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네 얼굴 실화냐' '패드립'… 비속어·줄임말 난무하는 초등 교실
신혜민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7.06.30 15:27
  • 한 초등학교 교실에 부착된 '우리 반 금지어' 목록.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한 초등학교 교실에 부착된 '우리 반 금지어' 목록.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일부 비속어와 줄임말을 ‘금지어’로 지정한 규칙을 두고, 초등생 언어 사용 습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의 수위가 너무 자극적이고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우리 반 금지어'라는 제목의 사진이 올라와 화제가 되고 있다. 한 초등학교 게시판에 붙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이 안내문엔 '<우리 반 금지어> 지켜요!'란 제목 아래, ‘교실 내 사용해선 안 될 11가지’ 단어가 나열돼 있다. ▲패드립(‘패륜’과 ‘애드리브’의 합성어로, 패륜적인 의미를 담은 언어를 말함) ▲관종('관심종자'의 줄임말) ▲기모찌(‘기분 좋아’ 일본 성인물에 자주 등장하는 대사) ▲아무것도 못하죠~(인터넷 게임 방송 유행어) 등이다.

    특히 이 가운데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비하하는 의미를 가진 단어들이 눈에 띈다. ▲네 얼굴 실화냐(상대방의 외모를 비하할 때) ▲에~어~(상대방의 말을 자를 때 쓰는 말) ▲심각~하다(상대의 단점이나 잘못을 비꼴 때) ▲박수치며 비하하기 ▲응, 아니야(상대방의 말을 무시할 때) 등이다. 한 초등학생은 “요즘 친구들 사이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들”이라며 “특히 아프리카TV, 유튜브 등에서 BJ(Broadcasting Jockey·방송진행자)들이 이런 단어를 재미있게 사용하는 걸 보고 ‘나도 저렇게 말해볼까’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기자가 어린이들에게 인기있는 한 게임 방송에 접속하자, 1분도 안 돼 비속어가 쏟아졌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너무 어린 나이부터 은어나 비속어를 사용하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도대체 어디서 이런 말을 배운 것이냐”, “절반이 유명 인터넷 방송 BJ가 쓰는 말인 듯”, “초등생도 저러는 데 중고생들은 말할 것도 없다”, “인터넷이 자라나는 아이들을 망친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켜보는 학부모들의 한숨도 늘고 있다. 온라인 학부모 커뮤니티에서도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불안감과 걱정을 내비치는 학부모들의 댓글이 속속 올라왔다. 초등생 아들을 둔 한 학부모는 “우리 아이도 뭔가를 지적하면, 얼마 전부터 ‘응, 아니야’라고 대답하며 말을 자르는 경우가 많다”며 “참고 참다가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라’고 따끔하게 경고했는데, ‘욕도 아닌데 왜 그러느냐’는 아이를 보니 참 답답하고 야속하다”고 토로했다. 한 학부모는 “아이들이 미디어에 너무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는 것 같다”며 “아무리 부모가 규제하려 해도 어떻게든 찾아서 보고, 친구들끼리 이야기하며 배우기 때문에 이를 막기란 쉽지 않다”고 했다.

    실제로 초등생 10명 중 9명은 이 같은 신조어와 줄임말을 자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교육연구정보원이 지난해 초등학교 4~6학년생 1859명과 교사 526명을 상대로 '신조어·줄임말' 사용에 대한 실태·의식조사 결과, 초등학생의 96.9%(1801명)가 이 같은 말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사용 이유에 대해서는 절반 이상인 52.6%가 '짧고 간단해 사용하기 편해서'를 꼽았다. 이어 ▲친구들이 사용하니까(14.1%) ▲습관이 돼서(12.85%) 라고 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의 언어 사용에 부모와 친구가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가정과 학교에서 지속적인 언어 사용 지도를 해야 한다"며 "특히 가정에서 부모 간 존댓말 사용이 학생들의 바른 언어습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최형순 아이스크림 홈런 초등학습연구소장은 “먼저 이런 줄임말과 비속어 사용이 문제가 있음을 인지시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초등학생의 경우 인성이나 가치관이 완벽하게 형성되지 않아 또래의 행동을 따라 하려는 성향이 강해요. 비속어 사용 역시 마찬가지죠. 초등 또래집단에게 비속어가 잘못된 행동이란 걸 잘 설명해주고, 바른말을 사용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