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훈의 학습 원포인트 레슨] 메모는 미래의 나에 대한 배려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06.16 09:56
  •  나이가 들수록 현재의 나도 중요하지만 미래의 내가 더 고민스럽기 마련이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사람은 그동안의 나에게 집착하기 쉽고, 앞으로의 나에 대해서는 두려워하거나 외면한다. ​그동안 이뤄온 것이 더 편하고 앞으로 이뤄야 할 것은 불편할테니까. 편한 것과 익숙한 것에 집착 하는 건 어찌 보면 보통의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이다.

    공부도 비슷한 측면이 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당장의 공부도 중요하지만 앞으로의 공부를 고민해야 하는 특성이 있다. ​즉 현재의 공부가 당장뿐만 아니라 미래의 나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강해진다. ​그래서 당장만 모면하는 식의 공부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한계에 부딪힌다. 그러나 보통 앞으로의 공부를 잘해나가기 위한 현재를 고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의 공부 결과에 사로잡혀서 ‘나는 안 될 거야’ 혹은 ‘나는 별일 없겠지’ 하고 판단해버린다. 눈앞에 놓인 시험만 모면하기에 바쁘고 ‘미래의 나’는 안중에도 없다. ​

    그래서 노트필기나 메모, 오답노트를 작성하기 보다는 그때그때 프린트에 대충 필기하고 공부한 다음 버려두곤 한다. 그러다가 고등학생이 되고, 고3이 되고나서서 비로소 이런 얄팍한 생각의 한계를 몸소 체험한다. 수능이라는 마지막 관문에 도달하면 과거의 내가 한 공부이력이 어떻게 되어있느냐가 현재의 나를 좌우한다. ​과거에 이미 지금의 나를 배려했던 학생이라면 고3이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되지만, 지금의 나를 배려하지 않고 당장만 급급했던 학생에게 고3은 커다란 위기로 다가온다. ​그러다보면 결국 과거에 집착하게 된다. ‘아 방법이 없구나’ 하고 자포자기 할 위험이 커진다는 의미다. 그게 어떻게 보면 편한 선택인 것이다.

    이런 결과에 도달하지 않으려면 일찍부터 ‘미래의 나를 배려하자’ 라는 마인드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마인드의 출발점은 '자나 깨나 메모하는 습관'이다. ​자신의 암기력이나 주의력을 맹신하지 말고 무조건 틈나는 데로 적어야 한다. 적어둬야 오히려 마음이 편하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떨쳐버릴 수 있다. ​미래에 대한 배려를 위한 메모를 해두었기에 공부가 쌓이고 수준이 높아지고 범위가 넓어질수록 더 유리할 수밖에 없다.

    지금 공부하는 이 내용을 빠르고 쉽게 모면하려면 닥치는대로 외우고 문제만 풀어서 넘기면 된다. 왜 그런지 따지지 않고 함부로 덤벼서 암기하고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통하는 공부내용과 수준이라면 문제가 없어 보인다. ​나중에 다시 볼 일이 없는 내용이라면 역시 문제없다. 그야말로 오늘만 대충 수습하는 식의 공부다. 그러나 미래의 내가 고생할 가능성, 즉 공부 내용과 수준이 높아질 가능성이나 나중에 다시 볼 가능성이 있는 경우 또는 작은 범위가 아닌 큰 범위를 가지고 시험을 봐야 하는 상황에는
    미래의 나를 배려해서 공부해야 마땅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서와 노트에 정확하게 메모하고 항상 정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미래의 내가 좀 더 편하고 빠르게 지금의 내용을 떠올리고 복습할 수 있게 말이다. ​
     
    그래서 나중에도 언제든지 왜 그렇게 되는지 이해하려고 애쓰고 찾아보고 알아보는데 들어가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그렇게 반복된 학습 끝에 내용에 대해서 비로소 정확히 알게 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암기하고 문제를 풀어봐야 한다. 따라서 평소에 메모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당장의 나만 생각하면 더 귀찮고 괴롭고 불편한 짓이겠지만 이런 습관이 결국 꽃을 피우는 것은 미래의 내가 되었을 때다. 메모하는 습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이 메모를 나중에 볼 때 알아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단순히 글씨는 잘 쓰고 못쓰고의 문제가 아니라 단숨에 지금의 내가 이해하는 수준과 내용에 대한 기억이 떠오를 수 있게 사고와 이해의 내용을 나만의 표현으로 적어야 한다는 차원이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악필임에도 불고하고 자신이 적어놓은 내용을 보고 빠르게 지난번에 공부한 내용과 이해한 핵심을 빠르게 떠올린다. 머리가 좋아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미래의 나를 현재의 내가 충실하게 배려해둔 덕이다. ​수업시간에 듣는 내용에 대한 메모부터 문제를 틀렸을 때 그 이유와 오답이유 정답이유에 대한 메모를 포함한다. ​수학 오답노트를 작성할 때 잘못 생각한 흐름이나 정확히 몰랐던 개념을 다시 공부해서 메모하는 것도 여기에 해당한다. ​사회나 과학 과목의 틀린 문제에 관련한 내용 공부가 덜 되었을 때는 그 내용을 찾아서 메모함으로써 문제를 틀린 것에만 집착하지 않고, 공부의 완성도를 쌓아나가는 것이야 말로 미래의 나에 대한 배려인 것이다. ​영단어를 나만의 독특한 괴짜방식으로 암기할 경우에는 그 독특한 방법을 적어둬야 나중에 단어를 다시 찾았을 때 각인 효과가 높고 내 단어로 정착한다. 특히 적는 과정에서 그 자체로 공부효과도 클 수밖에 없다.

    이제부터 귀찮은 마음이 들 때마다 미래의 나를 배려해보자. 메모하는 습관을 통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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