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광명시 중학교 신설 갈등 ‘학부모 이기주의인가, 행정 실패인가’
최성욱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7.08.07 16:03

통학거리·과밀학급 해소 “학교 지어달라” vs. ‘황금돼지띠’ 졸업하면 ‘유령학교’ 될 것

  • 지난달 경기도 광명시 A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시청과 국회를 오가며 항의집회와 기자회견을 잇따라 열었다. 이들의 요구는 관할 지역 내 중학교를 신설해 달라는 것. 학부모들은 “지역 내 중학교가 한 곳뿐인데다 (이 학교는 지금도) 콩나물시루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과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추가로 인근 지역 재개발이 예정돼 있어 수년 뒤를 대비한 종합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선 지난달 17일 광명교육지원청은 중학교 학교군을 기존 ‘단일학군’에서 광명 전 지역을 3개 학군으로 묶는 ‘중학교 학교군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2개 이상의 학교를 선택지원하고 특정 중학교의 입학정원이 초과할 경우 컴퓨터 추첨으로 배정하겠다는 것이다. 또 재학 중 이사를 해도 전학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A초 졸업생들은 2019학년도 입학생 모집부터 3개의 중학교를 선택할 수 있게 됐고, 내년엔 중학교 한 곳이 더 지어질 예정이라 ‘과밀학급’ 논란도 일단락되는듯했다. 하지만 A초의 일부 학부모들은 “원거리 통학이 문제인데다, 중학교 학교군 개정은 과밀학급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도 될 수 없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A초 학부모와 교육청 간 중학교 배정을 둘러싼 갈등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이유는 ‘원거리 통학’과 ‘과밀학급’에 대한 기준이 서로 달라서다. 우선 학부모들은 A초에서 700미터(직선거리) 안에 있는 B중학교에 진학하길 원한다. 광명교육지원청이 먼저 학군 개정안을 제시했음에도, 학부모들이 시청 항의 집회와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 지역엔) 중학교가 1개뿐”이라고 주장한 이유다. 집에서 걸어갈 거리에 있는 중학교를 두고 굳이 버스로 통학한다는 게 불합리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해 ‘학부모들이 자녀를 과잉보호한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실제로 학부모들이 자녀를 진학시키길 꺼리는 C, D중학교는 A초에서 불과 2~3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또 시내버스와 마을버스 노선이 5~10개로 비교적 넉넉한 편이며, 버스로 20여 분이면 갈 수 있다. 3일 광명교육지원청에 따르면 교육환경법 등에선 대중교통으로 30분 이내의 통학거리면 적정한 편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논란을 지켜본 인근 중학교의 한 관계자는 “중학생 정도면 버스로 통학할 수 있을 텐데 요즘 학부모 마음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귀띔했다.

    더 들여다보면 A초 학부모들이 통학 문제를 ‘양보’(대중교통 이용)한다고 해서 이 지역의 중학교 신설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과밀학급’ 문제를 놓고 교육 당국과 학부모들의 기준이 다시 충돌하는 탓이다. A초 학부모의 불만은 단지 통학거리에 국한한 것이 아니었다. A초는 개교한 2010년 27개 학급에서 올해 2배가량 늘어난 54학급을 운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A초 학부모들은 중학교까지 과밀학급 수준의 교육을 받게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혁신학교인 B중학교에 지역 학부모들의 선호가 쏠리니 과밀학급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결국 새 학교를 지어 통학거리와 과밀학급 문제를 모두 해결해 달라는 요구다.

    반면 광명교육지원청은 초등학교 입학생 추이를 바탕으로, 오는 2022년부터 해당 지역의 중학교 입학자 수가 줄기 시작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광명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황금돼지띠를 비롯해 일부 학년(현 초등학교 4~5학년)에서 잠깐 늘어날 진학 수요를 고려해 학교를 신설하면, 이들 다음 학년부터 발생할 ‘빈 교실’ 문제가 인근지역 중학교 전체로 퍼질 위험이 있다”며 “실제로 A초 인근의 학생발생률(예측치)을 분석해보면 중학교 신설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과밀학급 문제 역시 경기도교육청이 올해 학급당 32~36명 수준을 요구하고 있어 이를 넘기지 않는 한, 엄밀히 말해 과밀학급이라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학부모들이 우려하는 과밀학급은 ‘학급당 30명’이 기준이다.

    한편 황금돼지의 해에 태어나면 부자가 된다는 속설로 인해 2007년 한 해에만 전국에서 49만7000여명이 태어났다. 2006년 44만8000여 명과 2009년 44만5000여 명보다 연간 5만여 명이 더 많은 수치다. 출생아 수는 2013년 43만7000여 명으로 눈에 띄게 줄기 시작해 지난해 40만6000명에 이르기까지 매년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07년생이 초등학교에 입학했던 2014년, 급증한 초등학생으로 인해 각 시·도 교육청은 방과후교실을 일반교실로 바꾸는 등 대대적인 수업 여건 개선 정책을 모색한 적 있다.

    광명의 한 초등학교 교감은 “신도시 건설과 황금돼지띠 출생자 증가에 따라 초등학교도 학급당 학생 수가 한시적으로 늘어 수업 내실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면서도 “학령인구 감소세가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학교를 추가로 늘리는 정책은 차후 ‘유령학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점을 교육 당국과 학부모들이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