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초등

[이 어린이] 전국 로봇대회 최고상… 염포초 여학생 3인방

울산=김지혜 기자

2017.07.13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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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코딩도 척척… 소녀 감수성 입혀 '픽미 로봇' 탄생
초 4 한은영, 초 5 한연주·최주경… WCRC 초등부 유일한 여자팀

지난달 29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17 WCRC(World Creative Robot Contest) 대회 현장. 빨간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소녀 세 명이 등장하자 장내가 술렁였다. "초등부에서 유일한 여학생 팀이라며?"

소녀들은 무대에 직접 조립하고 프로그래밍한 세 대의 로봇을 올렸다. 아이돌 그룹 아이오아이의 노래 'Pick Me'가 흘러나오자 로봇들이 벌떡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했다. 완벽한 군무에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어진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금상을 받은 소녀들이 펄쩍펄쩍 뛰었다. "우리가 해냈어!" 울산 염포초등학교에 다니는 한은영(4학년)·한연주·최주경(이상 5학년) 양이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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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WCRC 대회 초등 로봇댄스 부문에서 우승을 거머쥔 염포초 로봇 동아리 여학생들이 로봇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최주경, 한은영, 한연주 양 / 울산=이신영 기자
춤추는 로봇에 푹 빠진 여학생들

WCRC는 한국로봇교육콘텐츠협회가 주관하고 미래창조과학부와 특허청이 후원하는 로봇 대회다. 로봇댄스, 로봇FC, 펀칭게임, 라인트레이서 등이 주요 종목. 1년에 총 3차례에 걸쳐 운영되며, 국제로봇대회 로보페스트(Robofest) 한국 대표 선발전도 겸하고 있다.

"금상이라고 이름 불리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뻔했어요. 눈물이 핑 돌았죠. 언니들이랑 머리 아프게 연습한 날들이 위로받는 느낌이었어요."

지난 12일 오후 염포초등학교에서 만난 은영이가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주경이도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쳤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떨려요. 남은 2·3차 대회에서도 우승해 내년 세계 대회에 꼭 나가고 싶어요."

이들은 모두 교내 로봇 동아리 '염포 J-ROBOT'에 몸담고 있다. 올해 소프트웨어(SW) 선도학교로 선정된 염포초가 지난 3월, 로봇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모아 조직했다. 이영점 교장은 "울산 지역에서 단 하나뿐인 초등 로봇 동아리"라며 "16명 중 6명이 여학생"이라고 말했다.

동아리에 가입하기 전, 은영이는 오빠가 방과 후 학교에서 만들어 온 로봇을 분해한 뒤 다시 조립하는 게 취미였다. 주경이와 연주의 경우 어느 날 인터넷을 하다 우연히 본 동영상 속 로봇에 마음을 빼앗겼다.

"로봇이 사람처럼 멋지게 춤을 추더라고요. 너무 신기했어요. '도대체 어떻게 만든 걸까?' 궁금증이 생겼죠. 마침 로봇 동아리가 생긴다는 소식에 망설임 없이 들어왔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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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으로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물할래요!"

이들은 먼저 로봇 조립 방법과 프로그래밍 원리를 꼼꼼히 익혔다. 자유롭게 로봇의 동작을 짤 수 있는 실력이 되자, 동아리 지도를 맡은 정윤호 교사가 대회 참가를 권했다.

정 교사는 "남학생들 못지않게 로봇을 잘 다루더라"면서 "특히 음악적 감수성과 섬세함 등 예술적 감각이 필요한 로봇댄스 분야에 소질을 보였다"고 칭찬했다.

대회를 두 달 앞두고는 주말에도 학교에 나와 밤늦게까지 로봇 제작과 프로그래밍에 몰두했다. 은영이는 "케이블을 끼우다 손톱 밑이 다 까졌다"며 웃었다. 주경이도 한마디 덧붙였다. "나사만 몇십 개 조였는지 몰라요. 주제곡 'Pick Me'는 우리 모두 즐겨 듣는 노래라서 선택했는데요. 의상은 강아지 옷 만드는 아저씨께 부탁했어요. 처음에는 당황하시더니, 근사하게 완성해주셨어요."

연주는 자신이 프로그래밍을 담당한 부분이 매끄럽지 않아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털어놨다. "각도 조절이 잘못돼 로봇이 덜덜덜 떨면서 춤을 추는 거예요. 그런데 친구들이 뭐라 하지 않고 용기를 북돋아 주더라고요. 함께 머리를 맞대 코딩을 다시 했어요. 지금까지 단 한 번의 다툼 없이 똘똘 뭉쳐 여기까지 왔어요."

셋은 딱딱한 기계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 즐겁다고 입을 모았다. "로봇은 우리에게 '특별한 친구'예요.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고, 비밀도 잘 지켜줘요(웃음)."

로봇은 이들에게 더 이상 취미가 아닌 '꿈'이다. 주경이와 연주는 희망 직업으로 로봇 연구원을 꼽았다. 은영이는 학생들에게 로봇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로봇 인구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잖아요. 로봇이 남자들의 분야라는 편견을 깨고 우리가 그 중심에 설 거예요. 멸종위기종이나 호랑이와 같이 가까이하기 어려운 동물을 로봇으로 만드는 게 꿈이에요. 로봇 티가 하나도 안 나게 진짜처럼요. 로봇을 통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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