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내내 스마트폰만 보는 아이 때문에 걱정이에요”
신혜민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7.08.02 11:43

- 복지부∙한국건강증진개발원, ‘청소년 스마트폰 사용 수칙’ 제안
- 전문가 “부모가 먼저 사용 시간 줄이는 등 모범 보여야”

  • # 초등 5학년생 아들을 둔 주부 김진주(가명·경기 광주)씨는 방학 내내 스마트폰만 붙잡고 있는 아들 때문에 속이 탄다. 폰 만지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아이와 함께 방학 중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규칙도 만들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김씨는 “매일 5분만 더, 1분만 더를 외치며 스마트폰 게임 하는 아들을 지켜보려니 너무 답답하다”며 “뭐 배우고 싶은 거라도 있으면 시켜주겠다고 하니, 그냥 지금이 좋다며 내버려 두라고 하더라”고 한숨지었다.

    최근 이처럼 여름방학 맞아 스마트폰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아이 때문에 속앓이 하는 부모가 많다.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는 방학에 장시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아이가 걱정스럽다는 것. 장은영(가명·서울 은평구)씨는 “한창 밖에서 뛰어놀아야 할 10살짜리 아이가 휴가지에 가서도 스마트폰만 붙잡고 소파에 누워있는 걸 보면 중독이 아닐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청소년의 10명 중 1명은 스마트폰 사용 인지장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여성가족부가 공개한 ‘2017년 인터넷·스마트폰 이용습관 진단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터넷과 스마트폰 중 하나 이상 위험·주의사용자군에 해당하는 청소년은 20만2436명으로 집계됐다. 국내 청소년의 14%에 해당되는 수치다. 또한, 10대 청소년의 하루 평균 모바일 인터넷 활용시간은 108분으로 휴일이나 방학이 되면 스마트 기기 사용이 늘었다.

    이러한 과도한 스마트폰의 사용은 청소년의 신체적, 정신적 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 캐나다 오타와 공중보건위원회에 따르면, 매일 2시간 이상 SNS를 사용하는 아이들은 정신건강 문제를 스스로 보고하거나 심리적 괴로움 및 자살사고를 겪는 것으로 보고한 바 있다. 또한 영국 카디프 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잠들기 전 머리맡에 스마트폰을 두는 행위만으로 수면부족 가능성이 79%, 수면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46% 증가했다. 국내에서는 스마트폰에 의존할수록 불안·우울 가능성이 크고, 어깨 통증을 호소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아울러 부적응, 일탈, 강박, 집착과 동조성, 모방성, 충동성, 사회적 고립감에도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유해 정보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음란물, 폭력물 등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기 때문. 특히 영유아서부터 10대까지 주로 보는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YouTube)’에선 청소년 유해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해정보 필터링 시스템을 갖추고는 있지만 쏟아지는 콘텐츠를 모두 점검하기엔 역부족이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에게 건강한 스마트폰 사용법에 대해 일러줘야 한다고 말한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1일 건강한 스마트폰 사용법을 제안했다. 제안 내용은 ▲스마트폰을 무심코 사용하기보다는 필요할 때만 사용하기 ▲수업 중이나 걸을 땐 주머니에 넣고 사용하지 않기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는 스마트폰 대신 함께 있는 사람에게 집중하기 ▲산책·운동·책 등 스마트폰 외에 다른 활동해 보기 등이다.

    아울러 부모가 먼저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성원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아직 뇌가 성장하는 청소년 시기에 게임이나 SNS에 시간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면 인지기능 저하, 우울증 등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청소년들의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 가정 내에서 부모들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