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초등

세관 기록 누락 '문정왕후 어보', 약탈 증거 찾아내 환수

하지수 기자

2017.08.0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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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 품으로 돌아온 우리 문화재 이야기

해외로 반출된 우리 문화재를 되찾기 위한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 최근 한국으로 돌아온 문정왕후 어보를 비롯해 조선왕조실록, 조선왕실의궤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국보급 문화재들이 고국 땅을 밟았다. 지난 4일 시민단체인 '문화재제자리찾기' 사무실을 찾아 오랜 노력 끝에 되찾은 우리 문화재 이야기를 들었다.

왕실의 권위 상징하는 문정왕후 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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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왕후 어보
'미국 LA카운티 박물관에 보관 중이던 문정왕후 어보가 원래 자리인 한국으로 돌아가게 된 것은 한국 시민단체의 승리다.'

지난 2013년 미국 유명 매체인 월스트리트저널에 보도된 기사의 한 구절이다. 문화재제자리찾기가 4년간의 끈질긴 노력 끝에 LA카운티 박물관 측으로부터 문정왕후 어보 환수 결정을 받아 낸 직후였다. 그로부터 4년 후인 2017년, 모든 법적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한국전쟁 전후 해외로 유출된 문정왕후 어보가 고국 품으로 돌아왔다.

어보는 왕과 왕비 등을 위해 만든 의례용 도장이다. 과거 왕실의 권위를 상징했던 물건인 만큼 사료적 가치가 크다. 혜문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는 "귀중한 문화재라 한시라도 빨리 환수받고 싶었다"며 "미 국무부가 작성한 기록을 통해 우리 어보가 한국전쟁 당시 약탈당했음을 확인하고 적극적으로 증거 자료를 수집했다"고 했다.

단체는 문정왕후 어보의 반출 경위를 파헤치던 중 결정적인 환수 근거를 찾아냈다. 미국 연방법 2314조에 따라 5000달러 이상의 물건이 미국에 들어올 때는 정식으로 세관 기록이 남아 있어야 하는데, 문정왕후 어보는 세관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이다. 이는 어보가 신고 절차를 밟지 않은 불법적인 물건이라는 증거가 됐고, 2013년 7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친 협상 끝에 환수가 결정됐다.

100여 년 만에 귀향한 조선왕조실록 오대산사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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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 오대산사고본. / 문화재청 제공
국보 제151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조선왕조실록은 '기록 문화의 꽃'이라 불린다. 조선 제1대 임금인 태조부터 제25대 왕인 철종에 이르기까지 472년(1392~1863)간의 역사가 기록돼 있다.

과거에 조선왕조실록은 전쟁 등 유사시에 소실되지 않도록 전국 각지의 사고(국가의 중요한 서적을 보관하던 서고)에 나눠 보관됐다. 임진왜란 이후에는 한양의 춘추관과 마니산, 태백산, 묘향산, 오대산 등의 사고에 주로 배치했다.

이 가운데 오대산사고에 있던 실록 761책은 1910년대 조선 총독 데라우치 마사타케에 의해 일본 도쿄대학교로 불법 반출됐다. 실록의 고초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 화재로 대부분 소실됐다.

문화재제자리찾기는 2004년 우연히 도쿄대 교수를 지냈던 쓰에마쓰 교수가 쓴 '청구사초'라는 책에서 조선왕조실록 오대산사고본이 도쿄대에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후 실록이 보관됐던 오대산 월정사를 방문, 약탈 경위를 입증하는 기록들을 찾아냈다. 덕분에 2006년 도쿄대에 있던 오대산사고본 47책을 받아낼 수 있었다.

'도굴왕'이 앗아간 유물 1000점 되찾으려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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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라 컬렉션’ 중 용봉문 투구. / 문화재제자리찾기 제공
문화재청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따르면, 현재 국외에 퍼져 있는 우리 문화재 개수는 총 16만8300개다. 한국 문화재를 가장 많이 소장한 나라는 일본이다. 해외에 반출된 문화재의 40%가 넘는 7만여 점이 일본에 있다. 이 중 도쿄국립박물관에 보관된 '오구라 컬렉션'은 문화재제자리찾기의 다음 목표다.

오구라 컬렉션은 일제강점기 '도굴왕'으로 불렸던 사업가 오구라 다케노스케가 1922~ 1952년 우리나라에서 훔쳐간 물건을 가리킨다. 한국의 회화, 조각, 공예품 등 1000여 점이 포함돼 있다. 특히 용과 봉황 장식을 새긴 '용봉문 투구'가 주목받는다. 용봉문 투구는 조선시대 왕실에서 전래된 임금의 투구로, 국보급 유물이다. 문화재제자리찾기는 2010년부터 오구라 컬렉션을 환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오구라 컬렉션이 약탈됐다는 증거, 반출 경위 등이 명확하지 않다며 반환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
해외 반출 문화재 환수 운동… '광화문 현판' 복원 오류 바로잡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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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제자리찾기의 혜문(왼쪽) 대표와 구진영 연구원이 지난 4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 전시된 조선왕실의궤 일부를 살피고 있다. / 백이현 객원기자
해외 반출 문화재 환수를 위해 2004년 꾸려진 단체다. 매입이 아닌 협상을 통해 우리 문화재의 제자리를 찾아주는 일을 한다. 이들 덕분에 한국으로 반환된 문화재는 총 1263점에 달한다. 조선왕조실록 오대산사고본 47책(2006년), 조선왕실의궤 167책(2011년), 대한제국 국새 등 인장 9점(2014년), 문정왕후 어보와 현종 어보(2017년) 등이 대표적이다.

문화재제자리찾기는 문화재의 옛 모습을 복원하는 데도 앞장선다. 대표적인 사례가 '광화문 현판'이다. 지난 2010년 복원된 광화문에는 흰색 바탕에 검은 글자의 현판이 걸렸다. 문화재제자리찾기는 지난해 미국 스미스소니언박물관에서 1890년대 광화문 사진을 찾아내 현판 색깔이 잘못됐음을 문화재청에 알렸다. 사진에 따르면 현판은 검은 바탕에 흰색 또는 금색 글자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은 정확한 연구와 고증을 통해 광화문의 원래 현판 색상을 찾아주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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