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초등

유기동물 의료봉사 모임 '버동수'

논산=장지훈 기자

2017.09.12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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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밭에 굴러도 행복" 유기동물 위해 수의사들 뭉쳤다

"수액은 잘 들어가고 있나요?"

"네. 혈관도 잡았습니다."

"그럼 시작하죠!"

지난 10일 오전 10시. 충남 논산 벌곡면에 있는 유기동물보호소 '비글구조네트워크' 지하 1층에 '일일 병원'이 열렸다. 푸른색 가운을 걸친 수의사 30여 명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여섯 개의 간이 수술대에서는 쉴 새 없이 수술이 진행됐고 한쪽에 마련된 임시 마취실과 소독실, 회복실에서도 수의사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들이 입은 가운에는 '버려진 동물을 위한 수의사회(이하 '버동수')'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현직 수의사들로 구성된 유기동물 의료봉사 모임 '버동수'의 9월 정기 봉사 활동을 동행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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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충남 논산 벌곡면 비글구조네트워크에서 봉사 활동을 한 ‘버동수’ 회원들의 모습./논산=이경호 기자
"오늘 보호소에 있는 비글 40여 마리에게 중성화 수술을 해줄 예정입니다. 보호소에 유기견 수가 늘면 감당이 안 돼 결국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번식을 막는 중성화 수술이 우선이에요. 또 입양 희망자들이 중성화 수술을 받은 개를 더 선호하기도 하고요."

버동수 운영진 명보영 수의사가 말했다. 한 마리 수술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30분 내외. 이날 봉사 현장에 나선 버동수 회원 35명은 오후 4시까지 허리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점심도 거른 채 수술을 계속했다.

버동수는 지난 2013년 결성됐다. 명보영 수의사를 비롯한 4~5명이 힘을 합쳐 모임을 꾸렸다. 병원과 동물보호소, 동물보호단체 등에서 흩어져 봉사하는 실력 있는 수의사들을 한데 모으면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초창기만 해도 10명 남짓한 인원이 소규모로 봉사 활동을 다녔다. 그러다 "뜻있는 수의사들이 버동수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현재는 회원이 200여 명으로 늘었다.

버동수는 한 달에 한 번 '정기 봉사'를 가고, 틈나는 대로 '번개 봉사'에 나선다. 전국의 유기동물보호소로 가서 중성화 수술이나 진드기 처치, 예방접종 등 재능기부 활동을 한다. 정기 봉사 날이 되면 서울, 부산, 대전, 전주 등 전국 각지에서 30여 명의 수의사가 모여든다. 참여하겠다는 사람이 많아 선착순으로 인원을 끊어야 할 정도다.

인천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변창호 수의사는 3년 전, 버동수에 합류했다. 사회를 위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했던 그는 버동수의 이야기를 듣고 곧장 전화기를 들었다. "버동수 활동을 하면서 '개똥밭'에 구른 적이 있어요(웃음). 시설이 열악한 보호소에 봉사 갔다가 개똥 더미 위에 미끄러졌죠. 온몸에서 악취가 나는데, 그래도 행복하더라고요. '오늘도 한 생명을 구했다'는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죠."

이날 버동수가 찾은 비글구조네트워크에는 동물실험에 이용됐거나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은 비글 170여 마리가 모여 살고 있었다. 2015년 문을 연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안락사 위기에 처한 비글을 구조해 새 주인을 찾을 때까지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유영재 비글구조네트워크 대표에 따르면 비글은 천성이 밝고 공격성이 낮은 데다 인간을 잘 따르기 때문에 동물실험에 자주 이용된다. 전체 실험견의 90% 이상이 비글일 정도다. 실험이 끝난 뒤에는 대부분 안락사 된다.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이 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관리가 어려워집니다. 문제는 비용이죠. 40마리 수술하는 데 2000만원 가까이 드니까요. 버동수가 이렇게 도와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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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동수 회원들이 비글을 품에 안고 있는 모습(위 사진). 비글구조네트워크에는 비글 170여 마리가 살고 있다. /버동수 제공
버동수 회원 한창희 수의사는 "오히려 우리가 감사드려야 할 일"이라며 유 대표의 손을 잡았다. "유기동물보호소를 다니면서 가장 가슴 아픈 순간은, 개들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곳에서 비참하게 사는 모습을 목격할 때입니다. 이곳 개들은 잘 먹고, 잘 쉬고, 넓은 곳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있으니 정말 기뻐요. 내가 수술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것이라는 확신을 주는 곳이에요."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애견 인구는 2013년에 이미 1000만명을 넘어섰다. 2020년에는 20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유기동물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통계사이트 '포인핸드'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현재(10일 기준)까지 전국에서 버려진 동물 수는 6만9348마리에 달한다. 하루 평균 274마리가 버려지는 셈이다.

버동수 회원들은 "버동수가 빨리 해체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버려지는 동물이 사라진다면 우리가 활동할 이유도 없어지겠죠?"

명보영 수의사는 "다음 세대의 주인공인 아이들에게 희망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동물이 버려집니다. 어른들의 의식이 성숙하지 못해서 생긴 부끄러운 일이죠. 불행히도 이 문제는 저희 세대에서 해결되지 않을 겁니다. 그렇지만 미래에는 다를 겁니다. 아이들이 동물과 진심으로 소통하고, 서로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면 유기동물 문제는 사라질 수 있어요. 그 아이들이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 어른, 부끄럽지 않은 수의사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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