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 입시

비만 학생 많으면 교장·교감 성과급 깎는 교육청 ‘논란’

손현경 조선에듀 기자

2017.09.1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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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교사들 “학생 다이어트 시키라는 압박 시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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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DB

지역의 한 교육청이 교장·교감 등 평가항목에 지난해부터 ‘학생 비만율’을 포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러한 평가는 곧 일선 교사들에게 부담으로 전가되는 상황. 관리자급 교사들 사이에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한 경쟁이 불붙으면서부터다. 이 지역의 한 초등학교 체육교사는 “지난해 1학기 초부터 ‘무슨 수를 쓰더라도 비만 학생 비율을 낮추라’는 교장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며 “비만율을 측정해 성과가 낮은 반 담임교사는 교무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질타를 받는다”고 털어놨다.

13일 제주교육청에 따르면 교육청은 지난해 3월부터 지역 내 교장·교감 성과상여금 실적평가 기준안에 ‘학생 비만율 줄이기’ 항목을 추가했다. 전년도와 비교해 비만율 감소가 높은 상위 20% 그룹은 10점, 하위 20% 그룹은 1점을 받는 식이다.

자연스레 ‘점수 경쟁’이 뒤따랐다. 교장·교감들은 “학생들을 다이어트 시켜라”며 담임교사를 닦달했다. 이 지역의 A 교사는 “중등 비만 이상인 학생보다는 상대적으로 정상 체중으로 만들기 쉬운 경도 비만이나 살이 덜 찐 학생들의 다이어트가 주로 이뤄졌다. 정작 관리해야 할 학생은 방치된 셈”이라며 “일부 교사들은 비만 학생들을 성과금 깎아내는 학생들로 여겨 부담스러워 했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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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교감 성과상여금 실적평가 기준안 /제주교육청 제공

갑작스러운 교육청의 정책에 당황스러움을 호소하는 대상은 학생들이다. 제주 서귀포시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최인수(가명ㆍ11)군은 최근 들어 학교 가는 것이 무척 싫어졌다. 매주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비만 예방 교육’ 때문이다. 또래보다 통통한 편인 최군은 다른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따로 공개적으로 운동 수업도 받아야 했다. 최군의 담임교사는 “당시 ‘비만 예방 교육을 받겠다’는 동의서에 부모님 서명을 받으라고 (최군에게) 강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최군이 상처받을 줄 알고는 있었지만, 학교의 방침이라 어쩔 수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앞서 정부가 2015년 학생비만율을 전수조사한 결과 제주시가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제주교육청 관계자는 “이 같은 이유가 비만율 감소 정책을 관리자급 교사들의 성과금과 연동시킨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후 교육청은 지난 2015년 11월 학생 건강증진과 비만율을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 ‘유·초·중·고교 건강증진 매뉴얼’을 마련했다. 이 매뉴얼은 원래 각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2016년 새 학기 시작과 함께 성과금 평가 기준으로 변경됐다. 제주교육청 관계자는 “이제 시행한 지 1년 남짓이라 시행 이전과 이후를 객관적으로 비교할 데이터가 아직 없는 상태”라며 “결과가 미미하다면 부작용에 대해서 다각적으로 따져본 다음 제도를 계속 유지할 지를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명확한 원인조사를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 비만은 실제로 학교생활보다는 가정환경에서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 제주교육청이 학생비만율 전수조사 결과가 나왔을 때, 가정, 학교, 교육청 3자가 합심해 ‘비만율 1위’가 된 원인을 밝히는 조사를 해야 했다. 추후 비만율 성과급 평가 결과가 나오면 제도에 대해 깊이 있게 다시 한 번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동시에 궁극적인 목적은 단순히 살을 빼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새겨봐야 한다”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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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예방 교육 안내 가정통신문 / 해당 초등학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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