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 차이’만 확인한 수능 개편안 공청회…어떤 주장 오갔나
방종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7.08.21 18:08

-1안과 2안 놓고 팽팽히 대립
-교육부, 이달 말 확정 발표 앞두고 난항 예상

  •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에서 열린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 공청회에서 절대평가를 찬성하는 학부모들과 상대평가를 찬성하는 학부모들이 각각 손피켓을 들고 있다. / 조선일보 DB
    ▲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에서 열린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 공청회에서 절대평가를 찬성하는 학부모들과 상대평가를 찬성하는 학부모들이 각각 손피켓을 들고 있다. / 조선일보 DB
    중3 학생들이 치르는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 확정을 앞두고 의견 수렴을 위해 열린 공청회가 오늘(21일 충남대 개최) 일정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총 네 차례에 걸쳐 진행되는 동안 절대평가 도입 과목 확대 범위에 관한 전문가들의 공방이 치열하게 펼쳐졌다. 전 과목에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학생들에게 혼란을 가져올 뿐이라는 우려와 과도한 경쟁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엇갈렸는데, 이는 끝내 좁혀지지 않았다. 그간 열린 공청회에서 화제가 됐던 패널들의 의견을 모아봤다.

    교육부의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 발표 바로 다음날인 11일 열린 첫 공청회에서는 정부의 갑작스런 행보에 부정적인 기색을 내비친 교육전문가들의 의견이 많았다. 안성진 성균관대 교수는 “수능을 모든 과목 절대평가할 경우 변별력이 없어져 정시나 수시가 별반 차이가 안 난다”며 “이는 중하위권 학생들이 정시로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희망의 사다리를 끊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고, 송현섭 서울 도봉고 교감 역시 “단순히 수능 평가방식만 바꾼다고 점수경쟁에 따른 입시적폐가 사라지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인재선발 방식을 찾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이찬승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대표는 “현재 수능체제는 입시경쟁 등 학교교육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너무 크다”며 “고교교육의 내실화를 위해서는 5등급 전 과목 절대평가를 추진해야 한다”고 맞섰다.

    전남대에서 열린 2차 공청회와 부경대에서 진행된 3차 공청회에서도 절대평가 과목의 단계적 확대(1안)냐, 전면 실시(2안)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신병춘 전남대 수학과 교수는 “정답도 아닌 것을 가지고 준비가 미흡한 상황에서 급격한 변화는 지나친 혼란을 일으킨다는 면에서 점진적인 개편이 충격을 완화한다고 생각한다”며 전자를 지지했다. 손철수 인천 안남고 교감도 “2021학년도 수능 절대평가는 1안으로 가되 기한을 두고 2안을 시행하거나 수능을 폐지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반면 문동호 광주여고 교사는 “1안은 기존 수능과 비슷해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크지만 수업 혁신에 한계가 있다”며 “수능 절대평가가 전면 시행될 경우, 대학은 학생 선발에 다소 어려움을 겪겠지만 학생부와 수능 조합을 활용해 새 전형을 도입하면 된다”고 2안을 찬성했다. 조창완 좋은교사운동 교육연구위원장은 “수능을 절대평가화하면 대학 신입생 선발은 어떻게 하느냐고 하지만 고교 교육의 목적은 대학을 위해 학생을 줄 세워주는 것이 아니다”라며 “전 과목 90점 이상자가 1만명이라면 충분히 변별할 것이고, 더 세밀한 변별은 대학이 학생부를 꼼꼼히 검토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충남대에서 열린 마지막 공청회에서도 의견 차이는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수능 개편 시안 1안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수능 개편 방향에 맞지 않는 자기모순적 방안”이라며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학습 및 선택과목 활성화 유도라는 수능 개편방향과 달리 1안을 선택할 경우, 여전히 점수를 잘 받기 위한 선택과목으로 쏠리는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하 대전 중일고 교사도 “고교 교육이 시험과 대입에 종속되지 않고 본연의 역할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전 과목 수능 절대평가가 필요하다”며 “변별력에 따른 선발 문제는 대학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조정기 순천향대 수학과 교수는 “우선 1안으로 시작하고 충분한 연구 검토를 거쳐 단계적으로 확대하다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제), 고교학점제 등과 함께 전면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검토가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수능 절대평가 전 과목 도입 시 생길 수 있는 혼란을 방지하려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교육부는 네 차례에 걸쳐 개최한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 등을 반영해 이달 31일에 수능 개편 확정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앞서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수능 개편 두 가지 시안을 발표하면서 "절충안은 없다"고 못 박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