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간제 교사 정규직 전환하라”⋯ 교육계 ‘갑론을박’
신혜민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7.08.04 10:51

-“고용불안 지속되면 교육에 부정적 영향” VS “형평성 어긋나”

  • 조선일보 DB
    ▲ 조선일보 DB
    정부가 지난달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학교 비정규직 강사와 기간제 교사를 제외한 것을 두고, 교육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학교 비정규직의 고용안정과 차별 없는 사회를 위해 정규직 전환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과, 임용시험도 치르지 않고 무임승차하려는 행위라는 비판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0일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기간제 교사와 영어전문회화강사, 스포츠강사 등을 전환 대상에서 제외했다. 타 법령에서 기간을 달리 정하고 채용 사유·절차, 노동조건 등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기간제 교사ㆍ강사ㆍ기존 교원·사범대생·학부모 등이 참여하는 정규직 전환을 심의할 위원회를 곧 구성하겠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이에 대해 기간제 교사들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임용시험을 거치지 않을 뿐 채용 사유와 절차, 고용형태, 노동조건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박혜성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이하 ‘전기련’) 대표는 "기간제 교사들도 알음알음으로 고용되는 게 아니라 공개전형 절차를 거쳐 임용된 교사"라며 "국가에서 정교사를 충분히 채용하지 않아 생기는 정교사들의 빈자리를 채울 뿐 아니라 정교사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전기련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의 기간제 교사 수는 4만6000명에 이른다. 전기련은 기간제 교사들이 학교 측과의 '1년 이내 쪼개기식 계약'으로 인해 퇴직금 수령이나 경력 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교내에서 다양한 교육 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급여와 수당 등 처우에서 차별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비정규직 교사의 차별 철폐를 요구하는 집회도 열었다. 지난 2일 전기련 소속 기간제 교사들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종합청사에서 "기간제 교사도 교사다"라며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 전환은 정당하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기간제 교사는 불안한 신분 때문에 방학을 이용한 쪼개기 계약 등의 피해를 받아도 숨죽인 채 살아왔다"며 "정부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예외 상황에만 기간제 교사를 교육공무원으로 인정하지 말고 즉각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시 지속적 업무 ▲고용불안 지속 ▲반복 해고로 인한 교육의 질적 하락 등을 근거로 내세우며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다.

    아울러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 전환이 예비 교사와 교사 지망생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3일 서울시교육청은 초등교사 임용시험 선발 정원을 8분의 1로 대폭 줄인다고 발표하면서 일부 임용고사 준비생들은 “교육 당국이 기간제 근로자의 정규직 자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 아니냐”며 비판적인 시각이 거세게 일었다. 이에 한 기간제 교사는 "기간제 교사 정규직 전환이 사범대생과 임용시험에 합격한 예비 교사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처사라는 건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한 지적"이라며 "교사자격증을 가진 인력들을 양성해두고 임용고사의 합격률을 5~10%로 제한하며 교사 인력을 원활하게 수급하지 않은 정부가 진짜 문제"라고 꼬집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역시 이 같은 주장에 긍정적인 의견을 비췄다. 조 교육감은 2일 '학교 비정규직의 고용안정 정책'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다른 직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시대정신에 비춰볼 때, 이 문제에 대해 긍정적인 협의의 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교육단체는 기간제 교사·강사 등의 처우 개선엔 동의하지만, 임용시험 등 채용 절차가 다른 만큼 정규직 전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한국교총’) 관계자는 "기간제 교사·강사의 정규직 전환은 처우 개선 등과는 완전히 다른 문제로, 정규 교사가 되는 현행 임용체계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기간제 교사와 강사에게 정규직 교사의 신분을 부여한다면 임용대기자들은 물론, 임용고사를 준비하는 수많은 사람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임용고사에 합격하고도 아직 발령을 받지 못한 대기자가 전국 4000명 가량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누리꾼들의 반응도 뜨겁다. 대체로 “기간제 교사들의 정규직 전환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의견이 많지만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에도 다수가 동의하는 상황이다.  한 누리꾼은 “기간제 교사도 임용고사에 얼마든지 응시할 수 있지 않으냐. 정교사 되고 싶으시면 시험을 보고 정정당당히 합격하라”면서 “자신이 힘들어 포기한 걸 가지고 이런 식으로 우기는 건 선생으로서 자격 미달”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기회의 평등이어야지, 결과적 평등은 옳지 않다는 점에서 정규직 전환에는 반대한다”며 “그러나 여교사들의 출산ㆍ육아휴직에 따른 공백을 기간제 교사들이 메워왔다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처우 개선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정규직 교사로 구성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이지만, 기간제 교사와 강사의 정규직 전환엔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