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변화 예고한 文정부… 대학 서열화 해소될까
신혜민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7.07.21 11:49

-지방 거점국립대 강화, 공영형 사립대 출범 등
-대학정책 두고 전문가 사이 의견 엇갈려

  • 새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이 공개된 가운데, 고등교육 부문은 대학 서열화 구조를 해소하겠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학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교육의 질을 높여 일부 지방대를 서울 주요 상위권 대학만큼 육성하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실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19일 ‘국정과제 보고대회’를 통해 ‘국가비전-5대 국정목표-20대 국정전략-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특히 지방 거점국립대 강화, 공영형 사립대 출범, 등록금 부담 완화, 국립대 총장 간선제 폐지 등 대대적인 대학 체제 개선을 예고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교육계의 이목이 쏠렸다.

    정부는 우선 지역 인재가 수도권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지방 거점국립대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실제로 서울대를 제외한 전국 9개 거점국립대가 강의·교수·캠퍼스 등을 공유하는 ‘연합 국립대’ 체계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이 같은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한 지방 거점국립대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맞춰 연합 국립대 구축을 위해 차근차근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협의해나가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하지만 일부 교육계에선 이 또한 지역 균형 발전을 저해하는 정책이라며 꼬집는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지방에서는 거점국립대에 대한 쏠림현상이 두드러진 상황"이라며 "이 같은 현실에서 거점국립대에 대한 지원이 확대될 경우 다른 지방대들은 더욱 궁핍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역시 ”거점국립대에 속하지 못하는 다른 국립대에 대한 차별성을 해소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9년부터는 '공영형 사립대'를 도입·확대하기로 했다. 공영형 사립대는 경쟁력 있는 사립대를 선정해 정부가 운영비를 지원하는 동시에 대학 운영에도 개입하는 개념이다. 정부는 협약을 맺은 학교에 재정지원을 강화하는 대신, 이들 학교가 고등교육 개혁 과제를 실행하는 등 국·공립대에 버금가는 책무성을 갖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일부 사립대들은 “공영형 사립대에 선정되면 단기간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지역 명문사학으로 육성될 수 있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반대로, 교총은 "공영형 사립대의 경우 정부 지원으로 사학의 자율성과 독립성, 차별성이 현저히 떨어질 우려가 있어 이를 보완할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복지 차원에서는 대학 등록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을 내놨다. 정부는 내년도 대학 신입생부터 학자금 대출이자 부담을 줄이고 대학 입학금도 단계적으로 폐지한다고 밝혔다. 대학생들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관계부처와 협업해 5만명 규모의 대학 기숙사도 확충한다. 하지만 일부 대학생들은 이 같은 정책에 냉랭한 반응이다. 청년참여연대·청년하다 등 시민단체와 고려대·경희대 총학 등 '전국 대학 학생회 네트워크'는 20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교 입학금과 등록금 관련 정책이 공약보다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부는 입학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면서 완전히 폐지할 목표 연도를 제시하지 않았다"면서 "입학금 폐지에 더 분명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논란이 됐던 '국립대 총장 간선제'도 사실상 폐지된다. 내년부턴 각 대학이 직선제와 간선제 중 원하는 방식으로 총장을 선출할 수 있다. 김 부총리는 12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국립대 총장 선출 방식은 학교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그간 간선제를 유도하기 위해 대학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해 왔는데 이를 완전히 차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교육 전문가들은 선출 방식보다 ‘제왕적 총장제’를 극복하기 위한 법안 개정이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임재홍 교수노조 부위원장은 “제왕적 총장제와 1인1표제인 직선이 결합하면 당연히 총장선거는 과열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총장 1인에게만 대학 운영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고등교육법’부터 손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외에도 다양한 고등교육 정책을 준비 중이다. 교육 자치 실현과 교육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내년부터 재정지원사업 연계를 폐지하고 사학비리 근절을 위한 사립학교법령 개정 등을 추진한다. 또 대학과 공공기관, 지자체가 연계된 산학협력 클러스터 조성 등 대학 내 기업 연구소 입주를 독려해 상시적인 산학협력을 촉진키로 했다. 안승문 미래교육포럼 공동대표는 “앞으로 정부는 일방적인 정책 안내를 넘어, 수립 출발점부터 교육의 주체인 교사와 학부모, 학생의 의견을 경청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마스터플랜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며 “현재 문재인 정부가 5년의 항해를 앞두고 계획서 정도만 마련한 상황에서 이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약속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