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자격증 응시료만 100만원… 허리 휘는 취준생

김형원 기자
박민기 인턴기자(펜실베이니아주립대 졸)

2017.08.08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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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에 구직비용까지 二重苦]

CFA 등은 한번 치는데 130만원
토익 4만원, 토익스피킹 7만원… 목표점수 나올때까지 계속 응시
전문대학원 입학시험도 부담… 약대 18만원, 로스쿨은 24만원

이선재(가명·26)씨는 로스쿨 입학을 준비하면서 응시료로 100만원 넘게 썼다. 로스쿨에 들어가기 위해 반드시 치러야 하는 '법학적성시험(LEET)'은 두 번 보는 데만 54만원이었다. 또 학교마다 요구하는 공인 영어 성적을 갖추기 위해 텝스(TEPS)를 5차례 보는 데 19만5000원, 가산점을 얹어주는 제2외국어 자격증 시험에도 27만원을 냈다. 그는 월 소득 250만원 안팎인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 없어 3년간 학원 보조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응시료를 충당했다고 했다. 모아둔 돈이 바닥나면 일단 마이너스 통장을 쓰고 취직 이후에 갚아나갈 계획이다. 그는 "학원비, 모의고사, 교재 없이 독학(獨學)한다고 해도 응시료만큼은 아낄 도리가 없다"면서 "수험생 대부분이 부모 지원 없이는 시험 값도 감당하기 벅찰 것"이라고 말했다.

"응시료에 골병들 지경"

여름에 치는 자격시험은 취업 준비생에게 중요한 관문이다. 하반기 공채에 갖춰야 할 '스펙(자격 요건)'을 챙길 마지막 기회인 까닭이다. 짧은 시기에 여러 시험을 집중적으로 치르다 보니 이씨처럼 여름철 감당해야 할 응시료가 100만원에 이르는 경우도 발생한다. 취업 준비생 장모(30)씨는 "편의점 알바비로 한 달 시험 값 대느라 골병들 지경"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취업난 속에서 감당하기 힘든 구직 비용은 청년들에게 이중고로 작용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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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27)씨는 금융사 취업을 준비하면서 자격시험인 국제공인재무분석사(CFA)에 230만원을 부었다. 1차 시험 응시료가 130만원, 2차·3차 시험에도 각각 100만원이 드는 초고가 시험이지만 수험생 입장에선 안 볼 수가 없다고 한다. 김씨는 "취득하기 어려운 만큼 CFA 자격증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금융사 당락을 좌우할 정도"라며 "그나마도 한 번에 붙으면 다행이지만 몇 차례 떨어지면 수백만원이 날아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토익·텝스처럼 원하는 점수가 나올 때까지 응시해야 하는 '득점형 시험'은 고정 지출처럼 매달 일정하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현행 토익 응시료는 4만4500원이고, 토익 스피킹 7만7000원, 오픽(영어말하기시험)도 7만8100원에 달한다. 여기에 취업 준비생 사이에서 '필수 자격증'으로 꼽히는 컴퓨터활용능력(3만7000원), 한국어능력시험(2만7000원), 한자능력검정시험(2만~4만5000원) 응시료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한 주립대를 졸업한 김태준(27)씨는 국내 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 지난 5월부터 네 차례 토익 시험을 봤다. 김씨는 "970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고 해서 계속 보는데 18만원이 들었다"며 "한두 문제 더 맞히는 게 큰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닌데, 그 몇 점을 더 올리려고 그간 알바로 모아둔 돈이 야금야금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원 응시료는 수십만원이 기본

대학원 입학시험은 단가(單價)가 훌쩍 올라간다. 법학적성시험(LEET)의 경우 "서민이 응시료조차 감당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작년까지 27만원이었던 이 시험은 올해부터 24만8000원으로 내렸지만, 수험생 사이에선 "다른 응시료까지 감안하면 등골이 휘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원성이 여전하다. 최저임금(6470원) 기준으로 꼬박 38시간을 일해야 법학적성시험 한 번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약학전문대학원(PEET) 응시료도 올해 18만6000원(지난해 20만2000원)으로 인하됐지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약전원 재학생 김모(26)씨는 "서술형이나 면접 형태면 응시료가 비싼 것이 이해가 되지만, 약전원 시험은 전부 객관식인데 필요 이상으로 비싼 것 같다"고 했고, 로스쿨 재학생 박모(27)씨는 "한 교수님이 '응시료가 싸면 진입 장벽이 낮아서 아무나 시험 볼 수 있기 때문에, 진짜 법조인 하고 싶은 사람들만 25만원 내고 보라는 의미'라고 설명하는 걸 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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