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22개월부터 영어·과학 배워요” 사교육에 지치는 아이들
손현경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7.09.20 14:00

- 2세 36%, 5세 84%가 사교육 받아
- 5세 아동 월 사교육비 16만1000원

  • 과도한 사교육에 아이들이 지쳐가고 있다. 유치원에서 사교육을 받는 아이들 모습. /조선일보 DB
    ▲ 과도한 사교육에 아이들이 지쳐가고 있다. 유치원에서 사교육을 받는 아이들 모습. /조선일보 DB
    서울 강남 논현동에 사는 주부 김현정(가명·35)씨는 일주일에 세 번씩 만 4세 아들을 영어와 기초과학을 가르치는 놀이학원에 보낸다. 미술학원에도 주 2회 데려 간다. 그럼에도 김씨는 “형편상 비싼 학원에는 못 보내기 때문에 사교육을 더 많이 받는 아이들과 비교될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만 5세 아동 10명 중 8명, 만 2세 아동 10명 중 3명 이상이 사교육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유치원생 3명 중 1명은 만 3세부터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다. 육아 전문가들은 사회·정서 발달을 방해하고 불안, 우울, 공격성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영유아기의 무분별한 사교육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일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발표한 ‘영유아인권법 토론회’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2세(이하 만 나이) 아동과 5세 아동의 사교육 비율이 각각 35.5%, 83.6%에 달했다. 보고서는 국무조정실 산하 국가 정책 연구기관인 육아정책연구소의 ‘영유아 사교육 실태와 개선방안 Ⅱ’ 연구를 기반으로 작성됐다.

    육아정책연구소는 지난해 8∼10월 전국의 2세 아동 부모 395명, 5세 아동 부모 467명을 대상으로 사교육 실태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2세 아동의 주당 사교육 횟수는 2.6회, 1회당 교육시간은 47.6분이었다. 한달 사교육비는 총 13만4000원이었다. 5세 아동의 경우엔 주당 5.2회, 1회당 50.1분으로 나타났으며, 한달 사교육비는 총 16만1000원이었다. 사교육 종류는 2세 아동은 평균 1.7종, 5세 아동은 평균 2.2종으로 조사됐는데, 분야는 예체능에서 일반 학습 과목까지 다양했다.

    2세가 받는 사교육은 한글, 독서, 논술 등 ‘국어(28.6%)’ 관련 교육이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 ▲체육(15.1%) ▲미술(14.5%) ▲과학·창의(10.2%) ▲수학(7.9%) ▲영어(7.7%) 순이었다. 5세 대상 사교육도 국어(24.5%)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가운데 ▲체육(19.0%) ▲수학(17.3%) ▲미술(11.0%) ▲음악(9.4%) ▲영어(5.5%) ▲과학·창의(5.1%) 등이다.

    영어교육을 시작하는 시점도 빨라졌다. 유치원생 3명 중 1명은 만 3세부터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서울·경기지역 학부모 7628명을 대상으로 조기 영어교육에 대해 설문한 결과, 유치원에 다니는 만 5세 아이들 35%가 ‘만 3세’에 영어교육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어교육을 시작한 시점은 현재 초등학교 3학년이 만 5세(29%), 중학교 2학년이 초등학교 1학년(28.9%), 고등학교 2학년이 초등학교 3학년(31.1%)이라고 밝혀 나이가 어릴수록 빨라졌다.

    김아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영유아는 상대적으로 학습시간이 지나치게 길어 규제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반일제 이상 학원에 다니는 경우에는 일과의 상당 부분이 학습으로 이뤄져 초등학생도 소화하기 어려운 일과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조기 영어교육은 내 아이만 뒤처질지 모른다는 학부모들의 불안 심리로 확산되는 현상”이라며 “유아교육 기관 내 영어교육에 대한 제도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 만 2세, 5세 사교육 프로그램 유형 /육아정책연구소 제공
    ▲ 만 2세, 5세 사교육 프로그램 유형 /육아정책연구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