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학교 학군 이르면 2020년부터 바뀐다
손현경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7.07.24 11:04

- ‘강제배정’에서 ‘선지원 후추첨’ 전환 검토
- 서울 교육연구정보원 ‘중학교 배정방법 개선연구’서 제안

  • 현행 46개인 서울의 중학교 학군 체계가 이르면 2020년부터 전면적으로 개편된다. 1996년 서울시교육청 고시로 확정된 이후 21년 만의 대수술이다. 이와 함께 현행 강제배정 방식을 ‘선지원 후추첨제’로 바꾸는 안도 검토한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교육연구정보원은 24일 연구 용역을 진행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연구는 박대권 명지대 사회과학대학 교수 연구팀 중심으로 ‘중학교 배정방법 개선연구’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이는 올해로 시행 21년을 맞은 현행 중학교 학군 체제가 대규모 아파트 단지 개발 등에 따른 인구 변화를 반영하지 못해 중학교 신입생 배정 과정에 진통이 반복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새로운 서울 중학교 학군제는 이르면 2020학년도에 적용될 전망이다.


  • 서부교육지원청 학교군 조정 예상안 / 서울시교육청 제공
    ▲ 서부교육지원청 학교군 조정 예상안 / 서울시교육청 제공
    ◇ 강서·양천, 동작·관악, 서부, 중부학교군 변경 제안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팀이 학군 조정을 요구하는 곳은 ▲강서·양천 ▲동작·관악 ▲서부 ▲중부교육지원청 등 4곳이다. 대체로 주민 민원이 많고 학령인구 감소·증가 폭이 큰 지역 중심이다.

    이중 강서·양천 학교군 지역에서 현재 마곡 14·15단지는 2학교군에 위치하나 학교군 내 수용여건 부족으로 1학교군으로 배정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민원이 매년 제기되고 있다. 연구팀은 “마곡 14·15단지 지역을 1학교군에 편입시키고 마곡 추가입주 단지 학생들을 신설되는 ‘마곡2중학교(가칭)’에 배정해 학생 수용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신원중 ▲신월중 ▲신화중 ▲양서중 4학교군의 학생수용여건과 통학여건 개선을 위해 신월 1·3·5동을 2학교군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제언했다. 연구팀은 “현재 학교군 구획이 선거구를 중심으로 획정된 탓으로 학생 수용 여건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특히 4학교군의 신월중과 신화중은 학생 수용 여건과 통학 여건 관계로 2학교군 지역의 학생들이 다수 배정되고 있다. 이로 인해 다른 학교군 배정에 대한 민원이 매년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작·관악 학교군은 지역 내 학교군 통합을 원했다. 연구팀은 “5학교군의 경우 상하로 길게 학교군이 만들어져 있는 탓에 중학교 입학 배정 시 원거리 배정이 되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며 “학교군의 개수를 줄이거나 상호 통합을 통해 학교군 모양을 전체적으로 재편성하는 것 또한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부 학교군은 5학교군의 상암동 대규모 재개발로 인해 학생 수가 대폭 증가했다. 이를 인접한 4학교군과 합칠 것을 제안했다. 연구팀은 “4,5학교군의 통합으로 인해 5학교군의 넘치는 학생수를 4학교군의 부족한 학교 정원이 받아줌으로써 과소학급, 과밀 학급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또한 4, 5학교군은 행정구역상 같은 마포구이기 때문에 통합하는 데에 필요한 근거가 충분히 마련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중부 학교군은 도심을 많이 포함하는 지역적 특성상 중학교 재학생 수가 전반적으로 많지 않다. 연구팀은 이 지역의 6개로 나뉜 학군을 3개로 줄일 것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창덕여중을 종로구 1·2학군 내로 포함하는 안도 나왔다. 연구팀은 “중부 학교군은 도심공동화로 인해 학교수에 비해 해당 지역에 거주학교 있는 중학교 입학대상 학생이 매우 부족하다”며 “이로 인한 민원은 학군을 줄임으로써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선지원 후추첨에 대한 장·단점 분석. /서울시교육청 제공
    ▲ 선지원 후추첨에 대한 장·단점 분석. /서울시교육청 제공
    ◇ 강제배정 방식 ‘소지역’ → ‘선지원 후추첨’ 적용 검토

    특히, 연구팀은 중학교 입학 배정 방식을 현재의 ‘소지역’에서 ‘선지원 후추첨’ 제도로 변경할 것을 제안했다. 현행 방식은 ‘소지역’이라 불리는 비공개 된 지역단위를 기준으로 강제 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소지역은 중학교 배정이 이뤄지는 공간적인 최소단위를 말한다. 이것을 학생들이 수 개의 학교를 지망하고 컴퓨터 랜덤 방식 또는 일정한 기준에 맞춰 추첨하는 형식으로 바꾸라고 권고한 것이다.

    ‘선지원 후추첨’의 가장 큰 장점은 ‘소지역’과 달리 배정 정보와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원칙이 생겨 민원 대응이 훨씬 수월해진다는 것 또한 장점이다. 소득수준에 따른 계층 고착화를 완화할 수 있다는 것 또한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연구팀은 “중학교 입학배정의 근거가 되는 ‘소지역’은 각 교육지원청의 배정 담당자의 비공개 자료를 통해 존재해왔다. 그러나 정작 대상 학생과 학부모는 이에 대한 존재 여부조차 모르는 실정”이라며 “각 교육지원청이 소지역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학교 선호 문제,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 등 지역사회의 혼란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즉, 이러한 소지역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사실이 현재 서울시 중학교 입학배정에 대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보의 투명성과 학생 및 학부모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서 마련된 공청회나 학교 추첨과 같은 절차에는 반드시 중학교 입학 당사자들만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이는 주변 지역 부동산업자들이 배정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소유할 수 없도록 하려는 조치다. 또, 출생 수 감소에 따른 중학교 입학 대상자 수가 점점 감소할 것을 대비해 서울시 내의 중학교 통폐합이나 재배치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외에도 재개발 등 도시 환경 변화로 대규모 학생 유입 등이 예상되는 경우 ‘배정 특별 감시 지역(가칭)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정책적 결정이 확정된 것은 없다”며 “보고서 내용을 1년 내에 검토해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