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 입시

“논란 커지니 조사 시작”⋯ ‘뒷북 수사’에 뿔난 학부모들

신혜민 조선에듀 기자

2017.09.08 18:40

해당기사 크게보기 해당기사 작게보기 이메일발송 해당기사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부실 수사 및 늑장 대응에 비난 봇물
정부 "학생·청소년 지원 종합대책 마련 협의체를 꾸릴 것"

기사 이미지
/ 조선일보 DB

“용서하면 또 그럴 것 같아서 별로 하고 싶지 않아요.”

국민적 공분을 산 일명 '부산 여중생 집단 폭행 사건' 피해 학생의 말이다. 부산시교육청이 어제(7일) 공식 사과를 통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이를 믿고 기대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최근 10대 청소년의 집단 폭행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때마다 경찰과 교육당국의 부실 수사 및 뒷북 대응이 민낯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 지금껏 도움을 호소하던 피해자들을 모른 척하다, 논란이 커지자 비로소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데에 학부모들은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이런 일이 다시금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촘촘한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부산 여중생 집단 폭행 사건은 이미 두 달여 전 1차 폭행이 일어났지만, 경찰의 안일한 대응으로 또다시 2차 폭행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해 주범 2명을 포함한 여중생 5명은 지난 6월 29일에도 가해자 남자친구가 건 전화를 대신 받았다는 이유로 피해 학생을 노래방에 데리고 가 마이크 등으로 폭행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다. 사건 발생 다음날 피해 학생 가족이 곧장 가해 학생 5명을 고소했지만, 경찰은 “피해자 진술조서를 받기 위해 피해 학생과 가족들과의 연락을 몇 차례 시도했으나 소재지 파악이 안 된다”는 이유로 사실상 사건을 종결했다. 이후 가해자 5명이 속한 학교 4곳은 공동으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고, 학교폭력 프로그램 매뉴얼에 따라 노인요양원 등에서 각각 3∼5일의 사회봉사 활동을 하도록 처분을 내렸다. 또 학교 내에서 부모와 공동으로 2시간가량의 특별교육 프로그램도 이수토록 했다. 일부 가해자의 경우 충동조절 장애로 징계 처분 때 정상 참작되기도 했다.

2차 폭행 역시 그 심각성이 경찰 조사가 아닌, 피해 학생의 가족과 지인 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돼 세간에 알려졌다. 피해 학생 측은 이번 피해가 지난 6월 고소장을 접수한 것에 대한 보복성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고소장이 접수된 시점에 경찰과 학교가 적절한 보호조치를 취했더라면 2차 폭행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 가해 학생들도 “피해자가 자신들을 고소한 것에 기분이 나빠 폭행을 했다”며 보복 폭행에 대해 일부 시인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강릉 여중생 폭행 사건도 늑장 수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다. 사건 발생 두 달이 지나서야 폭행 가담 청소년 중 1명에 대한 조사가 뒤늦게 이뤄지는가 하면, 핵심 증거인 폭행 동영상을 피해자 가족이 인터넷에 공개할 때까지도 경찰은 그 존재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결국, 경찰은 지난 5일 피해 학생 가족에게서 폭행 동영상을 제출받고서야 뒤늦게 분석 작업에 나섰다. 경찰은 "사건 수사 초기만 해도 피해 청소년의 얼굴 사진 2장과 전치 2주 진단서가 제출됐을 뿐 동영상의 존재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며 "뒤늦게라도 동영상을 확보한 만큼 가해 청소년들의 범행 가담 정도 등을 면밀하게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사건의 내막이 서서히 드러날수록 국민의 분노는 더욱 뜨겁다. 특히 또래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더욱 불안해하고 있다.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경찰의 부실 수사에 대한 걱정 때문. 중학생 딸을 둔 한 학부모는 “고소까지 했는데 행방을 모른다는 이유로 방관하고, 동영상이 있는 것도 모르고 있다가 피해자가 제출해야지 비로소 분석하는 경찰에 정말 실망스럽다”며 “실제 내 아이였다면 이렇게 안일하게 대응했겠느냐”고 토로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학교∙경찰 그 누구도 피해자 편에서 생각하고 도와주려 하기보단, 사건을 축소하고 그냥 대충 넘기려 했다는 점에서 분노가 가시지 않는다”며 “진실이 점차 밝혀질수록 이 같은 세상에서 앞으로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두렵다”고 호소했다.

일각에서는 재범을 막기 위해서라도 솜방망이식 처벌이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학부모는 “청소년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엔 동감하지만, 강력 범죄를 저지르고도 가벼운 징계처분을 내리는 것은 오히려 재범을 부추기는 꼴”이라며 “학교폭력 프로그램 매뉴얼 강화, 소년법 개정 등 더욱 강력한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잇단 청소년 폭행 사건 이후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소년법 폐지 청원에 동의하는 참여 인원이 나흘 만에 25만 명(8일 오후 3시 기준)을 돌파하기도 했다.

2차 피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재 온라인상에서 폭행 동영상이 떠돌고 누리꾼들의 무차별적인 ‘신상 털기’가 이어지면서 가해자뿐 아니라 피해자의 얼굴과 신상, 평소 행실 등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확산하고 있다. 오늘(8일) 부산 사상경찰서는 페이스북에 피해 여중생의 얼굴 사진을 게시하고 이를 희화화한 혐의(형법상 모욕)로 김모(21)씨를 불구속 입건하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거짓말을 경쟁적으로 올리는 해당 페이지에 이른바 '허언증 놀이인증' 차원에서 사진 등 게시물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가해자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각종 인터넷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부산 여중생 폭행 가해자라는 제목으로 여성의 이름과 학교, 사진 등 신상이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가해·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허위·왜곡된 글을 올리거나 2차 피해를 양산하는 경우 엄벌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강력범죄를 비롯한 청소년 폭력 예방을 위해 올해 안에 관계부처 합동으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앞으로 부처 합동으로 위기 학생·청소년 지원 종합대책 마련 협의체를 꾸려 청소년 위기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분석과 대응방안을 연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종합대책은 이달 22일 예정된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추가로 논의한다.

이메일발송 해당기사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목록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