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청회 네 번으로 수능 개편안 결정?…귀 닫은 교육부
김세영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7.08.21 15:39

-의견 수렴 위해 열린 공청회, 오히려 논란 키워

  • 지난 11일 서울교대에서 열린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 공청회’에서 한 학부모가 “교육부는 이번 개편안이 진정 아이들을 위한 것인지 양심에 손 얹고 생각해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김세영 기자
    ▲ 지난 11일 서울교대에서 열린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 공청회’에서 한 학부모가 “교육부는 이번 개편안이 진정 아이들을 위한 것인지 양심에 손 얹고 생각해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김세영 기자

    교육부가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귀를 닫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10일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을 통해 수능 7과목 중 4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안(1안)과 7과목 모두를 절대평가로 치르는 방안(2안)을 내놨다. 최종안은 네 차례에 걸친 권역별 공청회를 거쳐 의견을 수렴한 다음, 오는 31일께 확정하기로 했다. 권역별 토론회는 서울교대(서울·경기·인천·강원), 전남대(광주·전남·전북·제주), 부경대(부산·울산·대구·경북·경남), 충남대(대전·세종·충남·충북)에서 차례로 열리는 것으로 결정됐다. 현재 공청회는 총 3회 진행됐다. 마지막 공청회는 21일 오후 4시부터 충남대에서 열린다. 이 과정에서 “공청회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논란은 첫 공청회부터 시작됐다. 개편안 발표 다음 날인 11일 서울교대에서 열린 공청회는 패널 네 명의 발표(90분)와 참석자 의견 청취(30분)로 구성됐다. 발표자로 안성진 성균관대 입학처장(컴퓨터교육과 교수), 이찬승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대표, 송현섭 서울 도봉고 교감, 김선희 좋은학교바른교육학부모회장이 나섰다. 교육부에 따르면 패널 배정 시 대학 입학사정관·교사·학부모 등 교육 주체들을 다각도로 고려했다. 그러나 패널 구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자신을 은퇴한 교사라고 밝힌 한 참석자는 마이크를 건네 받아 “교육부가 정말 현장 의견 들을 생각이 있는지 모르겠다. 발표자 자리에 대학교수와 시민단체 대표 대신 교사나 학부모가 더 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를 제외한 세 발표자가 1안을 지지하자, 공청회가 편향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교사단체 회장 출신 교사는 “이미 (교육부가) 수능 개편안 방향을 1안으로 정한 것 아니냐. 공정한 토론으로 보이려는 성의조차 없다”고 꼬집었다. 교육부는 공청회 직후 패널 편중 문제가 제기되자, 두 번째 공청회부터는 1안을 지지하는 패널 두 명과 2안을 지지하는 패널 두 명으로 균형을 맞췄다.

    16일 전남대에서 열린 두 번째 공청회에서는 불통(不通) 문제가 불거졌다. “질문 안 받겠다”는 사회자 발언 때문이다. 이날 토론자로는 신병춘 전남대 수학과 교수, 문동호 광주여고 교사, 손철수 인천 안남고 교감, 임진희 참교육학부모회 광주지회장이 나왔다. 신 교수와 손 교감은 1안을 지지했고, 문 교사와 임 회장은 2안을 지지했다. 발표 후 시민 질문이 이어지자, 토론회 좌장인 강요식 수능개선위원이 “질문은 안 받는다”며 “교육부 관계자가 진행 상황을 기록 중이니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개편안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당시 진행에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면서도 “공청회는 질의응답보다는 의견을 듣는 데 초점을 둔 자리”라고 설명했다.
    애초 두 가지 안만 내놓고 저울질하는 데 대한 볼멘소리도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절충안 없이 1·2안 중 하나로 결정한다”고 못박은 바 있다. 이 때문에 각 공청회와 학부모 카페에 “수능 전 과목을 상대평가 하는 안은 왜 없느냐” “절대평가 확대는 다수 학부모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다”라는 얘기가 끊임없이 나온다. 서울교대 공청회에서도 “수능 절대평가를 논하기 전에 내신 상대평가부터 손 봐야 한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폐지하라”는 등 고성이 오갔다.

    교육부 발표 이후 뒤늦게 수능 개편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게 된 학부모들의 불만도 작지 않다. 중 3 학부모인 김미정(46·서울 송파)씨는 “국민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한다면서 왜 공청회를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느냐”며 “매번 주중 오후에 진행하는 일정이라면 나 같은 워킹맘은 처음부터 고려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공청회 미 참석자가 의견을 개진할 공식적인 방법은 현재 교육부로의 전화가 유일하다.

    교육부는 두 가지 안이 지난해부터 교사·대학·학부모를 상대로 수집한 의견을 반영한 결과이며, 이번 공청회 현장 반응까지 고려해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7월 전국 각지 학부모 20명씩 총 60여 명을 만나는 ‘학부모 경청 투어’를 열기도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공청회에서 공개 발언 기회를 얻지 못한 참석자 의견까지 두루 듣기 위해 현장에서 설문지를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