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 입시

텅 빈 자사고 입학설명회, “자사고 폐지 우려돼” 학부모 발길 ‘뚝’

최성욱 조선에듀 기자

2017.07.17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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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자사고 폐지 예고, 예년보다 학부모 관심 ↓
-자사고 측, “우수한 교육프로그램ㆍ입시 노하우로 승부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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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과 언론에서 연일 ‘자사고 폐지’ 전망이 나오면서 자사고 입학설명회를 찾는 학부모들의 발길도 뜸해졌다. 사진은 자사고 A고(위)와 B고 2018학년도 입학설명회 현장. 곳곳에 빈자리가 눈에 띈다. /최성욱 기자

“지금까지 진행한 입학설명회 중 반응이 가장 안 좋다. (정치권과 언론에서) 자사고가 폐지된다, 일반고로 전환된다 등등 워낙 말이 많다 보니 학부모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A 자사고 교장)

지난 12일 오후 7시 한 강당에서 열린 광역단위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 A고의 입학설명회장은 한산했다. 이날 설명회장을 찾은 학생‧학부모는 60명 남짓. 강당 360석을 가득 채운 지난해에 비하면 ‘반의반’도 못 채운 셈이다. A고 교장은 “워낙 예민한 시기라 매스컴에 학교 이름이 언급되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난감해했다.

전국 단위 자사고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A고 입학설명회가 열리고 사흘 뒤인 15일 오전 10시, B고 입학설명회장엔 학생‧학부모 120여 명이 참석했다. 강당에 준비된 자리의 절반을 겨우 채운 수준. 하지만 이 학교의 홍보 교사는 “올해 입학 경쟁률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학부모들에게 전했다.

정치권과 언론에서 연일 ‘자사고 폐지’ 혹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에 관한 전망이 쏟아지면서 자사고 입학설명회장을 찾는 중학생과 학부모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A고와 B고 외에도 최근 서울 소재 C 자사고의 입학설명회장은 절반 이상 빈자리가 생겼고, 부산‧울산 등지에서 잇따라 열린 자사고 입학설명회 역시 비슷한 실정이다.

지난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전환’을 대선공약으로 내세운데다, 대통령직 인수위 역할을 맡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위원장 김진표)가 ‘자사고 개혁안’을 제출할 것을 공언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이달 초, 김진표 위원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반고로 전면 전환되든 부실학교만 선별적으로 전환 절차를 밟듯, 시도교육청 재평가에 의한 자사고 폐지를 언급한 이상 자사고의 변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입학설명회 현장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자사고 폐지‧전환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기대 섞인 전망을 제시했다. 중3 자녀와 입학설명회장을 찾은 임광호(50ㆍ서울시 강서구)씨는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며 “집단 따돌림이 없고 안전한 면학 분위기가 형성된 자사고에 아이를 보내고 싶다”고 밝혔다. 입학설명회를 듣고 교내를 둘러보던 한 학부모도 “이 학교는 자사고 지정 평가기간이 많이 남아서 우리 아이가 내년에 입학하고 졸업할 때까진 (자사고 폐지 혹은 일반고 전환 관련해) 해당 없다”고 말했다.

자사고 폐지로 인해 고교의 하향 평준화를 우려한다는 양아무개(50ㆍ경기도 고양시)씨는 “내 자녀가 우수한 학생들 사이에서 공부하면서 자부심을 기르길 바라는 게 부모의 마음”이라고 단언했다. 양씨는 자사고 재학 중 일반고 전환이라는 가능성에 대해 “만약 전환이 확정된다면 학교의 장점은 많이 사라지고 (기존 자사고 동급생들로 인해) 내신 따기가 불리해질 테니, 비평준화 지역을 찾아 전학을 고민해 볼 것 같다”고 덧붙였다. 중학교 1학년 자녀를 둔 이은영(가명ㆍ서울 동대문구)씨는 “일반고엔 공부와 담을 쌓은 아이들이 꽤 있다고 들었는데, 우리 아이가 이런 분위기에 쉽게 휩쓸리는 성격이라 보내기가 부담스럽다”며 “그저 자사고가 폐지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설명회장을 찾았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학부모들은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면 이른바 ‘자사고 메리트(장점)’가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학부모들이 강조하는 ‘자사고 메리트’는 학업능력(수준)이 우수한 학생들끼리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이른바 ‘우등반 효과’를 말한다.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면 지금처럼 중학교 학업능력이 우수한 학생을 사전(전기)에 선발할 수 없게 된다.

반면 입시‧교육 전문가들은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돼도, 교육프로그램과 교사들의 노하우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 일반고와는 다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앞으로 상위권 대학 수시모집은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 중심이 될 것”이라며 “학종은 학교생활을 얼마나 충실히 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관건인데, 자사고가 보유한 우수한 교육프로그램ㆍ입시 노하우를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자사고의 존폐를 두고 불확실한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자사고 측은 ‘학업성취도’ 등 교육 효과를 강조하며 학부모 눈길 잡기에 나섰다. 리더십‧멘토링, 기숙사 교육 등 학업에 몰입할 수 있도록 다채로운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일반고로 전환될 경우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이른바 ‘명문대 진학률’을 의식한 듯, 자사고들은 입학설명회의 대부분을 학종의 취지와 목적에 걸맞은 교육을 하고 있다는 점에 할애했다. 입학설명회장에서 A고 교감은 “지금 자사고는 위기다. 하지만 우수한 학교는 반드시 살아남을 것이라 확신한다”며 “자사고가 흔들린다는 이유로 자녀를 보내지 않는다면 정말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며 학생ㆍ학부모들에게 입학을 권유했다. 예년보다 더 치열해진 자사고의 입학설명회는 2018학년도 전기고 선발 입학원서 접수 이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자사고 존폐 여부는 다음달 출범할 국가교육회의(의장 문재인)에서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과 함께 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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