위 계획 신도시와 달리, 최근엔 크고 작은 신도시가 이미 계획된 도시의 외곽이나 시‧도 경계지역으로 퍼져나가면서 추가적인 학교 신설 요인(민원)을 발생시킨다. 이 때문에 정부는 학교당 수백억원대의 신설 비용(세금)을 집행하는 데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교육부 지방교육재정과의 한 담당자는 “신도시든 도서벽지든 학생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학교에 다니도록 해야 하기에 정부도 학교 신설을 무조건 반대하는 건 아니다”며 “개발제한구역이 풀리는 등 도시 외곽이 새롭게 개발되거나, 신도시 개발 시기가 계획보다 늦춰지면 교육 수요에 변동폭이 커져 기존 학군과 연계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해 해소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개발계획 단계부터 입주까지 전 과정이 물 흐르듯 일사불란하게 진행되지 않는 한, 학교 신설계획은 쉽게 없던 일로 돼버리고 만다. 하지만 변동성이 높은 신도시 건설과정의 특성상 학교 신설에 관한 현재의 의사결정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민원은 끊임없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지 배치가 끝나 입주가 시작된 이후에 학교를 새로 지으려면, 도시계획단계부터 사업을 조정해나갈 권한과 책임이 있는 기관이나 담당자가 나서야 한다. 시‧도의 결정과 교육지원청에 접수된 민원이 충돌할 경우 양 기관에 분산된 업무와 권한을 조율할 창구가 없다는 점도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법률적 시시비비를 떠나, 과밀학급과 통학 위험성 모두를 해결할 방안이 전혀 없진 않다고 조언한다. 교육시설환경정책 전문가인 윤용기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도시계획의 원칙이 무너지면서 학생배치 문제가 심화한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학교가 도심의 중앙부에 지어져야 학생을 분산 배치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최근에 건설되는 국내 대다수 신도시엔 학교가 외곽에 빠져 있다.

“도시 구획 가장자리를 이어 원을 그렸을 때, 학교가 원의 중앙부에 있으면 한두 곳으로도 수용이 가능하지만, 외곽에 배치하면 여러 곳을 지어야 하는 ‘불편한 상황’이 생깁니다. 여기에 중소 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외곽에 추가로 들어서면, 아파트 두세 단지마다 하나꼴로 학교를 지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어요.”

윤 교수의 설명과 달리, 일부 학부모들은 “도시가 확장되면 그에 따른 교육 수요는 추가로 발생하는 건 당연한 이치라며 중앙부 한두 곳에 학교를 두어도 신설하지 않는 이상 과밀학급 문제는 해결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신도시에는 학생이 꾸준히 유입될까. 윤 교수는 “강남과 같은 특정지역을 제외하면 학령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계속 전입되는 곳은 거의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비공식 자료임을 전제로 “신도시 초기 입주민의 대다수는 전‧월세 세입자들이라 학교 수요가 굉장히 높은 편인데, 전세 계약 2년을 주기로 6년~10년이 지나면 초기 입주민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고 자녀의 학령기도 어느 정도 지난다. 이후엔 나이가 지긋한 ‘집주인’이 대거 들어오기 때문에 이땐 오히려 중년과 노년을 위한 정책을 도입해야 하는 상황도 펼쳐진다”고 말했다. 특히 수도권 신도시는 도시의 건설과 쇠퇴 전 과정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기에 학교 설립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말이다.

최근엔 일부 지역에서 초‧중등, 중‧고등 ‘통합학교’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개발사업자나 정부가 ‘입주민 자녀’에 대한 현황조사를 하지 않은 채 분양에만 집중하다 보니 공신력 있는 정책자료, 설득력 있는 설립 기준 등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윤 교수는 “기초자료가 없으니 최근 신도시 학교 배정문제를 해결할 대책을 마련할 수 없다”며 “지금부터라도 시‧도 교육청의 수용계획 담당자들은 입주 초기에 주인이 사는지, 세입자가 사는지 그리고 자녀 수와 나이는 각각 어떤지 등 신도시 입주민과 자녀의 성별, 나이별 분포에 관한 자료를 확보하는 게 급선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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