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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헤어진 여친 행태 폭로하고파” 어둠의 숲 ‘신상털이’ 논란

손현경 조선에듀 기자

2017.07.0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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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DB

“낙태하고 헤어진 전 여친 즐겁게 산다는 소식 들으면 피꺼솟(피가 거꾸로 솟고)해 다 소문내고 싶은데 노답이죠(답이 없죠)?” (A대 어둠의 숲 #5726번째 속삭임 中)

‘필터링 없음’을 내걸고 생겨난 대학가 페이스북 ‘어둠의 대나무숲’이 무분별한 음해와 모함·욕설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7일 오후 10개 대학 어둠의 대나무숲(이하 어둠의 숲) 페이스북 팔로워 현황을 살펴보면 ▲중앙대 1만 6067명 ▲성균관대 9408명 ▲영남대 6644명 ▲경희대 5914명 ▲서울과기대 2776명 ▲한국교통대 2497명 ▲한양대 2455명 ▲가톨릭대 2318명 ▲서울시립대 1961명 ▲서울대 1932명 등으로 학교 일반게시판에 비해 활발한 편이다. 최근 이들 어둠의 숲에는 학교 혹은 학생회에 대한 건의사항 대신 도를 넘은 인신공격이나 ‘신상털이’를 목적으로 한 각종 음해성 글이 다수 발견돼 개인정보 유출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2일 A대 어둠의 숲에는 ‘낙태한 전 여자친구의 즐거운 소식이 듣기 싫다며 소문내고 싶다’는 글이 논란이 됐다. 해당 게시글에는 “무서워서 학교 다니겠는가” “정신 이상한 사람이 많다” “제발 우리 학교 학생이 아니었으면” “대숲 관리자는 이런 글 필터링은 안 하는가” 등의 댓글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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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대학 어둠의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이외에도 B대 ‘어둠의 대나무숲’에는 ‘OO 알바생 OOO, 2015년 나랑 사귄 적 있음. 밤에도 괜찮음’라는 내용의 글이 해당 술집과 아르바이트생 실명과 함께 올라와 논란이 됐다. C대 ‘어둠의 대나무숲’에는 ‘OO 학과 전공과목 조교가 여학생에게 밤에 개인적으로 카카오톡을 하고 여학생이 질문하면 길게 끌면서 답변을 해주지만 남학생이 찾아오면 대답도 잘 안 해준다’는 내용의 글이 게재된 적도 있다.

대나무숲은 익명 페이스북 커뮤니티로 4년제 대학 대나무숲 페이지만 100여개가 넘는다. 학교 측의 공식 게시판과 달리 학생들은 이곳에서 연애·취업 고민은 물론 각종 이슈를 토론하며 의견을 나눈다. 자유로운 토론을 보장하지만, 대부분의 대나무숲은 ▲수위가 높은 욕설 ▲음담패설 ▲신상털이 제보 등은 게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관리자 측이 학교나 학생회를 비판하는 내용을 거르거나 입맛에 맞는 글만 올린다는 불만이 꾸준히 제기됐다.

어둠의 숲은 그 반작용으로 ‘필터링 없이 비방, 폭로, 고백 등이 가능하다’는 표어를 내걸고 지난해 초부터 생겨났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정치, 성(性) 등 민감한 이슈를 놓고 가감 없이 의견을 쏟아낸다. 반면 제재가 전혀 없는 소통공간인 탓에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특히, 제보 검증 절차가 거의 없어 애꿎은 사람을 피해자로 만들기도 한다.

지난해 5월 D대 어둠의 숲에서는 한 여성이 ‘자신을 성폭행한 남성이 해당 대학에 다니고 있다’는 글을 올려 가해자로 추정된 남학생의 신상이 낱낱이 드러나기도 했다. 제보는 결국 사실무근으로 밝혀졌고 작성자는 공개 사과해야 했다.

‘익명’ 온라인 게시판이라도 무분별한 ‘신상 털이’와 거짓 사실 유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다. 형법상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와 마찬가지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법률 70조와 44조에서도 온라인상의 명예훼손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전문가들은 대나무숲과 어둠의 숲 모두 소통의 창구가 단절되고 경쟁에 몰두된 사회분위기가 낳은 산물이라는 분석이다. 자신의 불합리함을 호소하기 위해 음지로 숨어든 것이다. 문제는 ‘익명성’을 악의적으로 기댈 경우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는다는 점이다. 고강섭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익명이라는 전제가 있더라도 잘못된 사실을 유포하거나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폭로할 경우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며 “관리자의 경우에는 학교나 단체의 표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정노력에 더 힘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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