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마인크래프트와 레고의 차이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09.12 09:35
  • 레고가 위기다. 2000년대 들어 멋지게 재기하며 ‘위기 극복의 상징’이 되었던 레고가 다시금 주춤하고 있다. CEO를 교체하고, 10%의 인원을 감축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왜 장난감의 대명사인 레고에 위기가 닥쳤을까? 다른 많은 분야처럼 ‘디지털 혁명 때문’이라는 사람들이 많다. 전자오락에 레고가 밀렸다는 분석이다.

    과연 현재 성공하고 있는 게임 중 레고와 매우 닮은 게임이 있다. ‘마인크래프트’다. 마인크래프트는 레고처럼 블록을 조립해서 자유롭게 자신의 세상을 만드는 게임이다. 다만 게임이기에, 사실상 무한정한 자원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부품 가격이 매우 비싼 레고와는 달리, 한번 게임을 구입하면 PC나 스마트폰으로 무한히 재료를 조립해서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 수 있다.

  • 게임 ‘마인크래프트’ 화면 (사진 출처: pixabay)
    ▲ 게임 ‘마인크래프트’ 화면 (사진 출처: pixabay)

    자유도도 레고를 능가한다. 마인 크래프트는 자유롭게 블록을 움직일 수 있다. 이를 통해 ‘포켓몬스터’ 등 기존에 성공한 게임들을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다. 서로가 만든 게임, 서로가 만든 건물을 서로 무료로 공유할 수도 있다. 내가 블록으로 만든 놀이공원을 친구에게 공유하면 친구가 이를 수정하고 품평해서 다시 보내준다. 공유하고, 다시 뜯어보고, 서로 관계를 맺는 행위가 디지털 세상 속에서 사실상 공짜로 이루어지는 셈이다. 레고가 위기를 맞을 만하다.

    레고는 무한한 조립 가능성이 교육적 효과를 인정받아 코딩 교육, 기계공학 교육에 도구로 쓰였다. 마인크래프트 또한 교육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요즘 유행하는 여름방학 캠프 중에는 마인크래프트를 도구로 활용해 코딩 개념을 가르치는 ‘마인크래프트 캠프’가 있다. 자녀들도 즐거워하고 학부모들도 만족한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친숙한 게임을 통해 수학적 개념과 컴퓨팅 사고를 가르치려는 시도인 셈이다.

    물론 마인크래프트의 교육적 효과에 회의적 시선도 많다. 필자도 아직은 마인크래프트가 교육적 효과가 있는지, 더 넓게 잡아 ‘비디오 게임’이 교육에 활용될 수 있는지 아직 자신하지 못하는 쪽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게임은 교육적으로 활용되게 될 테다. 게임은 가장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매체다. 미학자 진중권 교수가 ‘20세기의 매체가 영화였다면, 21세기의 매체는 게임이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하지만 게임은, 다른 디지털 매체와 마찬가지로 진정한 의미에서 매체가 아니다. 기술은 완성되었으되, 그 형식에 걸맞은 내용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화 매체를 완성한 르미에르 형제는 5년간의 시도 후 ‘영화는 어떤 콘텐츠도 만들 수 없는 실패한 기술’이라며 영화를 포기했다. 1900년의 일이다. 하지만 120년이 지난 지금, 누구도 영화가 실패한 매체라고 말하지 않을 테다.

    과거 레고 또한 교육적인 장난감이 아니였다. 발명되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레고를 코딩 교육에활용하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MIT 랩이 주도한 레고 테크닉 기종은 현재 이공계 교육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다. ‘마인크래프트’도 성장을 거듭하다 보면 언젠가는 레고처럼 그 교육적 효과를 인정받을지 모른다.

    디지털 매체가 제대로 된 콘텐츠를 만들고, 심지어 이를 통해 오락을 넘어선 교육적 효과까지 거두려면 우선 디지털 매체의 완성도가 높아야 한다. 아직 디지털 매체는 그 정도의 발전까지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매체는 무섭도록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실패를 통한 경험도 계속해서 쌓이는 중이다. 머지않아 교육적으로도 훌륭한 게임이 등장하리라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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