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몸까지 해킹하는 시대, 바이오 해킹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07.25 09:15
  • ‘당신은 당신이 먹는 음식이다(You are what you eat.)’이라는 격언이 있다. 그만큼 식사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뜻일 테다. 실제로 어머니들은 수험생을 위해 보약을 먹이고, 식사에 신경 쓴다. 운동선수들 또한 식단을 연구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한다. 필자가 다니는 회사에서 운영하는 앱에서도 학부모에게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은 ‘보약’이다. 어머니들은 오늘도 자녀의 건강에 신경 쓴다.

    그럼에도 한국 학생에게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식이 ‘몸에 대한 지식’이 아닐까 싶다. 한국인은 학생에게 자신의 몸에 대해 가르치지 않는다. 체육 시간은 공놀이 시간이나 자는 시간이 되기 쉽다. 육체보다는 사무직을 사랑하고, 운동보다 공부를 사랑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일 테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 주목받는 의미있는 책이 있다. ‘최강의 식사’라는 책이다.

  • 저자 제이브 아스프리는 실리콘 밸리의 사업가이자 개발자다. IT 사업으로 부자가 되었다. 그에게도 단점이 있었다. 몸무게가 140kg에 달했다. 결국, 의사는 그가 조만간 죽게 될 거라고 경고했다.

    건강을 되찾기 위해 저자는 자신의 몸을 철저하게 수치화해서 분석했다. 마치 프로그램을 해킹하듯, 시험을 해보고, 이에 대한 반응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몸을 연구했다. IT 거부답게 75만 달러를 연구비에 투입해 몸을 연구했다.

    연구는 성공했다. 그는 50kg 감량에 성공했다.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그러면서 ‘지방은 살찌게 한다’ ‘저탄수화물, 고단백 다이어트가 몸에 좋다’ 등 세간에 알려진 통념들이 사실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현재 저자는 실리콘밸리 보건연구소 소장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몸에 대한 지식으로 몸의 효율을 비약적으로 올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코코넛 지방, 유기농 버터 등의 ‘질 좋은 지방’이 그렇다. 아침에 질 좋은 지방과 커피를 조합한 ‘방탄 커피’를 마시면 에너지가 넘치는 아침을 맞을 수 있을뿐더러,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고 그는 말한다. 방탄 커피는 실리콘 밸리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수면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언제 잠드는지, 어떻게 잠드는지 매커니즘을 이해하면 적게 자면서도 효율적으로 잘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는 잠에 방해되는 행동 (뜨거운 샤워, 격렬한 운동, 전자기기 활용)을 줄인 상태에서 자야 한다.

    책에서 나온 하나하나의 지식도 유용하지만 그보다 더 흥미로운 건 저자의 몸에 대한 ‘태도’가 아닐까 싶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치밀하게 모은다. 이를 자신의 몸에 시험해본다. 그리고 그 반응을 살펴 더 좋은 반응이 나오는 행동을 반복한다. 점차 몸의 성능을 올리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건강을 관리하는 그의 반응은 본인의 배경 말마따나 ‘컴퓨터 공학’에 가깝다. 몸 관리조차 컴퓨터 프로그래밍 방식으로 패턴화시키는 시대인 셈이다. 그래서 그는 본인의 건강관리법을 ‘바이오 해킹’이라 부른다. 그의 건강법이 프로그램의 패턴을 찾아내서 이를 돌파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조종하는 프로그램 해킹과 닮았다는 이유다.

    프로그래밍적 사고는 사람의 몸을 좌지우지하는 식생활까지 파고들고 있다. 음식은 우리의 몸, 나아가 우리의 정신까지 좌지우지한다. 공학의 최전선, 실리콘 밸리에서 새롭게 시도하는 ‘바이오 해킹’은 우리 몸, 나아가 학생들의 공부 효율에까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바이오 해킹에 대해 깊게 살펴봄 직한 이유다.

    또한 해커가 식단 조절까지 프로그래밍적 사고를 활용한다는 일 자체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도 있다. 모든 일이 ‘프로그래밍’ 화 되어가고 있다. 이런 사실은 교육도 기본부터 흔들고 있다. 다음 주에는 이런 ‘프로그래밍적 사고’와 프로그래밍적 사고가 교육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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