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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환의 주간 교육통신 ‘입시 큐’] 수능최저학력기준 딜레마, 극복 가능할까?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09.25 09:27
  •  지난 주 교육부가 학생부종합전형을 개선하기 위해 수능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수능최저학력기준(이하 수능최저)은 문자 그대로 수능최저학력을 합격의 기본요건으로 하는 것이다.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 학생부 종합전형에서는 대부분 1단계 서류심사와 2단계 면접을 거쳐 합격자를 선발하는 데, 합격자 순위에 든 응시생 중에서 수능최저를 통과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최종합격자를 발표하게 된다. 만약 합격자 순위 내의 학생들이 모두 수능최저를 통과했다면 득점 순서대로 하면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차점자를 선발하게 되는 구조가 된다. 그런데 수능최저가 높게 되면 서류나 면접 점수가 높더라도 이를 통과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다수 발생하게 되고, 기본요건으로 작용해야 할 수능최저가 당락의 매우 중요한 기준으로 탈바꿈하게 되는 역전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는 수능최저를 요건으로 하는 모든 수시 전형, 즉 서류(학생부). 면접을 중시하는 학생부 종합전형 뿐 아니라 내신 성적이 관건인 학생부 교과전형, 논술이 주가 되는 논술우수자전형까지도 수능성적이 적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국 수능최저의 높고 낮음에 따라 해당 입시전형의 본질이 왜곡, 훼손될 수도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학생부종합전형 선발학생 못 미더워서일까
    수능최저학력기준이 주는 안정감 때문?

     과연 수시전형을 만드는 대학들은 이런 사정을 모를까. 한양대, 건국대 등 일부 대학처럼 모든 수시 전형에서 수능최저를 용감하게 포기한 대학들이 있지만,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은 여전히 학생부종합전형 일부 혹은 전부에 수능최저를 적용하고 있다. 또한 중앙대, 홍익대를 비롯해 중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교과전형에서 수능최저를 적용하는 대학들은 오히려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수시 70%, 정시 30% 선발 구도로 대입의 중심축이 바뀐 지 벌써 몇 해건만, 이처럼 수시에서 수능최저를 포기하지 못하는 대학들의 속내는 자신들이 수시에서 선발하고 있는 학생들의 실력이 못 미더워서일까? 아니면 자신들의 수시선발 기준에 확신을 갖지 못해서일까. 또는 선발의 효율성, 즉 수능최저라는 진입장벽으로 지원규모를 줄이기 위한 편의성 때문일까? 

     물론 대학들도 나름대로 고충이 많을 것이다. 정부의 학생부종합전형 장려와 함께, 이른 바 ‘불 수능’과 ‘물 수능’을 왔다 갔다 하는 수능에의 불신이 수시를 늘리는 시발점으로 작용했지만, 대세인 학생부 종합전형을 원활하게 운영하는데 필요한 예산과 입학사정관의 부족, 자세히 따져보면 그리 오래되지 않은 학생부 종합전형 선발효과에 대한 불안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으리라 본다. 무엇보다 수능최저를 합격요건으로 하면 최소한 일정수준 이상의 학력을 가진 수험생들을 선발할 수 있다는 안정감이 가장 컸을 것이다.

    수능최저 없는 수시전형, 오히려 부담감이 클 수도
    고교별 학종 합격자 비율, 빈익빈 부익부 현상?


     수험생들의 입장은 어떨까. 수능최저는 학생부 종합전형, 논술전형 뿐 아니라 중위권 대학의 교과전형까지 합격요건으로 광범위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결국 수능과 서류준비, 논술준비, 내신관리를 동시에 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 그런데 수능최저가 없는 학생부종합전형과 논술전형, 교과전형에 대한 부담은 없을까? 수능최저가 없는 교과전형은 학생들 표현대로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라는 뜻으로, 어마어마한 차이의 상대를 지칭하는 경우) 인데, 수능최저가 없는 논술전형의 경쟁률을 보고는 또 하나의 ‘넘사벽’이라고 한다. 수능최저가 없는 학생부 종합전형에 대해서는 입장이 갈린다. 수능최저부담이 없어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보는 측과 수능최저가 없어 웬만한 서류(비교과+내신)로는 접근하기가 더 힘들어진다고 보는 입장이다. 현미경을 갖다 대면 훨씬 복잡해진다.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 군소도시 고교의 수험생들은 수능최저가 없는 상위권대 학생부종합전형은 진입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꽤 있다. 특히 출신 고교에서 합격생이 거의 없다는 이유만으로 교사와 학생 모두 좌절감을 느끼게 되는데, 결국 지원 자체를 포기하게 되어 해당 대학의 합격생을 수년 째 한명도 배출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다. 

     이번 교육부의 수능최저 폐지 움직임을 보고, 필자는 대학과 수험생 모두가 겪고 있는 수능최저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우선 수시에서 수능최저를 폐지하려면, 정부 지원이 먼저다. 수능최저 없는 학생부종합전형 과 기타 수시전형이 정상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교육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수능최저 폐지로 인한 수시전형의 경쟁률 상승에 대비해, 대학들이 입학사정관의 수를 지금보다 늘리는 것이 가능해져야 하고, 지원 후 평가시점도 넉넉하게 잡아서 각 대학이 자신들이 운용하는 수시전형에 충분한 자신감을 갖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능최저 폐지는 현실적으로 어렵게 되고, 이에 따른 대입전형 간소화도 요원할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대학이 할 일이다. 수험생과 학부모들 간에는 일부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을 두고 여전히 특목고와 자사고를 선호하고 일반고를 차별한다는 소문이 존재한다. 특히 서울 소재 일부 상위권 대학의 수능최저 없는 학생부 종합전형에 대해서 선입견이 심한 편이다.  팩트인지 오해인지는 확인하기 쉽지 않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 각 대학들이 선호하는 인재상이 다를 수도 있고, 학생선발 또한 대학의 자율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특목고. 자사고. 일반고를 비교, 합격통계를 낸다고 해서 해결될 일도 아닌 것 같다. 앞으로 자사고와 특목고의 운명도 모를 일이고, 일반고도 지역별 교육여건과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다만 대학들은 교육여건이 낙후된 지역의 고교를 감안하여 학생부종합전형만큼은 일정 비율의 쿼터제를 실시해서라도 학생부종합전형 합격생의 지역별, 고교별 편중현상에 대한 소문을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역차별 논란도 일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수능최저를 폐지한 후에도 일부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편견은 여전할 것이고, 이로 인한 지원의 불균형은 합격의 불균형 상황을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할 말은 수능최저를 폐지한 후에도 대입 전형요소를 지금보다 더욱 단순화시킬 필요가 있다. 논술전형은 논술 100%로,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생부 100%로, 교과전형은 교과 100%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대학들은 자신들이 구상하고 실행하는 입시전형에 대해 지금보다 명확하게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그 연관효과로 정시전형을 포함하여 각 수시 전형별 선발정원의 비율도 각 대학이 추구하는 이상과 역량에 따라 일정기간을 거쳐 자연스럽게 조정되리라 본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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