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 입시

“‘자기주도력’은 배워서 생기는 게 아냐”…‘꿈’은 나의 공부 비결

최성욱 조선에듀 기자

2017.09.1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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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대학 합격기]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2 이경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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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호군은 "고교생활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건 '나는 공부를 왜 하는가'라는 물음에 스스로 답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 한준호 기자

한양대가 추구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은 다소 과감하다. 학생부 단 하나의 요소로 고교생활과 학업 등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우선 서류전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기소개서나 추천서를 받지 않는다. 심지어 면접도 없다. ‘전공적합성’도 평가에서 제외된다. 지원할 전공과 관련된 고교 교과목을 평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는 고교에서 대학교육 관련 내용을 선이수할 수 없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이처럼 한양대의 학종은 “사교육의 손을 빌릴만한 요인을 철저히 배제하고, 오로지 지원자의 학교생활만 평가대상으로 한다”는 게 이 대학 입학처 관계자의 설명이다. 예컨대 ▲학업역량 ▲교내 수상 실적 ▲창의적 체험 ▲동아리 활동 등 학생부를 통해 지원자의 ‘자기주도력’을 본다. 한양대의 학종은 얼핏 단순한 듯 보이지만, 수험생 입장에선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가장 막막한 전형이기도 하다.

2016학년도 수시모집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일반)으로 한양대 에너지공학과에 합격한 이경호(21‧인천하늘고 졸)군의 고교생활도 학종만큼 단순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 누구보다 치열했다. 어떤 사안이든 기초를 고집스럽게 파고들면서도 문제해결은 언제나 ‘협력’을 통해 답을 구했다. 이런 방법으로 그는 일찌감치 학업과 진로의 연결 지점을 찾을 수 있었다.

“고교생활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건 ‘나는 공부를 왜 하는가’라는 물음에 스스로 답을 찾는 거예요. 꿈과 목표가 있으면 무엇에 집중할지 과제가 선명해지고, 슬럼프에 빠져도 내 안에서 뿜어져 나온 힘으로 이겨낼 수 있습니다.”

이군은 초등학교 시절 언젠가 ‘공부를 왜 할까’라는 의문을 품었다. 당시 그는 답을 어른들의 세상에서 구하지 않았다. 연필과 공책을 매일같이 소비하는 자신을 보면서, 사회로부터 자원을 받아쓰는 만큼 이웃과 사회에 이바지할 방법을 궁리했다. 고민 끝에 모든 사람이 차별받지 않고 쉽고 편하게 쓸 수 있는 친환경에너지를 개발하겠다는 포부를 세웠다.

이때부터 이군은 석유, 전기, 원자력 등 에너지와 관련된 정보를 찾아 모으기 시작했다. 중‧고교에 진학, 에너지의 원리를 알아가면서 풍력발전기를 만들어 보기도 하고 과학전시회를 찾아다니며 다방면의 과학원리를 깨우쳤다. 고1 땐 한 기업체에서 주관하는 친환경 해외캠프에서 아프리카 지역에서 쓸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적정기술)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태양빛을 반사시켜 움막에 불을 밝히거나, 우기에 농업용수를 저장하는 방법, 생분해성 플라스틱(biodegradable plastics) 등 신재생에너지에 관한 다양한 연구활동에 참여했다. 일본 후쿠시마와 러시아 체르노빌의 원전사고를 비롯, 신재생에너지 관련 학술논문도 여러 편 썼다.

“신재생에너지를 깊이 연구하고 싶었지만 당장 대학에 갈 수 있는 게 아니니, 우선은 관련 분야부터 찾아서 공부했어요. 예를 들어 물리‧화학 등 과학과목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꼭 필요한 지식인 거예요. 중학교 때까진 과학을 잘하진 못해서 개념부터 천천히 보기 시작했죠.”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끊임없이 탐구하는 과정이 수년간 지속되면서 이군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자기주도성이 저절로 생겨난 건 아니었다. 그가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면서 고집스럽게 매달린 ‘개념’이 바탕이 됐다. 개념에 충실할수록 기초가 튼튼해지니 공부에 자신감이 붙은 것이다. ‘개념중심학습’이 빛을 발한 건 그가 스스로 취약점이라 꼽은 물리‧화학에 본격적으로 입문했을 때다. 자사고에 진학한 이군은 물리와 화학 두 과목에 사활을 걸었다.

“교과서에 있는 기본 개념 한 줄을 읽으면 제대로 이해했는지 되뇌어 가며 확인을 했어요. 개념을 이해하고 외우기를 반복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개념을 잘 알고 있는지 확인하려고 문제집을 풀게 되더라고요. 틀린 문제는 개념을 적용하는 과정의 어떤 부분에서 착오가 있었는지를 찾아서 수정했죠. 나중엔 모든 과목을 이렇게 공부했습니다.”

개념에 충실한 공부법으로 이군은 전국단위 자사고에서 과학과목 내신성적을 2.7등급까지 끌어올렸다. 이군은 “교과서를 공부하면 불안해하고 문제집을 풀면 안정감을 느끼는 학생들이 많다”며 “개념과 문제풀이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안다면 문제만 풀고 있을 순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개념으로 돌아갔다는 이군은 “교과서만큼 좋은 개념서는 없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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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준호 기자
사실, 이군이 실력을 자랑하는 과목은 ‘수학’이다. 1994학년도~2015학년도 수능 기출문제를 서너번 이상 풀었을 만큼 이군에게 수학은 흥미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런데 이군은 그렇게 좋아하는 수학문제를 혼자 해결하기보다 반 친구들과 협력해서 푸는 데 익숙하다. 주말 오후 반 친구 4~5명은 텅 빈 교실에 둘러앉았다. 교내 공식동아리는 아니고, 수학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수학모임이었다. 이들은 시간을 정해놓고 수능 기출문제, 모의고사와 같은 수학문제를 함께 풀었다. 시험이 끝나면 답지를 보지 않은 채 각자 나름의 해법을 발표했다.

이군은 “같은 문제도 풀이방법이 서로 다른 경우가 종종 있는데 특히 응용문제를 풀 때 도움이 많이 됐다”며 “수학도 여러 명이 함께 해결하면 더 재밌고 효율적이다. 고등학교에선 대학 입시로 불안한 마음에 공부량만 집착하게 되는데, 친구들과 토론하면서 공부하면 지칠 일도 없고 시야도 넓힐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이군의 고교생활 대부분은 스스로 만들어간 시간이었다. 꿈을 찾고, 그 꿈에 한걸음 다가가기 위해 다시 학업을 찾았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분야나 물리‧화학과목처럼 익숙지 않아서 어쩌면 어렵고 불편했을 시간조차 기꺼이 자기세계로 만들어가려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이군에게 고교시절 자신의 학업, 성과, 협력, 입시 등 여러 경험 가운데 수험생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을 전해달라고 했다.

“꿈 찾는 데 시간을 쓰는 걸 아까워하는 학생들이 많아요. 한가한 소리 혹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꿈 없이 얼마나 열심히 공부할 수 있을까요? 공부하는 행위가 유일한 목적이 되면 금방 지치고 쉽게 방황하게 됩니다. 원동력은 결국 꿈이에요. 꿈 찾는 데 시간을 쓴다고 해서 자신이 목표하는 대학이 바뀌진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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