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년제 기간 내신 고입서 '제외'…문장 기재 학생부, 실효성 ‘논란’
손현경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7.09.22 16:04

- 교육부, ‘중학교 자유학기제 확대 및 내실화 방안 모색’ 포럼 열어

  • 오승현 교육부 학교정책관이 22일 오후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자유학기제 확대와 자유학년제 전환을 위한 '자유학기제 현장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손현경 기자
    ▲ 오승현 교육부 학교정책관이 22일 오후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자유학기제 확대와 자유학년제 전환을 위한 '자유학기제 현장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손현경 기자
    교육부가 내년부터 실시되는 자유학년제 기간의 내신성적은 고입전형에 반영하지 않기로 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고입에 반영되지 않는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가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 물음표가 뒤따르고 있다. 이 기간에 학생부는 자유학기제와 마찬가지로 문장으로 기록된다.

    교육부는 22일 오후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중학교 자유학기제 확대 및 내실화 방안 모색’ 포럼을 개최해 “자유학년제 도입 땐, 중 1 내신을 고교 입시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교육부가 지난 11일 발표한 ‘중학교 자유학기제 확대‧발전 계획’ 시안에 따르면 현재 한 학기에 국한된 자유학기제가 내년부터 한 학년 전체로 확대된 ‘자유학년제’로 시행될 전망이다. 희망학교를 중심으로 운영하되, 시범운영을 거쳐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이날 포럼에서 ‘중학교 자유학기제 확대 및 발전 방안 시안’을 발표한 박수경 교육부 공교육진흥과 연수관은 “자유학기제 확대에 따라 자유학년을 실시하는 1학년 교과 내신 성적을 고입전형에 반영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입학전형에 조기 예고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며 “서울, 경기, 강원 지역은 2018학년도 고입전형부터 관련 내용이 공고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중1 내신이 고입전형에 반영되는 학교는 각 지역과 학교 유형에 따라 다르다. 교육부 공교육진흥과 관계자는 "자유학기제 기간 또는 중 1 내신을 고입전형에 반영할지는 시도교육청과 협의해 내년부터 반영토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생부는 자유학기제와 동일하게 문장으로 기록된다. 국어 과목의 학생부를 예로 들면 ‘OO 학생은 건의문 특성을 이해하고, ‘후문 옆 자투리 공간에 자전거 보관소 설치’라는 합리적인 해결 방안이 담긴 건의문을 설득력 있게 작성했으며 자전거로 통학하는 학생들의 불편을 없애기 위해 주변 학교의 사례를 분석하는 능력을 보여줌’으로 기재되는 식이다. 이를 통해 교육부는 학부모들이 해당 기간에 자녀가 어떤 활동을 했는지 자세히 알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그러나 고입에 반영되지 않는 학생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현장에 참여한 A 교사는 “진로 등 확대된 수행평가, 체험활동 등 교우 관계까지 참고하며 학생부를 기록하고 있다”며 “이러한 부분이 물론 아이들의 꿈과 적성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부모에게 알리는 긍정적인 역할도 있겠지만, 교사 입장에서는 고입에 반영되지 않는 학생부를 하나하나 문장으로 작성하는 것은 부담되는 일”이라고 했다.

    B 교사 역시 “지금도 솔직히 문장 기재 학생부가 버거운데 고입에 반영하지 않는 학생부를 작성하면 ‘내가 왜 (학생부를) 문장으로 정성스럽게 쓰고 있을까’라는 고민이 깊어질 것 같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교사들은 ‘과정 평가’ 자체에 의미를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안은실 중앙중 교사는 “물론 고입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첫 도입 땐 교사의 사기가 떨어질 수는 있지만 1년간 지필 평가를 하지 않고 학생 중심 수업과 이와 연계한 과정 중심 평가를 실시하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학생을 더 깊이 관찰할 수 있고, 학생과 교사가 어우러진 ‘진짜 수업’도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교사와 학부모들이 ‘자유학기제 현장포럼’에 참석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 손현경 기자
    ▲ 교사와 학부모들이 ‘자유학기제 현장포럼’에 참석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 손현경 기자

    한편, 포럼에선 자유학년제가 1학년 교사들만이 고민해야 할 사안이 아닌 교육계 전반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승순 부평동중 교사는 “대학 진학률이 76.9%를 넘고 모두 다 똑같은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서 교육혁신이 사회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학교마다, 또 교사마다 다양한 평가와 교육과정 운영이 필요하다”며 “자유학년제가 1학년 교사들만이 고민하는 문제가 아니라 교육과정 속 기본 단계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학년제가 중학교뿐만이 아닌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로 연결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지명숙 경기도교육청 장학관은 “자유학년제가 초중고 모두 연계될 수 있는 법적 및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학교교육과정 자율화(유연화) 확대, 교육과정 학생선택권 보장, 대입제도 또는 수능제도 개선, 고교학점제 등의 정책들이 상호 연계성을 가지고 일관적인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교육부는 '중학교 자유학기제 확대·발전 계획' 시안을 발표하고, 2018년부터 희망하는 중학교에 한해 1학년을 대상으로 한 자유학년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중학교의 장이 한 학기를 자유학기로 지정하도록 한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4조를 '한 학기 또는 두 학기' 지정할 수 있도록 개정하고 내년 자유학년제 운영 희망학교를 조사해 다음 달 말까지 희망학교를 확정하기로 했다. 자유학년제 시행에 따라 자유학년 동안 개별 학생에 대한 평가 결과를 학교생활기록부에 입력할 수 있도록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도 개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