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훈의 학습 원포인트 레슨] 노트하기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08.11 13:38
  • 클릭과 타이핑을 넘어 터치의 세대로 가고 있는 현실에서, 온라인 학습을 넘어 스마트 학습으로 가는 마당에 구태의연한 노트필기가 화두가 된다면 많은 학생들은 썩 내키지 않을 것이다. 노트필기는 교과서에 약간 적거나 프린트물에 적는 정도가 보편적인 상황이기에 적극적인 필기를 권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긴 하다. 그러나 노트필기가 가진 힘과 필요성과 가치를 알게 된다면 공부를 잘 해내고자 하는 마음의 출발점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마음의 해소의 출발점이 바로 노트 필기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처음부터 잘했다면 신이 불공평한 결과이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간격이 벌어진거라면 그 이유를 생각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그 간격의 시작 원인 중에 하나는 바로 수업에 대한 태도였을 것이다. 긍정적이고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수업태도는 공부에 대한 흥미와 관심과 효과를 높여주는 촉매제다. 그러나 수업 태도를 바르게 하려는 마음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그런 마음을 만드는 방법으로 노트필기가 효과적이다. 필기도구에 대한 관심과 투자도 추천한다. 마음에 드는 도구로 열심히 연마하는 것은 무엇을 배우거나 노력할 때 몰입의 자극제이자 윤활유가 된다.

    보기 좋은 노트가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도 도움이 되고 보기 좋은 노트를 위해 애쓰는 자세가 수업에 동참하고 집중하게 한다. 반면에 노트하지 않고 수업시간에 나 자신을 방치하면 제일 먼저 느끼는 졸음이 찾아온다. 집중력이 현저히 저하되고 체력과 수면시간과 무관하게 지루함은 졸음으로 연결된다. 거꾸로 노트에 집중하려고 애쓰면 집중력을 유지하고 지루함을 방지하며 그 순간 집중과 재미와 기억과 느낌이 노트에 함께 녹아들게 되므로 나중에 복습에도 효과가 좋다. 자기 자신이 작성한 노트에 담긴 피와 땀과 눈물과 모든 감정과 기억이 하나가 되었을 때 학습은 머리뿐만 아니라 마음과 융합을 일으켜 내 지식으로 전환된다. 그래서 남이 해둔 노트를 복사해서 보면 공부효과가 떨어지고, 작은 표현과 단어들이 왜 그런지 알기도 어렵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 중에 악필은 생각보다 많지만 노트하지 않고 대강 공부하는 학생은 적다. 노트필기는 하면 +1의 공부효과를 얻지만 반대로 필기를 하지 않으면 수업 내용을 제대로 듣지 않아서 한번 고생이고, 그걸 다시 혼자 독학해야 하거나 다시 배워야 하기에 한번 고생이라 결국 안하면 –1이 된다. 그 차이는 1이 아니라 2가 된다는 말이고 결국 두 배의 노력을 해야 따라잡을 수 있으니 수업 안 듣고 노트필기도 안하는 것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알 수 있다.

    노트 필기를 하라는 말에 아이들이 보이는 가장 기초적인 반응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대답이다. 하기 싫다는 말의 변형된 표현이다. 왜냐면 처음 노트필기를 하려고 하면 뭐가 중요한지 감이 없기 때문에 다 적어야 하고 그러다보면 당연히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트필기를 할 때 감을 가지고 뭐가 중요한지 핵심위주로 효율성 있는 필기를 하려면 수업을 듣기전에 예습을 해야 한다. 궁금한 게 있어야 집중도 되고 수업을 들었을 때 뭐가 중요한지 포인트를 잡을 수 있다.

    필기라는 고전적인 방법은 비록 몸을 쓰는 행위지만 원래 공부라는게 눈으로도 보고 입으로도 말하고 귀로도 듣고 손으로도 써보는 복합적인 인지기능을 동원했을 때 효과가 가장 높다. 서로가 서로를 보완하는 효과를 지닌다. 한 가지 방법으로만 지속하는 것은 효과도 떨어지고 금새 지루해지기 쉽다. 지금 당장 공부를 어디서부터 무엇을 해야할지 손에 잡히지 않는다면 최고의 시작은 역시 노트필기라 하겠다.

    그럼 필기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처음엔 별 수 없이 모든 내용을 다 적기 위해서 애써야 한다. 어느 정도 힘들다는 생각이 들면 예습을 해서 수업 내용을 분간할 수 있는 노력을 하자. 효율이 높아지기 시작할 것이다. 제법 효율적인 나만의 필기 원칙이 생겼다고 생각될 것이다. 세상에서 좋은 필기법을 알고 한다면 필기 방법책을 사서 읽어보라. 대부분 공허한 이야기 들이다. 필기의 핵심은 방법이 아니라 마음인데 핵심은 설득이 어려우니 방법으로 빈 곳을 채우는 이야기들 뿐이다. 공부도 인생도 결국에는 끓어오르는 열정을 벅찬 동기를 느낄 때 비로소 방법도 의미가 있다. 아니 방법은 스스로 찾게 된다. 방법이 정 궁금하다면 제일 좋은 방법을 알려주겠다. 지금 당장 공부 잘하는 친구의 필기를 빌려서 모방해야 한다. 그가 쓰는 필체, 글씨 크기, 필기 원칙, 사용하는 노트에 이르기 까지 적은 시간에 많이 따라잡는데 제일 효과적인 방법은 잘하는 친구의 방법을 모방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러나 시작은 모방이지만 끝은 역시 나 스스로의 도전을 할 수 있는 열정으로 매꿔질 것이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