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비교과 연결 방법 찾아 '학습 역량' 향상에 집중
오선영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7.09.18 03:05

대입 돋보기ㅣ 1학기 내신 망친 고 1 위한 조언
수시 매년 확대되고 수능 변수 커… 전문가 "정시 올인, 어리석은 선택"

  • "1학기 내신 폭망(완전히 망함)했는데, '정시 파이터'가 답인가요? 내신 4~5등급인데, 모의고사는 2등급대 찍거든요."

    서울의 한 일반고 1학년인 이태형(가명)군은 최근 온라인에 이런 질문을 올렸다. '정시 파이터'란 내신·비교과를 버리고 정시, 즉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공부에만 전념하는 학생을 뜻하는 신조어다. 또 다른 일반고 1학년 김현민(가명)군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김군의 고 1 1학기 내신은 3등급대. 모의고사는 1~2등급 사이를 오간다. 김군은 "아무리 애써도 올 1등급(전 과목 1등급) 찍는 애들을 못 이길 것 같다. 지금부터 정시에 올인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고 1 때부터 '정시 파이터'가 되겠다는 이들의 선택은 과연 옳을까.

    이에 대한 입시 전문가들의 대답은 한결같다. 대부분 "어리석은 선택"이라고 했다. 첫째 이유는 단연 '수시모집 확대'다. 최근 2021학년도 수능 개편 문제와 함께 수시모집과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 비중이 너무 크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수시모집 비중이 줄어들 확률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수시모집 비율은 2017학년도 대입에서 70.5%, 2018학년도 73.7%, 2019학년도 76.2%로 계속 확대되고 있다. 현 고 1이 대입을 치르는 2020학년도에도 70% 이상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고, 많게는 80%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즉 정시 문(門)은 좁아졌으면 좁아졌지, 넓어지진 않는다는 얘기다.

    둘째 이유는 수능이 '일회성 시험'이라는 점이다. 임병욱 서울 인창고 교감은 "수능 당일 컨디션이 어떨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수능 고사장 환경에도 영향을 크게 받는 데다, 1교시 시험을 잘 못 치른 것만으로도 정신력이 무너져 시험을 망치는 수험생이 부지기수"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지금 2등급이라고 해서 2년 뒤 수능에서도 2등급을 받으리란 보장이 없다. 서울의 한 일반고 진학부장은 "지금부터 정시 파이터가 될 거라면, 3학년 때 전 영역, 혹은 목표 대학이 반영하는 영역들을 1등급으로 올려놓을 만큼 '독하게' 공부해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지금 2등급이어도) 고 3 때 재수생에 밀려 3~4등급으로 떨어진다는 사실을 명심하라"고 충고했다.

    무엇보다 고 1 1학기 내신은 대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임 교감은 "서울 주요 대학에선 1학년 20%, 2학년 40%, 3학년 1학기 40%로 내신을 반영한다"며 "전체로 보면 고 1 1학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10% 남짓인데, 이를 망쳤다고 벌써 수시를 포기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충고했다.

    대학이 내신을 단순히 '수치'로만 반영하지 않는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대학이 학종 평가요소에 '내신' 대신 '학업 역량'이라는 말을 쓰는 이유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서울 A 사립대의 경우에는 전년도 학종 합격자 중 내신 5등급 학생 비율이 15%에 달한다. 조효완 서울과기대 입학사정관실장은 "많은 학생이 '내신(교과)과 비교과를 모두 잡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교과 공부와 비교과 활동을 별개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금 고 1 학생들은 교과 공부와 비교과 활동을 연결할 방법을 찾아야 해요. 비교과를 교과 공부에 도움되게 하고, 이를 통해 '학업 역량'을 보여준다면 (내신이 다소 낮아도) 학종에서 얼마든지 경쟁력을 보일 수 있다는 얘깁니다. 예컨대 봉사활동으로 쓰레기 분리수거를 했다면 '겨울보다 여름에 쓰레기 냄새가 더 심한데 그건 어떤 화학 작용에 의한 것일까' '악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를 연구해 보는 식이죠. 또는 '우리 구(區)의 쓰레기 재활용률이 얼마나 높은지, 재활용이 환경보호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연구할 수도 있고요. 대학은 학생이 고교 생활에서 했던 모든 경험에서 '학업 역량'을 파악해요. 학업 역량에서 내신 등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25% 수준이라고 보면 됩니다."

    설령 정시 파이터가 되더라도 수능과 함께 '수시 논술전형'을 준비하는 게 현명하다. 김혜남 서울 문일고 진학부장은 "예컨대 문과생이라면 수능 공부 시 국어 비문학과 사회탐구의 사회문화·경제 등 논술과 관련 깊은 과목을 집중해 공부하는 식으로 논술 준비를 함께 해야 한다"며 "논술 실력이 뒷받침되면 대입 성공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