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리그 출신 김기영 대표의 IT교실] 게임에서 코딩교육의 본질을 찾다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08.30 09:50
  • 필자가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녔을 때의 얘기다. 10학년 때 유럽역사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당시 역사선생님은 흥미롭게도 제1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 유럽 국가들간 관계를 게임을 통해 설명해주셨다. 선생님께서는 먼저 학생들을 2인 1조로 나눠 러시아,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등 각각 다른 유럽 국가를 맡도록 한 후, 당시 국가별 군사력•경제력 등을 고려하여 가상게임을 진행하셨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유럽국가들 간에 이해가 충돌하는 것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는데, 이를 통해 필자는 당시 국가들간의 갈등관계가 어떻게 제 1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는지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다.

    게임을 활용한 건 역사수업뿐만이 아니었다. Yale MBA 과정 1년차에는 미국 북동부에 위치한 한 사립학교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방문한 학교의 교실 곳곳에서는 아이들 여럿이 모여 게임을 하면서 코딩의 원리를 학습하고 있었다. 몇몇 학생들은 장난감을 조립하며 코딩의 기본적인 개념을 배우고 있었고, 다른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게임을 만들었다. 수업 막판에는 본인들이 직접 만든 게임을 실행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는데, 발표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새로운 아이폰을 공개하는 스티브 잡스가 떠오를 정도로 진지하고 열정적이었다. 중학교 시절, 일렬로 된 책상에서 교실 맨 앞에 앉아 있는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컴퓨터를 배웠던 한국 교실의 풍경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기에 매우 인상 깊었다.

    요즘 미국의 코딩 교육현장에서는 게임을 통해 아이들이 즐겁게 코딩을 학습하도록 유도하는 분위기가 대세다. 주변에 해외유학을 갔다 온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학생들을 보면 다수가 미국 드라마를 즐겨 보거나 팝송을 즐겨 듣는 경우가 많듯이, 코딩도 주입식이 아닌 흥미를 기반으로 배울 때 보다 크고 지속적인 학습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여기서 게임은 아이들이 흥미롭게 코딩을 배울 수 있도록 유도하는 수단으로써 최적의 도구이다. 게임을 통한 코딩교육에서는 아이들이 단순히 게임을 하는 것 외에도 직접 코드를 짜서 원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만들어볼 수 있다. 또한 게임의 규칙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해보는 과정에서 논리적 사고력도 향상시킬 수 있다.

    역사적으로도 우리나라의 이순신 장군, 삼국지의 관우를 비롯한 여러 명장들은 바둑이나 장기와 같은 게임을 즐겼다고 한다. 바둑을 둘 때는 상대방의 수를 읽기 위해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하게 되는데, 이렇게 길러진 사고력은 전장에서 훌륭한 전술을 짜는데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게임을 통한 코딩 교육에서도 아이들은 본인이 원하는 규칙대로 게임을 만들기 위해 다양하게 코드를 짜며 끊임없이 사고하게 된다. 이러한 학습과정을 거친 아이들은 단순히 코딩 능력뿐만 아니라 어떻게 코드를 짤지 고민해보는 과정을 통해 논리적 사고력과 창의력도 기를 수 있다. 여기에 학생들 여럿이 서로 의사소통하며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볼 수 있는 환경만 조성된다면 협동심과 리더십까지 겸비할 수 있다.

    ‘양날의 검’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을 행함에 있어 잘 쓰면 본인에게 이롭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해가 되는 상황을 나타낼 때 쓰이는 말이다. 대표적인 예가 모르핀인데, 잘못 쓰면 나 자신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피해를 주지만 적절하게 쓰면 마취제•진통제와 같이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의약품의 역할을 훌륭히 해낸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어떤 사람은 게임 중독자로 전락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영재교육의 일환으로 활용하여 코딩능력과 사고력을 증진시킨다. 게임, 이제는 현명하게 활용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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