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형의 진학 이야기] 대입 자소서, 정답은 없어도 오답은 있다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09.05 09:26
  • 2018학년도 대입 수시 원서접수가 다가왔다.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의 자기소개서 마무리도 한창이다. 이 시기 수험생들이 자소서를 마무리하며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자신의 자소서가 과연 어느 정도의 수준과 변별력을 갖췄는가이다. 판단이 쉽지 않은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다른 지원자들의 자소서를 보지 못해 상대적인 비교가 불가능하기 때문이고, 둘째는 설사 다른 자소서와 비교한다 해도 좋은 자소서의 기준이 저마다의 상황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답답한 마음에 자소서 예시를 찾아보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자기만의 방식대로 풀어내야 좋은 자소서임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 마디로 정답은 없는 셈이다. 그렇다면 자소서 점검의 기준은 무엇이어야 할까?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우선적인 것은 치명적인 오류가 없는지 먼저 따져보는 것이다. 정답은 없지만 오답은 명확히 존재하는 것이 자소서이기 때문이다. 특히 아래 제시하는 몇 가지 오답 사례들에 자신의 자소서가 해당된다면 얼마 남지 않은 기간에라도 과감한 수정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학생부 사실만 나열
    학생부와 자소서의 일관성 구현을 너무 확대 해석한 경우다. 학생부 내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자소서라면 굳이 수천 자를 채워가며 고생할 필요가 있을까? 2018학년도 서울대 학생부종합전형 안내서에도 동일한 주의사항이 강조됐다. ‘학생부 내용을 자소서에 그대로 나열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학생부에 드러난 ‘사건’들에 대해 단순히 느낀 점만을 추가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핵심은 학생부에 충분히 나타나지 않았거나 전혀 반영되지 못한 자기만의 특성을 자소서에서 얼마나 드러내고 있느냐이다. 학생부에 드러난 자신과 완전히 상반된 모습만 아니라면, 오히려 변별력은 학생부 밖에서 나온 소재들인 경우가 더 많다.

    동일한 소재의 반복
    동일한 소재를 두 곳 이상의 항목에서 반복적으로 등장시킬 경우 자기 컨텐츠의 빈약함을 스스로 인정하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특히 1번 항목에서 ‘학업에 기울인 노력’이나 ‘학습 경험’이 4번 항목 ‘지원동기’나 ‘진학을 위한 노력’ 등에 재등장하거나 2번에 기술한 교내활동이 3번 인성 항목에서 다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자소서 ‘만능키’로 통하는 독서 활동 역시 동일한 책이 복수의 항목에서 두 번 이상 언급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하나의 사건을 각기 다른 관점에서 각각 접근한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자신있고 비중있게 다루고 싶은 소재라 할지라도 가장 적합한 하나의 항목에서 해당 활동의 진면목을 모두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좋다.

    구체적인 사례의 부족
    자소서에서 구체적인 사례는 자기 특성을 인상적이면서도 신뢰감 있게 드러내는 데 반드시 필요한 도구다. 예를 들어 발표력이 좋다는 자기 장점을 부각하고자 할 때 특정 주제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발표를 준비해 봤고, 발표 당시 상황과 그 때의 반응들이 어땠는지까지를 한 장의 사진처럼 압축해 제시할 필요가 있다. 자신이 쓴 3~4천 자의 글자와 개념들이 입학사정관들의 머릿속에 빠짐없이 모두 각인되기를 기대할 수 없다면 전략적 차원에서라도 구체적인 사례를 더욱 강조해야 한다. 하지만 입시 현장에서 만나는 수많은 자소서 초안에는 사례가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구체적이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소서에서는 ‘명확한 주장이 없는 사례’보다 더 위함한 것이 ‘구체적 사례가 없는 주장’임을 명심해야 한다. 현재 자신의 자소서에서 몇 가지의 사례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표현되었는가를 살펴 과감한 수정과 보완의 기준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자기 특성의 부재
    자소서의 가장 치명적인 ‘오답’ 사례다. 그 발견이 쉽지 않다는 점도 어려움이다. 화려한 소재를 구체적으로 기술했음에도 그 안에서 지원자만의 특성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예를 들어 국제법률가가 되기 위해 모의UN활동이나 자치법정 활동에 열심히 참여해 그 과정을 적고 느낀 점까지 포함시켰다고 하자. 그런데 만약 나와 동일한, 혹은 유사한 활동을 경험한 또다른 지원자가 있다면 그 내용은 어떻게 다를 수 있을까(실제로 동일 계열 지원자들의 활동은 유사한 경우가 많다).

    두 지원자 모두 해당 활동의 일반적인 과정만을 적었다면 당연히 큰 차이가 나기 어렵다. 심지어는 배우고 느낀 점조차도 자신의 실제 고민을 담아내지 않는다면 누구나 예상 가능한 보편적인 내용으로 비슷하게 표현될 확률이 높다. 이는 어떤 경험이든 경험 그 자체로써 어느 정도의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수험생들의 일반적인 기대에서 비롯된다. 특히 진로나 전공과 연계성이 높은 활동이라면 그러한 기대는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수많은 유사 활동과 자소서를 접해야 하는 입학사정관들의 입장에서는 경험 자체보다 그 경험에서 묻어나오는 지원자만의 특성이 더 궁금하다. 설사 수상 실적 등 소정의 성과를 거둔 활동이라 해도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특성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면 다른 지원자들과의 차별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평소 자신의 성격이나 학습 습관, 독서 성향, 가치관, 생활 환경 등이 해당 활동과 어떻게 유기적으로 맞물렸는지, 또는 해당 활동이 자신에게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었는지 등을 함께 드러내는 것이 하나의 해결책으로 제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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