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수능 개편] 신설된 통합사회·통합과학… 수업·평가 방식 ‘확’ 바뀐다
오선영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7.08.21 09:03

-교사가 단원별 핵심질문 설정하고, 학생 모둠별 탐구·활동 중심으로 수업
-'수행평가' 등 과정 중심 평가 영향력 커져… 수업 참여도가 내신 좌우할 듯
-'내신 더 중요해졌는데…' 교사 주관적 평가 방식 놓고 문제 제기도
-수업 내용·방식, 기존 과목과 달라… '수능 문제' 새로 개발할 것

  • 지난 7~9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통합사회 선도교원 연수가 진행됐다. 교육부는 내년 통합사회·통합과학 도입을 앞두고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전국 사회과 교사 7400여 명, 과학과 교사 7000여 명을 대상으로 연수를 진행 중이다. /백이현 객원기자
    ▲ 지난 7~9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통합사회 선도교원 연수가 진행됐다. 교육부는 내년 통합사회·통합과학 도입을 앞두고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전국 사회과 교사 7400여 명, 과학과 교사 7000여 명을 대상으로 연수를 진행 중이다. /백이현 객원기자
    “‘출발선 게임’을 해보면 어떨까요? 예컨대 50m 달리기를 하는데 ‘여자’ 카드를 뽑은 사람은 출발선에서 뒤로 한 발짝, ‘4년제 대학 졸업자’ 카드를 뽑은 사람은 앞으로 한 발짝 가는 식으로 자기가 뽑은 카드 조건에 따라 출발 위치를 달리하는 거예요. 그러면 ‘사회적 불평등’이 무엇인지 체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난 8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17 통합사회 선도교원 연수’ 현장. 서울 지역 고교 사회과 교사 200여명이 모여 내년 도입될 통합사회 교과와 관련, 교수·학습 방향 및 사례 등을 논의하며 배우는 자리였다. 이날은 교사 5~6명이 모둠을 구성, 서로 의견을 모아 활동 중심 수업을 직접 설계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일반사회, 역사, 지리, 윤리 등 서로 다른 과목 교사들이 한 모둠을 이뤄 의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2021 수능 개편 시안’이 지난 10일 발표되자, 중 3 학생·학부모 관심은 수능 과목으로 신설된 ‘통합사회·통합과학’에 쏠렸다. 통합사회·통합과학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내년 고 1에 처음 도입되는 과목이다<[표 1] 참조>. 하지만 어떤 내용을, 어떻게 배우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어 학생·학부모 혼란이 가중하고, 관련 사교육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중 3 딸을 둔 김지연(43·서울 양천)씨는 “딸이 과학을 좋아하지 않는데 수능에서 통합과학을 치러야 한다니 걱정”이라며 “주변 학부모들도 ‘(절대평가여도) 대입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니 미리 준비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한다”고 밝혔다. 교사 연수 현장 등을 통해 통합사회·통합과학 교과 내용과 수업 방식을 살펴봤다.

    ◇교육부 “학습 내용부터 수업·평가 방식까지 전부 바꿀 것”

    통합사회·통합과학에서 보이는 교육 변화는 상당히 크다. 문과 학생에게 과학을, 이과 학생에게 사회를 가르치는 수준의 단순한 변화가 아니다. 교육부는 학습 내용부터 수업·평가 방식까지 모두 바꿀 계획이다.

    통합사회 과목은 ▲삶의 이해와 환경(행복·자연환경·생활공간) ▲인간과 공동체(인권·시장·정의) ▲사회 변화와 공존(문화·세계화·지속 가능한 삶) 등 3개 영역 9개 핵심 개념으로 구성된다<[표 2] 참조>. 일반사회·지리·역사·윤리 등 기존 사회 과목 지식을 묶어 통합했다. 여기에 핵심 개념별로 성취기준을 부여했다. 예컨대 ‘삶의 이해와 환경’ 영역의 ‘행복’ 단원에서는 ‘사례를 통해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행복의 기준을 비교해 평가하고, 삶의 목적으로서의 행복의 의미를 성찰한다’ 등을 성취기준으로 설정했다. 연수에 참여했던 한 윤리 교사는 “성취기준에 적힌 ‘비교한다’ ‘평가한다’ ‘성찰한다’는 말의 주체는 바로 학생”이라며 “예전처럼 교사가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학생이 직접 탐구하고 활동하며 학습하게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통합과학도 마찬가지다. ▲물질과 규칙성(물질의 규칙성과 결합·자연의 구성 물질) ▲시스템과 상호작용(역학적 시스템·지구 시스템·생명 시스템) ▲변화와 다양성(화학 변화·생물 다양성과 유지) ▲환경과 에너지(생태계와 환경·발전과 신재생에너지) 등 4개 영역에 걸쳐 9개 핵심 개념으로 재구성됐다<[표 2] 참조>. 역시 핵심 개념별로 기존 물리·화학·생명과학·지구과학을 통합한 내용이다<[표 2] 참조>.

    교육부 측은 통합사회·통합과학의 교과 내용 수준도 기존 고 1이 배우던 사회·과학보다 낮춘다고 밝혔다. 중학교를 졸업한 고 1학생이면 누구나 통합사회·통합과학 수업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게 한다는 얘기다. 수능 문제도 고 1 수준을 넘지 않게 출제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교과서 검정 작업이 마무리 단계인데, 기존 사회·과학 교과서처럼 (지식 전달용) 내용이 많거나 수준이 높은 것들은 대부분 탈락한 것으로 안다”며 “오히려 중학교 교과 내용과 겹치는 부분이 많을 정도로 쉬워졌다”고 귀띔했다.

    수업 방식도 크게 달라진다. 교사는 단원별로 ‘핵심질문’을 설정하고, 모둠별 협동 학습을 기반으로 활동 중심 수업을 진행한다. ▲토의·토론·발표 ▲탐구 활동 ▲팀 프로젝트 등이 강화된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교사가 학생의 수업 참여도(개인·팀별)와 지적 수준, 융합적 사고력 등을 평가해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에 기록한다. 한 일반사회 교사는 “수업에서 활발히 의견을 내고 적극적으로 활동한 학생이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며 “(교과 내용은 비교적 쉬운 편이지만) 학습 내용을 잘 이해하고 스스로 생각하고 잘 표현해야 하므로, 지식 암기에만 익숙한 학생은 어렵게 느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통합사회의 ‘생활공간과 사회’ 단원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교사는 ‘산업화·도시화는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란 핵심 질문을 설정한 다음 ‘안씨 3대의 시대별 생활양식 파악’이라는 학습 경험(활동)을 설계하는 식이다. 수업은 ▲모둠별로 ‘안씨네 3대의 하루’라는 제목으로 시대를 달리해 할아버지(1950년), 아버지(1980년), 나(2010년)의 하루 생활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하기 ▲작성한 그림을 모둠별로 발표하기 등 활동 중심으로 진행된다. 통합과학도 ‘생태계와 환경’ 단원을 예로 들면, ▲생물다양성 파괴가 생태계 보전에 미친 영향을 조사하고, 인류의 생존에서 생태계와 생물 다양성의 가치 토론하기 ▲에너지 제로하우스를 구상하여 발표하고, 에너지 제로하우스가 미래형 주거 형태에 주는 시사점 토의하기 같은 탐구 주제(활동)가 주어진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업을 ‘학생 참여형’으로 바꾸는 게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를 위해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전국 고교 사회과 교사 7400여명, 과학과 교사 7000여명을 대상으로 연수를 진행하며, 에듀넷 티클리어 사이트를 통해 다양한 학습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학교선 ”현장 적용 어렵다” “평가 방식 고민” 의견도

    통합사회·통합과학 도입과 학교 교육 변화 방향에 대해서는 많은 교사가 공감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 입시 중심으로 돌아가는 학교 현장에서 이러한 변화가 잘 적용될지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무엇보다 교사 입장에서는 혼자서 (전공이 아닌 과목까지) 4개 과목을 통합해 가르쳐야 한다는 부담이 가장 크다. 또 ‘일반 선택’ ‘진로 선택’ 과목을 가르쳐야 하는 상황에서 통합과목까지 맡게 되면 업무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연수에 참여한 한 역사 교사는 “본래 취지대로 통합사회 수업이 진행되려면 사회과 교사들이 방과 후 모여서 수업 내용과 방식을 협의해야 한다”며 “연수에서 해보니 4차시 수업 설계에 기본 2~3시간이 소요되는데, 실제로 학교에서 이러한 협의가 꾸준히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한 과학 교사는 “(이런 현실 때문에) 학교에서는 각 영역을 핵심 개념별로 쪼개 기존 과목처럼 나눠 가르치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실제로 서울의 한 고교 교감은 “(통합사회·통합과학 도입에 대비해) 별도로 준비하는 것은 없다. 예전처럼 각 과목 교사가 단원을 나눠 가르칠 예정이다. 다른 학교들도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학습량이나 수준은 기존 고 1이 배우던 사회·과학보다 낮아졌지만, 수업 수준에 대한 고민은 여전하다. 서울의 한 고교 과학교사는 “교과서도 안 나온 상황에서 어느 수준까지 가르쳐야 할지 의문”이라며 “(대입을 고려하면) 학교에서는 수업 수준을 수능에 맞출 수밖에 없는데, 수능 출제 방식 등이 미정인 상태라 교사들도 판단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또 다른 사회과 교사는 “일선 학교에서는 수능에 대비해 어떻게든 고 3 때 통합사회·통합과학을 복습할 수 있게끔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교육부 관계자는 “통합사회·통합과학은 기존 과목과 내용이나 수업 방식이 다른 만큼, 지필고사(내신·수능) 문제도 새로 개발해야 한다”며 “관계부처와 협의해 이른 시일 안에 수능 출제 내용과 예시 문제 등을 개발해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 큰 걱정거리는 ‘평가’ 문제다. 수업 방식이 활동 중심으로 바뀌면, 평가 방식도 자연히 ‘수행평가’나 ‘과정 중심 평가’로 바뀔 수밖에 없어서다. 한 고교 사회과 교사는 “수능에서 절대평가가 확대되면서 ‘내신’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교사 주관이 작용하는) 수행평가를 중심으로 성적을 매기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며 “성적에 대한 학생·학부모 문의나 민원이 폭주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한 고교 과학과 교사는 “사실 지필고사가 가장 논란이 적은 평가 방식인데, 통합사회 교과 내용은 지필고사 문제로 내기가 쉽지 않겠더라”며 “학생 평가 측면에서 세심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사회과 교사는 “통합사회·통합과학 수업에서 하는 활동과 그에 관해 학생부에 적히는 내용은 대입 학생부종합전형 지원 시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담당 교사나 학교가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수업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일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