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개편 발표 D-1] 고교 내신 절대평가 도입되면, 입시 현장 어떻게 바뀔까
신혜민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7.08.09 16:36

- 고교 내신 절대평가제 도입 상황, 시뮬레이션 분석해 보니⋯

  • 조선일보 DB
    ▲ 조선일보 DB
    현 중3 학생들이 치르게 될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시행 윤곽을 담은 개편안 초안이 내일(10일) 공개된다. 문재인 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수능 절대평가 확대와 함께 고교 내신 절대평가(성취평가제) 전환까지 논의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교 선택을 앞둔 중3 학생과 학부모들의 고민이 많다. 수능 절대평가 확대가 어느 정도 기정 사실화된 상태에서, 고교 내신 절대평가까지 시행되면 대입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가 어려워서다. 고교 내신 절대평가 도입 시 대입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입시전문가와 함께 시뮬레이션해 분석해 봤다.

    내신 절대평가제는 교사가 학생의 학습 성취 과정을 관찰하고 석차 대신 등급을 매기는 제도다. 성취 수준에 따라 A∼E등급으로 내신 성적을 부여한다. 현재 고교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는 내신 성적은 성취평가제 점수와 상대평가인 석차 9등급제 점수가 병행 표기되고 있다.

    내신 절대평가 도입 시 일어날 가장 큰 변화는 현행 1등급보다 더 많은 인원이 최고점인 A등급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성취도 90%만 넘으면 모두 A등급을 받기 때문. 예컨대, 1학년 학생이 300명인 O일반고에서 국어 과목 1등급을 받는 인원은 현재 12명(4%) 내외지만, 절대평가 도입 시 전체 인원의 18.4%, 55명(학교알리미 공시 자료 기준)이 최고점인 A등급을 받는다. 이는 곧 대입에서 내신 변별력이 낮아진다는 뜻이다. 아울러 고교별로 학업력, 지필고사, 수행평가 출제 난이도 등의 차이로 교과목별 A등급 인원 분포가 달라질 수 있다.

  • 한 학교에서도 과목에 따라 A등급 인원 분포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위의 표를 통해 살펴보면, O일반고의 1학년1학기 국어I A등급 인원 분포는 18.4%이다. 반면, 수학I의 경우 A등급 인원 분포는 39.5%로, 국어I보다 많은 인원이 A등급을 받았다. 한편, 과학고인 Q과고는 수학I에서 최하점인 E등급을 받은 학생이 9.1%나 나왔다. 이를 통해 Q과고의 수학I이 매우 어렵게 출제됐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허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연구원은 “해마다 과목별 담당 교사가 바뀌고 출제 난이도나 평가 방식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내신 절대평가가 적용되면 고교 선택 시 진학하고자 하는 고교의 전년도 과목별 성취도 분포도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입시전문가들은 내신 절대평가 도입으로 내신의 변별력이 낮아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A등급을 받는 학생이 늘고, 고교별 성취도 분포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 허 연구원은 대학이 변별력 확보를 위해 내신 반영 교과목의 원점수와 평균 표준편차를 활용할 수 있다고 귀띔한다. “올해도 일부 대학에서 내신 교과성적 반영 시 원점수, 평균, 표준편차를 적용하고 있어요. 한국외대의 경우 등급점수나 원점수 중 상위값을 적용하고 있죠. 연세대도 원점수, 평균, 표준편차를 활용해 산출한 Z점수와 등급점수를 50:50으로 반영해요. 서울시립대의 경우에도 Z점수(표준점수)에 따라 배점하고 있습니다.”
  • 예컨대 서울시립대 평가 방법에 따라 학생1,2의 교과 반영점수를 계산해 보면, 위의 표와 같이 다른 학교에 재학 중인 두 학생이 동일 과목에서 같은 원점수 90점을 받을 경우 모두 A등급이 된다. 하지만 학생1 학교에서 해당 과목 평균은 50점이고, 학생2 학교는 70점이라면, (평균점에서부터의 차이를 나타내는) 표준편차는 학생1의 학교가 더 크다. 따라서 원점수, 평균, 표준편차를 적용한 서울시립대 교과 반영점수로 계산해보면, 학생1은 99.65점을 받고 학생2는 99.81점을 받는다. 같은 원점수라도 학생2가 더 높은 점수를 받는 셈이다.

    허 연구원은 “고교 내신 절대평가 시행 시 학생들은 A등급에 해당하는 90% 성취도만 넘으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학생 선발권을 가진 대학은 어떻게든 지원자 학업 수준을 변별하려 할 것”이라며 “목표 대학의 전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등급을 떠나) 높은 원점수를 받을 수 있게끔 내신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