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면접관 대신 AI가 지원자 걸러낸다는데…
손현경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7.08.23 11:00

- 인재상 외우는 사교육 늘 것 VS 감정 배제한 효율적 채용 이뤄질 것
- “대학 입시에도 반영될까” 교육계 관심 쏠려

  • AI가 사람을 채용하고 나아가 대학 입시에서 인재를 선발할 날이 머지않았다. /조선일보 DB
    ▲ AI가 사람을 채용하고 나아가 대학 입시에서 인재를 선발할 날이 머지않았다. /조선일보 DB
    인공지능(이하 AI)이 자기소개서를 읽고 면접을 볼 날이 머지않았다. 과거 인사담당자의 경험과 감에만 의지하던 채용과는 달리 AI를 통해 인재를 뽑는 것이다.

    “5명의 자기소개서를 읽고 합격, 불합격을 판정하는 데 AI는 15초, 사람은 약 15분이 걸렸습니다. AI가 약 60배 빠른 셈이죠. 결과를 보더라도 불합격자가 정확히 일치합니다.”

    기업 인재채용에 AI 바람이 불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나가사키 켄이치(長崎 健一) 소프트뱅크 인사 본부장은 지난달 AI를 활용한 인재 채용의 성과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AI는 해당 기업이 선호하는 인재상을 기준으로 지원자의 자기소개, 지원 동기, 에세이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합격과 불합격을 거른다. AI가 불합격이라고 판단한 지원자에 한해서 채용 담당 직원이 다시 확인 후, 그중에 합격자를 다시 골라낸다.

    김종훈 제주교대 초등컴퓨터교육과 교수는 “기업에서의 AI 채용은 AI를 이용한 ‘업무의 효율화’가 인재 채용에서도 이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블라인드 채용’을 점차 확대하는 국내 기업에 주는 시사점도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인사담당자 “AI 인재채용, 사람 면접관보다 신뢰 안가”

    그러나 아직까지 대다수의 인사담당들에게 AI 인재채용은 낯설다. 최근 취업포털 커리어가 인사담당자 375명을 대상으로 ‘AI 채용’을 주제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AI 채용에 부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48%였다. 이들 중 60%는 ‘경험으로 얻은 인재를 보는 눈을 활용할 수 없어서’를 이유로 꼽았다. 또 ‘시행착오와 혼란을 겪을 것 같아서’(26.1%), ‘인공지능을 신뢰할 수 없어서’(13.9%)를 이유로 선택했다.

    실제로 대기업 계열 상무급의 한 인사는 “사람은 사람이 봐야 한다는 게 아직 우리나라의 정서다. 또한 사람의 인상이나 관상을 AI가 과연 볼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오히려 기업 인재상에 부합한 내용을 꿰맞추기 위해 수 백가지 단어를 외우게 하는 사교육 학원이 등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인사담당자 역시 “요즘 회사는 개인의 능력뿐만이 아니라 조직적응 능력과 그룹과제 해결 능력이 중요하다. 이를 AI로 판단한단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결국 우리나라 AI 채용 도입의 문제는 신뢰성이 담보돼야 하는데 이를 일일이 확인하려면 사람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기업 채용에 관여하는 AI/ 조선일보 DB
    ▲ 기업 채용에 관여하는 AI/ 조선일보 DB
    ◇ 전문가 “기업과 지원자 사이 미스매치 줄여줄 것”

    그러나 컴퓨팅 또는 4차산업 혁명 전문가들은 AI 인재 채용은 자연스러운 시대 흐름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재호 경인교대 컴퓨터교육과 교수는 “현재까지 빅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하는 AI가 완벽하게 인재를 선별할 수 있다고 보긴 어렵지만 이미 채용한 직원들의 성과를 분석하면 좀 더 정교한 기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과 유럽에선 이런 AI 채용이 빠르게 번지는 중이다. AI 채용은 해외에서 곧 우리나라로 유입될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 IT 업계에서는 시도하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 겸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 역시 “AI가 기업과 지원자 간의 미스매치를 줄여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즉 이직률을 줄여줄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6일 낸 보고서를 보면 국내 직장인의 1년 이상 고용유지율은 57.6%밖에 되지 않는다. 절반 이상이 1년 이내에 직장을 그만두고 나가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직의 가장 큰 이유는 임금과 적성이다. 이런 미스매치를 빠르게 해결해 줄 대안은 AI 채용”이라고 강조했다.

    채용에서 감정을 배제한 효율적인 채용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김종훈 교수는 “면접관이 지원자를 평가할 때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이나 일시적신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채용이 진행된다는 점이 ‘AI 채용’의 큰 장점”이라고 밝혔다.

    ◇ 학종 확대되는데…대학 자소서도 AI가? 입학처장들 “시기상조”

    AI가 인사채용뿐만 아니라 입시에도 적용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주요 대학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이 해마다 늘고 강화되면서 서류(자기소개서 등)와 면접이 주요 평가 요소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미 각 대학에서는 학종 서류 단계에서 수 만명의 자기소개서를 검토하기 위해 유사성 검사를 하고 있다. 백광진 중앙대 입학처장은 “AI 단계까지는 아니더라도 자기소개서 컨설팅 학원 등 사교육을 받은 학생과 차별화를 가진 학생을 찾기 위해 문장 유사성 검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학들은 기업의 인재 채용과는 달리 입시에서 학생을 선발하는데 AI를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은다. 나민구 한국외대 입학처장은 “기업의 인재 채용은 정형화된 부분이 없지 않기 때문에 효율적일 수 있겠지만, 대학의 인재 선발은 정형화된 인재가 아닌 가능성 있는 인재를 찾기 때문에 AI의 영역은 아니다”라며 “학생부와 자기소개서의 문장 사이 행간을 읽어 비교하며 읽어낼 수 있는 것은 아직 그 대학의 입학사정관 또는 담당 교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권오현(서울대 독어교육과 교수) 전 입학관리본부장 역시 “사람은 내면을 볼 수 있지만, AI는 인재의 내면을 볼 수는 없다. 입시는 성장된 사람을 채용하는 채용과정과는 달리 그 사람이 우리 대학을 통해 성장해 나갈 것을 통찰해야 한다”며 “입시와 AI는 맞지 않다”고 말했다.

    AI가 입시에 적용될 시 사교육 시장이 이를 위한 ‘AI 입시 마케팅’에 나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사교육 업체는 지금의 학종처럼 주관적인 것보다는 AI라는 사람이 아닌 기계로 계량화 또는 통계화하는 것을 더욱 환영할 것”이라며 “어느 대학은 어떤 형용사를 몇 번 활용해야 더 잘 선발되는지 등의 사교육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즉, ‘AI 입시 마케팅’이 들썩일 것이란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