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득의 입시컨설팅] 4차 산업혁명 발 입시와 평가의 변화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08.16 10:10
  • 1년 전에도 ‘4차 산업혁명’을 이슈화하여 4차 산업혁명이 원하는 창의융합 인재에 대한 칼럼을 썼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약 1년이 지난 지금, 급하게 다가올 것 같던 4차 산업혁명은 오래된 슬로건처럼 점점 자극적이지 않은 단어가 되어가고 있다.

    게다가 여러 가지 설문조사에서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부정적인 목소리들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산업연구원의 기업 전문가 설문조사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에 71%가 알고 있다고 대답한 반면, 대응 수준을 물어보는 질문에는 ‘전혀 하지 않는다.’가 45%, ‘보통이다.’가 49%를 나타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4차 산업혁명 기반 기술 이용가능 지수는 OECD 평균인 5.9 아래인 5.6으로 평가 되고 있다. 또한, 4차 산업 혁명 주요 기술 선점 기업 순위는 인공지능의 경우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클라우드 컴퓨팅 부문은 ‘아마존 웹 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IBM’,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 등으로 모두 미국이 선점해 버렸다. 로보틱스 부문은 5개 중 4개가 일본 기업이다. 마치 1990년대 후반 ‘미제’, ’일제’ 라면 좋아하던 신제품 붐이 다시 회기한 기분이다.

    이 와중에 긍정적인 기운을 보여 주는 분야가 바로 교육 분야다. 새 정부의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는 우선과제로 교육 연구∙개발 혁신이 대두되고 있으며 2015년 개정교육과정의 창의융합 인재 양성이라는 인재상은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을 잘 포용하고 있어 여러 정책들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렇다면 변화하는 정책들의 큰 줄기는 과연 무엇일까? 바로 선행, 암기 학습으로 대변되는 ‘무엇을 알고 있는가?’의 학습에서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의 해결과정 중심 평가로 변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엇을 알고 있는지를 완벽히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100점 만점에서 100점을 지향하지는 않더라도 90점대를 맞을 정도의 기초 지식은 있어야 해결과정의 도구들이 갖춰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트렌드는 4차 산업혁명의 최상위 키워드 ‘초연결(Hyperconnectivity)’에서 시작됐다. IoT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들은 결국 수많은 데이터를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초연결 사회로 만들어준다. 그리고 이 정보들의 해결과 분석은 AI라는 기술이 정리해 준다. 이 때문에 기초 지식을 바탕으로 100점 맞는 학습의 결과물은 이제 AI에게 완벽하게 잠식될 수밖에 없다.

  •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미래 인재가 갖춰야 할 역량과 그에 맞는 학습법>
    ▲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미래 인재가 갖춰야 할 역량과 그에 맞는 학습법>
    지난 3차 산업혁명까지는 말 그대로 기술 산업의 변혁이었기에 자동화로 인한 근로자 감소 등과 같은 인간 노동에 대한 인력 구조만이 변화의 중심이었다. 이로 인하여 지식노동자라고 불리는 전문직, 즉, 검사, 판사, 의사, 교수 등 과 같은 전문직은 변화의 소용돌이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은 이러한 전문직의 영역까지도 침범한다. 예를 들어 의사라는 직종을 위 표의 4차 산업혁명 특징에 대입해보자. 병원에서 진료를 해보면 병명을 찾기 위해 두 세 번 병원을 반복해 다닌 경험이 있을 것이다. 진단명이 계속 변하며 병을 키운 경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AI는 많은 데이터를 종합하여 확률적으로 가장 높은 의학적 진단을 내린다. 또한, 임플란트 전문 병원과 충치 전문 병원 등 각 병원마다 잘한다는 소문이 다르게 나는 경우가 있는데, 초연결의 시대에서는 여러 정보와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협업과 최적화가 이루어진다. 즉, 좋은 의학 지식과 경험이 공유되며 또 다른 최선의 치료법이 개발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의사라는 전문가는 ‘탈신비화’가 이루어져 환자에게 전지전능했던 모습을 잃을 수 있다.

    때문에 위에서 제시한 표 처럼 현상과 연결하여 미래 인재가 갖춰야 할 역량을 생각할 수 있다. 첫 번째로는 분석된 데이터들의 상관관계를 찾거나 데이터와 현실 적용의 타당성을 찾을 수 있는 융합사고력이다. 때문에 2015년 개정교육과정에서는 통합 교과가 강조되고 고등학교에서는 통합사회, 통합과학이 안내되고 있다. 또한 융합사고력을 확장시키기 위해서는 비구조화 문항 또는 개방형 문항 학습이 필요하다. 때문에 평가에서는 서술형 문항이 강조되고 있고 입시에서는 학생부종합전형이 강세를 보이게 된다. 즉, 창의적 체험활동, 교과활동 사항에서 얼마나 다양한 활동들을 진행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반면 수능절대평가 방안, 성취평가제가 등장하는 것은 그 반대 이유라고 볼 수 있겠다.

    두 번째로 의사소통 역량이 필요하다. ‘터미네이터’, ‘매트릭스’ 등 기계가 지배하는 미래 사회를 그린 영화의 결말은 결국 따뜻한 인성이 해답이었다. 즉, 공감하고 설득하고 배려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면접에서 인성이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인성=예절’ 이라고 잘못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사를 잘하는 친구를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토론하고 프로젝트 활동을 하는데 남을 배려하고 의견을 존중할 수 있고 단체생활에서 함께라는 의미를 알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고려대학교 부설 영재교육원에서는 토론을 진행하고 자신의 의견과 팀의 의견을 비교하여 최종 면접을 보는 전형을 시행한다. 나의 의견을 반영하고 수용하는 것에 대한 역량을 확인하는 것이다.

    미래 인재가 갖춰야 할 마지막 역량은 문제해결력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하여 입시와 평가에서는 프로젝트 수업과 R&E 역량을 점검하고 있다. 얼마 전 대전 통계청에서 진행된 전국학생통계활용대회 현장은 지난 3~4년간 본적 없는 북새통이었다. 주변 학생들에게는 몇 년 전부터 추천을 한 대회였으나 자유학년제에 수학 프로젝트 수업이 활성화된 올해 폭발적인 반응을 보여 장소를 옮기고 조를 나누어 평가를 볼 정도였다. 이러한 통계활용대회의 핵심은 ‘주변의 궁금증을 설문을 통하여 통계자료로 만들었는가?’, ‘좋은 방안을 계획하였는가?’, ‘팀원들간의 팀웍이 우수하고 그 동안의 과정에 대한 질문에 제대로 답할 수 있는가?’ 였다. 위에서 정리한 미래 인재 역량 모두를 확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입시와 평가가 하나 둘씩 변해가고 있고, 학생들에게는 예전과 다른 종류의 역량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기존의 강의식, 암기식 위주의 학습이 답습되고 있다. 이제 대입의 핵심이 된 학생부종합전형처럼 정보력이 실력이라고 치부하기 보다는 변화된 학습에 도전해 보는 것이 변화하는 교육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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