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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봅시다] 교대생들은 억울한데… 동맹휴업에 싸늘한 시선

백수진 기자
윤수정 기자

2017.09.07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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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사 늘려라" 서울교대 등 수업거부
올 88% 선발 축소에 울분 토해 "정부정책 실패 우리만 뒤집어써"

- 취준생들 "떼쓰지 마라"
"다 같이 취업 못하고 있는데 교대생이라고 예외될 수 있나"

최근 교육 당국이 초등학교 교사 임용시험 선발 예정 인원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작년보다 88%(741명) 줄인다. 초등학생 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이미 선발한 교사도 발령을 못 내 임용 대기자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올해 교대 졸업 예정자에겐 날벼락이 떨어진 것이다. 모두 예견된 일이지만, 교육 당국이 외면해 왔다. 교대 재학생들은 "정책 실패의 피해를 왜 하필 우리가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느냐"며 6일부터 동맹 휴학에 들어갔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교대생들의 '이유 있는 항변'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누구나 겪는 취업난이 뒤늦게 교대생에 들이닥친 것일 뿐"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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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강의실… 열띤 토론회 - 전국 교대 동맹휴업이 시작된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의 한 강의실. 학생이 한 명도 출석하지 않아 교수 혼자 칠판 앞에 서 있는 모습이다(위). 학생들은 대형 강의실에서 수업 대신 토론회를 열어 ‘임용 절벽’ 문제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말했다(아래). /이태경 기자
6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 캠퍼스. 2주 전 개강했지만, 대부분의 강의실이 텅 비어 있었다. 서울교대는 이날부터 서울시교육청의 초등교사 선발 축소에 항의하며 동맹 휴업에 돌입했다. 학생처장은 "학생들의 동맹휴업으로 학교가 다소 썰렁하다. 교수님들의 많은 이해와 관심을 부탁드린다"는 메일을 교수들에게 보냈다.

오전 11시쯤 찾아간 한 강의실에선 학생 90여명이 바닥에 둘러앉아 있었다. 동행 휴업 후 계획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졸업 예정자뿐 아니라, 오는 7일에는 1~3학년 학생들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시위 및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참석자들은 "이렇게 갑자기 초등교사 임용 정원을 줄여 버리는 게 말이 되느냐"고 입을 모았다. 이다연 서울교대 비상대책위원장은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학생들이 시험 100일을 앞두고 급격히 줄어든 선발 인원을 통보받았다"며 "정부가 진작 5개년·10개년 계획을 세웠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교대생 동맹휴업은 서울교대를 시작으로 8일 전주·대구·진주, 11일 춘천, 12일 광주 등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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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 등 전국 초등교사 양성기관 입학 정원은 2012년 3848명에서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교사 수요와 상관없이 선발하다 보니, 임용고시에 합격하고도 발령받지 못하는 대기자는 현재 3817명에 달한다. 교대생들은 "학급당 학생 수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수준으로 낮추고 교원수급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 중이다.

하지만 교대생에 동조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다. 특히 비슷한 청년 세대의 눈길이 싸늘하다. "다 같이 취업 못하고 있는데 교대생이라고 예외가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한 취업 준비생은 "수요가 줄면 일자리도 줄어드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며 "교대생들의 요구는 떼를 쓰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교대 친구들은 등록금도 싸고 교생실습 나가면 되니 인턴 자리를 구하러 다니지도 않더라" "아르바이트하면서 온갖 인턴까지 해야 하는 다른 취업준비생 입장에선 교사 선발 축소는 배부른 소리로 들린다"는 글들이 취업 준비생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몇몇 익명 게시판에는 교대생들을 성적으로 희롱하는 글까지 올라왔다. 익명 페이스북 페이지가 교대생에 대한 욕설로 도배되자 운영자가 결국 폐쇄하기도 했다. 서울교대 4학년생 안모(27)씨는 "교대에 들어오면 교사가 되기 위한 수업만 듣고, 복수전공도 할 수 없다. 교사가 아니면 다른 길을 찾기가 어렵다"고 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저 사람이 잘되면 나는 안 된다'는 식의 무한 경쟁에 지쳐 일어난 현상"이라며 "청년층이 서로 협력해 일자리를 늘릴 고민을 하기보단 약자들끼리 아옹다옹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교대생들은 이런 시선을 의식하고 있다. 서울교대 학생들의 익명 페이스북 페이지에 '죽어도 시골(학교)은 가기 싫다'는 글이 올라오자, "투덜대지 말고 교사가 부족한 지방으로 가라"는 댓글이 달렸다. 임용고시를 준비 중인 한 교대생은 "예전엔 교대생이라는 걸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는데, 요즘은 대놓고 이야기하기 부담스럽다"면서 "친구였던 다른 학교 학생들도 '밥그릇 챙기기'로만 보고 있어 속상하다"고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정부가 인원 조절에 실패한 것이 본질'이라며 교대생을 지지하는 글도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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