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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은 수험생에게 ‘부담’이 아니라 ‘기회’입니다. 대학입장에서 입시절차를 생각한다면 면접 도입은 번거로운 일이죠. 그럼에도 면접을 하는 건 대입의 공정성과 변별력을 내실화하는데 중요한 축이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중앙대 2018학년도 수시모집의 가장 큰 특징은 지난해까지 서류로만 학생을 뽑았던 학생부종합전형 중 탐구형인재에 올해부터 면접을 도입한 것이다. 백광진<사진ㆍ의학부 교수> 중앙대 입학처장은 “서류로만 평가한다면 정원의 1배수가량만 기회를 얻지만, 면접을 하면 정원의 2~3배수에도 입시에 도전할 기회를 주게 된다. 수험생들에겐 면접이 자신이 가진 재능이나 노력의 과정을 보여줄 수 있는 ‘선물’이 되는 셈이고 ‘기회’가 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면접을 통해 학생의 역량을 좀 더 넓고 깊게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지적 탐구역량을 평가한다는 것은 단지 교과 성적이 좋은 학생, 특수목적고 학생을 뽑겠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실제 면접 사례인데요, 적분 개념을 설명해보라고 했더니 일반고 학생이 과학고 학생보다 원리에 대해 정확히 설명하더군요. 결국 일반고 학생이 합격했습니다. 어려운 적분 문제를 풀어보라고 했다면 반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요. 학생부종합전형이 결코 특목고에 유리한 전형이 아니라는 얘기죠.”
◇학종에 면접 도입…학생부 교과 수능 최저기준 상승
중앙대는 2018학년도 수시모집에서 2075명인 62.4%의 인원을 학생부위주젼형(학생부교과/학생부종합)으로 선발한다. 전년도 전형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없으나 그 어느 때보다 학생부 위주 전형 비율이 높다.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은 1단계 ‘서류 100%’, 2단계 ‘서류 70%+면접 30%’로 선발한다. 이외에 논술전형으로 902명을 뽑는다.
“총 모집인원 4835명의 약 68.8%에 해당하는 3327명(이하 서울캠퍼스·안성캠퍼스 합산 기준)을 수시로 선발합니다. 수시 인원의 62%가량은 학생부 위주 전형으로 뽑아요. 학생부교과전형 479명을 비롯해 학생부종합전형 다빈치형인재 580명, 탐구형인재 577명 등입니다. 전체적인 틀은 흔들지 않았습니다. 입학전형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해 대입전형 간소화, 고교 교육 정상화, 수험생 입시 부담 경감에 부응하자는 취지입니다.”
전년 대비 수시전형과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면접을 하지 않았던 학생부종합전형(탐구형인재)에서 금년도부터 면접하는 것과 소프트웨어학부 확대 신설에 따라 SW인재전형(학생부종합전형)을 신설해 67명을 선발하는 점이다.
이외에도 올해 중앙대 입시 변화의 특징은 학생부교과전형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높였다는 점이다. 전년도 교과전형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인문계는 3개 영역 등급 합 6 이내, 자연계는 2개 영역 등급 합 4(안성캠퍼스는 2개 영역 등급 합 6)이내였는데, 올해는 이보다 1등급 상향 되어 인문계, 자연계 모두 3개 영역 등급 합 5 이내로 변경했다. 백 처장은 “수치만 보면 높아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올해 수능 영어 절대평가로 수험생 등급이 약간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 이를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기준 강화가 아니라 ‘유지’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능 영어 절대평가로 정시의 수능 영역별 반영비율을 변경한 점도 눈에 띈다. 인문계는 국어 40%, 수학 가·나형 40%, 사회·과학탐구 20%가 반영되고. 자연계는 국어 25%, 수학 가형 40%, 과학탐구 35%이다. 영어는 20점 만점에 2등급 19.5점, 3등급 18.5점 등 등급별 점수를 가산한다.
◇특기자전형 아닌 학종 內 SW인재전형, “잠재력 있음 누구나 지원 가능”
올해 입시에서 수험생들이 눈여겨봐야 할 전형은 정부사업의 일환으로 신설한 SW인재전형이다. SW인재의 경우 많은 대학이 특기자전형으로 신설해 입시를 운영하지만, 중앙대는 학종으로 선발한다. 기성세대의 시각으론 ‘컴퓨터게임 잘하는 학생’ ‘프로그램 잘 짜는 학생’ 등을 인재상으로 한정하기 쉽다. 그러나 중앙대 SW인재전형은 4개 트랙(인공지능, 스마트 IoT, 엔터프라이즈SW, 디지털미디어)을 통해 학생의 눈높이에 맞는 맞춤 교육한다. 즉, 특기자가 아닌 발전가능성이 있는 일반학생이라면 누구든 지원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SW학부 정원도 기존 120명에서 올해 150명으로 늘리고, 향후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적 인재를 키우기 위해 2019학년에 ICT융합전문대학원을 신설하고 학석사연계과정으로 8개 트랙(인공지능, 스마트IoT, 엔터프라이즈SW, 디지털미디어, SW/인문, 사이버보안, Tech-Art, Tech-Music)을 신설한다.
“컴퓨터와 소프트웨어에 관심과 재능이 많은 학생도 선호하지만, 수학 및 과학 관련 활동을 통해 탐구능력이 우수한 학생이나 전공관련 기초 교과목에서 우수한 학생들도 충분히 지원할 수 있습니다. 학교생활은 소홀히하고 앱 개발, 코딩활동 등 한 가지만 파고든 학생보다는 종합적으로 학교교육을 충실히 임한 학생이 유리할 수 있어요. 특기자전형이 아닌 학생부종합전형이기 때문이죠.” -
◇학종에서 탐구역량 변별력 가장 커
중앙대의 학종은 다양한 잠재적 능력을 지니고 여러 능력이 상호작용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창의융합형 인재를 발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중앙대는 5가지 영역(펜타곤 모형)으로 학생들을 평가하기 때문에 여러 영역에서 골고루 우수한 학생들이 유리하다. 한 가지 방면만 뛰어나서는 중앙대 인재상과는 멀어질 수 있다. ‘펜타곤(오각형) 평가’란 학업역량, 탐구역량, 발전 가능성, 인성, 통합역량(다빈치형인재) 또는 전공적합성(탐구형인재)의 5가지 역량을 두루 살피는 것을 말한다.
백 처장은 5가지 역량 중 우선으로 학업역량이 가장 중요하다고 꼽았다. 예전보다 경쟁률이 높아지고 있고 교과 성적대가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몰리기 때문에 학생부 교과 성적이 어느정도 높아야 유리하다는 얘기다. 이외 탐구역량은 수험생을 선발하는데 가장 변별력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학생부에 기재된 수업활동, 교내수상, 독서, 각종 탐구활동 등을 통해서 학업에 대한 열정과 태도, 지적 수준과 깊이 있는 사고력 등을 중점적으로 되묻기 때문이다. 백 처장은 “다른 4가지 역량이 높더라도 탐구역량에서 낮은 점수를 받는다면 합격하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한편, 학종은 다비치형인재(580명)와 탐구형인재(577명)를 통해 가장 많은 학생을 뽑는다. 다빈치형인재는 이들 역량을 골고루 평가하는 반면 탐구형인재는 탐구역량, 전공적합성, 학업역량에 배점의 80%를 부여해 집중적으로 보는 차이점이 있다.
◇면접 땐, ‘솔직함’ 잊지 말아야
중앙대의 거의 모든 학생부 위주 전형에서는 면접을 반영한다. 면접이 합격의 당락을 가르는 주요인이 된 것이다. 중앙대 학종 면접에서는 지원자 제출 서류를 바탕으로 맞춤형 질문을 제시한다. 입학사정관 2인(전임입학사정관 및 교수사정관)이 지원자 1인당 10여분과 면접을 진행한다. 질문은 학생부 및 자기소개서를 중심으로 수업, 학습경험, 동아리, 봉사, 탐구, 독서활동 등 본인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다. 백 처장은 “면접에서 입학사정관들이 알고 싶은 것은 활동의 결과보다는 활동의 과정이며 여러 활동을 통해서 얼마나 배우고 성장했는지에 대한 것”이라며 “예컨대, 과학실험을 통해서 많은 원리를 공부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과제를 수행했다는 내용이 학생부에 있다면 이러한 학습 과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체득했는지 질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 백 처장은 대학 전공 수준의 어려운 질문은 결코 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학생부를 뛰어넘는 과장된 글쓰기(자기소개서)는 반드시 면접을 통해서 걸러집니다. 자신이 방어할 수 있는 만큼의 수준으로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정확히 모르는 것에 대해 아는 척하고 하지 않았던 활동을 했다고 하는 것보다 ‘잘 모르겠습니다’ 하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게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독서활동의 경우 어려운 책을 많이 읽었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고 책 한 권을 읽더라도 자기 것으로 만들 줄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백 처장은 “중앙대는 사교육을 통해 잘 다듬어진 인재보다 감춰진 원석의 가치를 지닌 학생을 선발하려 한다”며 “자신의 특성과 강점을 충분하게 솔직히 어필하길 바란다”고 귀띔했다.
“‘아는 척’하는 학생보다 솔직함 터놓는 인재 원해”
[2018학년도 대입을 말하다⑨] 백광진 중앙대 입학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