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비판받은 文정부 수능 개편, 과거 정부 전철 밟나
신혜민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7.08.18 15:19

자유한국당 주최 文정부 100일 토론회 가보니… 수능 개편안 ‘맹공’

  •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그동안 나온 교육정책 전반을 진단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신혜민 기자
    ▲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그동안 나온 교육정책 전반을 진단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신혜민 기자
    “대한민국이 앞으로 5년만 존재하는 듯 졸속 정책을 펼치면 되겠습니까.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교육 문제만큼은 아니지요.”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문 정부가 내놓은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은 3~4년 후 학생들의 학업 성적 저하, 사교육 증가 등 엄청난 악재로 되돌아올 수 있습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자유한국당 정책위원회와 여의도연구원이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그간 나온 교육정책 전반을 진단하는 토론회를 개최한 가운데, 최근 발표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편안’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졌다. 짧은 기간 내 너무 성급하게 정책을 추진해 교육계 전반에 불신을 낳았다는 지적이다.

    오늘(18일) 오전 10시부터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교육정책,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한 정책 토론회에는 교육 관계자, 시민단체, 학부모 등이 현장을 가득 메워 뜨거운 열기를 더했다. 몇몇 참석자들은 ‘수능 절대평가 결사반대’, ‘쥐구멍 정시 확대하라’ 등 2021학년 수능 개편안을 비판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토론회는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이어졌다.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를 좌장으로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황영남 전(前) 영훈고 교장, 권순활 전 동아일보 논술위원, 조형곤 21세기미래교육연합 대표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이날 토론회의 화두는 단연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이었다. 발제자로 나선 양정호 교수는 정부의 수능 절대평가 확대안에 대해 "수능이 절대평가로 바뀌면 동점자가 속출하고, 소위 실력보다 운에 따르는 ‘로또 수능’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정부가 초창기 제대로 된 교육 정책을 펼치지 못하면, 3년 후인 2021년엔 수능 절대평가, 내신 절대평가, 특목고·자사고 폐지 및 혁신학교 확대 등 ‘트리플 악재’가 올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과거 정부의 그림자를 밟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7년 시행된 노무현 정부의 등급제를 예로 들었다. 양 교수는 “당시 학생들은 수능을 잘못 본 것도 대통령 탓, 대학을 못 간 것도 대통령 탓이라며 모든 비난을 중앙정부에 쏟았다”면서 “지금 발표된 수능 절대평가 시안도 전과목을 절대평가로 하는 2안이 시행되면, 과거 정부 때 발생했던 혼란이 그대로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1안이 시행되더라도 ‘통합사회·통합과학’이라는 새로운 시험과목이 추가된 만큼 학생들에게 반발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희경 의원도 새 정부의 수능 개편안에 대해 사회적 혼란만 조장했다며 맹렬히 비판했다. 전 의원은 “섣부른 수능 절대평가 확대 전환은 수능의 변별력을 떨어뜨려 대입제도로서의 기능을 잃게 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수능을 대체하고자 새로운 입시 사교육 시장이 생겨나 비정상적인 경쟁을 불러일으킬 게 뻔하다”고 꼬집었다.

    양 교수는 이 같은 교육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장기적인 입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권·장관이 바뀔 때마다 대입 정책이 변경돼 학생, 학부모, 교사의 정부 신뢰도가 약화됐다는 것. 양 교수는 “최근 전국 중·고등학생 학부모 234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2.1%가 '잦은 수능 체제 변경으로 혼란스럽다'고 답했다”며 “정권이 바뀌어도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혼란스럽지 않도록 중·고교 기간인 6년 동안 입시정책 변경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황영남 전 영훈고 교장도 성급한 개혁으로 인한 교육 현장의 혼란은 사라져야 한다며 강하게 비판하자, 학부모들의 박수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황 전 교장은 “해방 후 지금까지 대입정책만 23번 바뀌는 등 그간 정부에서 교육 정책을 일종의 ‘선거 전리품’으로 여기며 추진해왔다”며 “수능 절대평가 확대라는 대선공약을 실행하고자 무조건 밀어붙이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충분한 의견 수렴을 통해 준비하는 것이 사회적 비용과 교육 주체자의 갈등을 줄이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수험생들을 더는 실험의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1993년 수능이 시행된 이후 꾸준히 이뤄진 대입제도가 없어 해마다 학부모를 불안으로, 수험생을 실험용으로 내몰기 반복했다”며 “현재 정부가 국가교육회의를 구성해 이를 방지하기 위한 기반을 닦으려고 하는데, 이때 단순한 자문기구의 역할을 넘어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 방향을 잡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 /신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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