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초등

[THE 인터뷰] 27년째 뚱딴지 연재 중인 김우영 화백

하지수 기자 @

2017.09.10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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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딴지 덕분에 어린이들과 친구될 수 있었죠"
만화박물관 '만화일기장' 전시 참여
뚱딴지 원화 등 60여 점 작품 선봬
"친구이자 조언자 역할 해나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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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김 화백이 27년간 소년조선일보에 연재한 뚱딴지 캐릭터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천=한준호 기자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된 소년이 할아버지에게 "빨리 결혼해 아이를 갖겠다"고 선전포고를 한다. 할아버지는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게 어떻게 결혼하느냐"며 혀를 찬다. 소년은 곧장 방으로 달려가 드라이를 하며 자신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할아버지에게 말한다. "머리의 피를 말리는 중이에요."

본지에 27년째 매일 연재 중인 네컷 만화의 주인공 '뚱딴지'는 이름대로 행동과 사고방식이 엉뚱한 소년이다. 독자들의 배꼽을 쏙 빼놓다가도 코끝을 찡하게 만든다. 다음 달 10일까지 경기 한국만화박물관 '만화일기장-유년의 기억, 일상의 기록' 전에서는 손때 묻은 원화를 포함해 60여 점의 뚱딴지 관련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뚱딴지 만화에 자신과 지인의 경험담 담아

"뚱딴지 팬이에요. 사인해주세요!"

지난 8일 한국만화박물관에서 만난 '뚱딴지의 아버지' 김우영(78) 화백이 꼬마 팬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팬들과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눈 뒤 그는 "엄마부터 아들까지 2대에 걸쳐 뚱딴지 팬인 관람객들도 있다"며 "오랜 시간 내 만화를 좋아해 주는 팬들을 만나니 흐뭇하고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뚱딴지를 비롯해 팔방이, 따개비, 꾸러기, 밤토리 등 어린이 만화 캐릭터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모두 1992~1996년 대교출판사의 '만화일기 시리즈'에 참여했던 다섯 작가의 창작물이다. 이중 뚱딴지 코너에서는 캐릭터의 어제와 오늘이 한눈에 펼쳐졌다. 김 화백은 "지난 27년 동안, 하루 24시간 뚱딴지 생각만 하고 살았다"고 했다.

"한번은 밥을 먹고 있는데 아내가 갑자기 '지금 뭐 하는 거냐?'며 놀라는 거예요. 알고 보니 제가 숟가락으로 밥을 입에 떠넣고는 씹지도 삼키지도 않고 또 한 숟갈 떠서 입으로 넣었던 거예요. 아이디어를 짜는데 정신이 팔려서 기계적으로 밥을 욱여넣었던 거죠(웃음). 인터뷰를 하는 지금도 제 머릿속엔 아이디어 생각뿐입니다."

아이디어나 영감을 얻으려 수시로 다양한 장르의 책도 읽는다. 자신이나 아들, 손녀 등 주변인들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만들기도 한다. 뚱딴지가 학교에서 들었던 농담을 하교 후에야 이해하고 웃는 에피소드가 그중 하나다. "제 별명이 거북이에요. 행동이 굼뜨고, 누가 이야기한 내용도 천천히 생각하다 뒤늦게 이해하죠. 제 경험을 그림에 녹여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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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화박물관에서 뚱딴지 팬들과 기념 사진을 찍는 김우영 화백.
어릴 적에는 반 친구들 독자 삼아 만화 그려

김 화백은 어릴 적부터 만화 그리는 데 소질을 보였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독립군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만화를 그렸는데, 반 친구들이 재밌다며 돌려볼 정도였다.

"해방 직후 가난했던 시절이라 부모님께 만화 그릴 공책을 사달라고 하기가 죄송했어요. 그래서 공책 하나에 만화를 꽉 채워 그린 뒤에 그걸 다른 친구의 새 공책과 바꾸는 식으로 해서 만화를 연습했어요."

만화가의 길을 걷겠다고 마음먹은 건 중학교 2학년 때였다. 당시 김 화백의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병을 앓게 되면서 가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월사금(다달이 내던 수업료)을 제때 내지 못하는 날이 늘면서 학교도 그만두게 됐다. 절망에 주저앉을뻔했던 그에게 다행히 한줄기 희망이 찾아왔다.

"소식을 들은 학교 미술선생님께서 따로 만나자고 하시더니 미술에 소질 있으니 만화가가 돼 보면 어떻겠냐고 권유하셨어요. 선생님 댁에서 미술을 배우며 1년여 만에 '물레방아'라는 첫 번째 만화책을 내게 됐어요."

이후 '서름길 구만리' '산송장' '철쭉꽃 피는 고향' '백제의 별' 등의 작품을 내놓았다. 1990년 3월 1일 소년조선일보에 연재를 시작한 뚱딴지는 만화일기, 명심보감, 명언산책, 석기시대 등 다양한 단행본으로도 출간됐다. 이중 뚱딴지 명심보감(전 3권)은 70만부, 만화일기는 37만부가량 판매될 만큼 인기를 끌었다.

김 화백은 "오랜 시간 함께한 뚱딴지는 지금까지 낸 어떤 작품보다 애착이 간다"며 "다만 뚱딴지를 그리다 보니 성인들과 대화를 나눌 때 나도 모르게 어린아이 같은 말투를 쓰곤 한다"고 했다.

"나중에 '좀 더 어른스럽게 이야기할걸' 하고 후회해요(웃음). 그래도 뚱딴지 덕분에 20년 넘게 어린이들과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 그게 얼마나 감사하고 기분 좋은 일인지 모릅니다. 앞으로도 어린이들에게 웃음을 주는 친구이자 때로는 교훈을 주는 조언자로서의 역할을 해나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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