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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 시대의 교육 방향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23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국제미래학회·한국교육개발원·국회미래정책연구회가 주관하고 교육부·한국교육학술정보원·한국직업능력개발원·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후원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현 정부의 교육 개혁 과제와 정책 방안 대토론회’다.
이찬승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대표와 안종배 미래정책연구원장이 주제 발표를 한 다음, 패널 토의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전 정통부 장관)·류희찬 한국교원대 총장·유지수 국민대 총장·강선보 한국교육학회장·이용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이화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직무대리·박영숙 한국교원교육학회장·공기택 경기 동원고 교사 등이 패널로 나섰다.
이찬승 대표는 “‘A라는 교육 정책을 내놓으면 B라는 결과가 나온다’는 획일화한 전제는 반드시 틀린다”며 “상황과 사정이 각기 다른 17개 시·도 교육청에 저마다 적절한 정책을 진행할 수 있는 자율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처럼 정부가 각 학교와 교육청에 여러 제재를 가하면 학생의 다양성을 제대로 키울 수 없으므로 국가 차원의 교육 과정을 최소화하고, 지역 중심의 교육 과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금 한국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로 ▲학생과 교사 삶의 질 악화 ▲학습 부담 과다 ▲출신과 문화 차이로 인한 교실 내 다양성 증가 ▲고교 내신 및 수능 9단계 상대평가 ▲주입식 교육 등을 꼽았다. 그리고 이 문제를 바탕으로 ‘2030년께 한국 미래교육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고 그 모습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장기 교육 비전에 초점을 둔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했다. 수능은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폐지될 거라고 했다. 그는 “정부가 조급함을 버리고 정권을 초월한 장기적 교육 정책을 세워야 한다.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 없이 교육 개혁을 진행하면 반드시 실패한다”고도 지적했다.
안종배 원장도 “속도보다 방향에 중점을 둔 장기적 관점에서 교육 개혁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원장은 “인공지능 시대에 새롭게 생겨날 직업을 준비하려면 미래 4대 핵심 역량인 ▲창의적인 인지 역량 ▲인성 갖춘 정서 역량 ▲협력하는 사회 역량 ▲생애주기 학습 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교육을 개혁해야 한다”고 했다. 대학도 이 역량을 중심으로 학생을 자율적으로 평가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지나치게 교육의 ‘균등’에 초점을 두기 보다는 개개인이 자기 ‘능력’을 다양하게 발휘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곽병선 국립인천대 석좌교수가 진행한 패널 토의에는 각계 교육 전문가가 참가한 만큼 수능·진로·대학 등 다양한 각도에서 개혁을 제안하는 의견이 나왔다. 진대제 회장은 수능 폐지를 주장했다. 진 회장은 “지난해 수능 문제를 직접 풀어봤더니 ‘주사위를 세 번 던져 1이 나올 확률을 계산하라’는 문제가 나오더라”며 “실생활에서 주사위 던질 일도, 확률 계산할 일도 없는데, 이런 문제를 푸는 데 시간 낭비하게 하는 게 수능이라면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진 회장은 “미분방정식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평생 미분방정식을 쓸 일이 없는 데다, 지금은 컴퓨터가 대신 계산해 준다”며 “실생활에 관한 지식을 함양할 수 있는 교육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도 했다.
수능 및 내신 절대평가에 대한 의견도 있었다. 공기택 교사는 “4차 산업혁명에 적합한 자율적 인간을 양성하기 위해 점수 경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수능 및 내신에서 완전 절대평가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현재 영어·한국사에 실시하는 일부 절대평가는 학생들을 더 큰 경쟁으로 몰아넣는다는 점에서 기만에 가깝다는 것이다. 공 교사는 “수능이라는 국가 차원의 시험은 유지하되, 문제은행을 중심으로 자격고사화해야 한다. 대학은 논술과 면접을 통해 변별력을 부여해 자유롭게 학생을 선발하면 된다”고 했다.
류희찬 총장은 미래형 학생을 키우려면 임용시험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교육은 교사 수준을 넘을 수 없으므로, 결국 좋은 교사를 양성하지 않으면 좋은 미래도 올 수 없다는 것이다. 류 회장은 “지식을 가르치는 교사가 필요 없는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교사가 되려는 학생들이 지식 가르치는 방법으로 가득한 임용고사를 치르기 위해 4년 내내 아침부터 밤까지 노량진에서 나온 교재를 달달 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지수 총장은 정부와 기업 입사 과정에서 인적성 검사를 폐지할 것을 제안했다. 유 총장은 “대학생들이 인적성 검사만을 위해 강의실 안팎에서 9~12개월을 들이고 있다. 창의성이나 사고력과는 큰 상관 없는 이 시험 때문에 대학이 정작 사고력 키우는 교육을 할 수 없도록 한다는 점을 기업과 정부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이날 논의한 내용은 국회미래정책연구회를 통해 청와대와 교육 정책 당국에 제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대비하려면… “‘수능’ 폐지하거나 전면 절대평가 도입해야”
- 23일 국회서 ‘현 정부의 교육 개혁 과제와 정책 방안 대토론회’ 열려
- 수능 폐지하거나 절대평가로 자격고사화 해 “점수 경쟁서 벗어나야”
- “교사 교육· 임용시험 제도도 바뀌어야” 의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