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절대평가 땐, 대학별 고사 부활說 … 변종 사교육 양산 ‘우려’
손현경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7.07.04 16:28

- 1등급 비율 최대 5배 이상↑… 대학들 “변별력 떨어져 정시 곤란”

  • 수능 절대평가 전환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주변도 들썩이고 있다. /손현경 기자
    ▲ 수능 절대평가 전환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주변도 들썩이고 있다. /손현경 기자
    사교육 과열을 막자는 취지로 추진 중인 수능 절대평가가 도리어 변종 사교육을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수능 절대평가 땐 대학들이 변별력 확보를 위해 심층면접 등의 ‘대학별 고사’를 실시하겠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다. 이미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심층면접에 대비한 컨설팅 업체가 들어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3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한선교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15~2017학년도 수능 절대평가 적용 시 영역별 1등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수능 전 영역에 절대평가를 적용할 경우 국어·수학 등 주요영역의 1등급 비율이 상대평가 때(4% 내외)보다 5배 이상 올랐다.

    대학들은 수능 절대평가 시 정시 선발을 지금처럼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수능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바꿀 경우 과목별 1등급을 받는 학생들 비율의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 입학처장들은 “절대평가가 도입될 경우 동점자가 몰리는 것을 해결할 방안이 없다”며 “정시 선발을 통해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수능 만점자 수가 확대돼 변별력 상실을 우려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현재 고3이 치르는 2018학년도 수능부터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되자 대학들이 정시모집 비중과 영어영역 반영 비율을 대폭 줄인 바 있다.

    대학에서는 정시 변별력 확보를 위해 수능성적에 면접이나 학생부 평가를 추가하는 등 전형방법을 고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수능 절대평가 전환에 따른 대학별 고사 부활 우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서울 지역 A대 입학처장은 “변별력 확보를 위해 정시도 수시와 마찬가지로 학생부, 내신 성적을 보거나 따로 면접을 추가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대입전형을 학생부교과전형, 학생부종합전형, 수능전형 위주로 단순화하고 사교육을 유발하는 수시전형을 대폭 개선해 대학입시를 단순화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적인 교육공약과는 반대되는 의견이라 앞으로 논란이 거듭될 것으로 보인다.

    대학별 고사가 부활될 경우, 논술보다는 교과 심화 수준의 학업 능력을 말로써 물어보는 ‘심층면접’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서울 지역 B 대학 입학처장은 “지난 정부때 부터 논술전형은 사교육의 주범으로 꼽혀 왔다. 이에 따라 논술전형보다는 심층면접을 추가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학별 고사를 준비하기 위한 수험생들의 사교육 의존도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절대평가가 변종 사교육 컨설팅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학교 교육만으로는 면접 등을 준비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험생들이 사교육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대학 면접고사(대학별 고사)에서 교과서에 기초하지 않은 창의·사고력을 요구하는 애매모호한 문제나 면접 형식이 수험생에게 주어졌을 때 고액 컨설팅 과외가 양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용관 스카이에듀 총원장은 “2021 수능 체제 변화 조짐으로 인해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이미 변종 사교육 컨설팅 업체가 들어서고 있다. 입시가 어렵고 혼란스러울수록 학부모와 수험생이 찾는 곳은 교사들이 아니라 사교육 컨설팅 업체”라며 “급격한 입시 변화보다는 현 교육 정책에 내실화에 중점을 두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