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초등

'찾아가는 로파크 체험버스' 울릉도 어린이들과 1박 2일

오누리 인턴기자

2017.06.1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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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의재판 열고, 법퀴즈 풀고… 우리 제법 친해졌어요

지난 12일, 특별한 버스가 울릉도에 나타났다. 하늘색 몸통 위에 커다란 무지개 그림이 그려진 이 버스는 법무부가 운영 중인 ‘로파크 체험버스’. 버스 내부를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법교육 체험 공간으로 꾸민 뒤, 전국 시골 마을과 오지를 돌며 ‘찾아가는 법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는 1박 2일 일정으로 울릉도 청소년들을 만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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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로파크 체험버스’ 앞에서 학생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법무부 제공
◇학생들의 열혈 연기… 실제처럼 진지했던 '모의재판'

"피고인,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존경하는 재판장님! 제가 친구에게 무심코 뱉은 말이 명예훼손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부디 무죄를 선고해주십시오."

이날 오전 울릉읍 도동리 한마음회관 앞에 자리 잡은 로파크 체험버스 안에서 '모의재판'이 열렸다. 울릉초등학교 5학년 학생 26명이 각각 판사, 검사, 변호사, 피고인, 배심원 등의 역할을 맡았다. 재판장에서는 '사이버상 명예훼손'에 관한 가상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열띤 공방이 오갔다.

"자. 판결을 선고하겠습니다. 피고인은 자리에서 일어나주세요."

판사 옷을 입은 학생의 말에 모두가 눈을 크게 뜨고 집중했다. 판사는 모바일 메신저로 친구를 놀리고 따돌린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하며 보호관찰 3개월, 사회봉사 30시간을 선고했다.

45분간 이어진 울릉초 학생들의 모의재판은 실제 재판만큼이나 엄숙하고 진지했다. 피고인 역할을 맡은 학생은 최후 변론 시간에 자신의 죄를 뉘우치며 울먹이는 연기를 펼쳤다.

정석훈(32) 법교육 전문 강사는 "죄를 짓게 되면 어떤 과정을 거쳐 형을 받는지, 판사·검사·변호사·배심원의 역할은 각각 무엇인지 학생들에게 재미있고 자연스럽게 이해시킬 수 있다는 게 모의재판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같은 시각, 울릉서중학교 다목적실에서는 법 지식을 테스트하는 'OX 퀴즈'가 한창이었다. 이곳에서 남양초등학교 학생 13명과 울릉서중학교 학생 13명이 함께 모여 퀴즈 대결을 펼쳤다.

"국회의원들이 모여 나랏일을 논의하고 의결하는 장소는 어디일까요?"

OX 퀴즈 진행자 서동일(42) 법무부 청주준법지원센터 책임관이 낸 문제에 학생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정답은 국회의사당. 남양초 학생 13명 중 9명이 이 문제에서 탈락했다.

이날 12문제의 OX 퀴즈 정답을 모두 맞혀 '법 지식 왕'이 된 신형준(남양초 5) 군은 "한 번도 법을 공부해 본 적이 없어 문제가 쉽진 않았다"며 "OX 퀴즈를 풀면서 법과 조금은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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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모의재판에서 검사 역을 맡은 울릉초등학교 어린이가 최종 의견을 진술하고 있다. ②‘로파크 체험버스’ 안에서 열린 모의 국무회의를 마친 남양초등학교 학생들. ③학생들이 한지로 만든 전통 부채 위에 자신이 생각한 법의 정의를 붓 펜으로 써보는 체험을 하고 있다. ④법률 지식을 묻는 퀴즈 대회인 ‘골든벨을 울려라!’에 참여한 천부초등학교 학생들.

◇"어렵게만 느껴졌던 법, 체험하며 쉽게 배웠어요"

로파크 체험버스와 별도로 '이동형 법 체험 부스'들이 울릉도 곳곳에 세워졌다. '가정헌법 만들기' 부스에서는 가족 구성원 간에 지켜야 할 약속이나 규칙을 법조문 형식으로 만들어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법사랑 부채 만들기' 부스도 인기를 끌었다. 학생들은 '법은 침대이다. 법은 나를 편안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법은 물이다. 법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등 법에 관한 재미있고 기발한 문구를 생각해낸 뒤 한지로 된 전통 부채 위에 새겨 넣었다.

법사랑 부채 만들기에 참여했던 김예찬(남양초 6) 학생은 "처음엔 '법'이 어렵게만 느껴져서 법 체험도 재미없을 것 같았는데 실제로 해보니 굉장히 재밌었다"며 "로파크 버스가 울릉도에 계속 머물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사랑(30) 법교육 전문 강사는 "최근에 대통령 탄핵 사태 등을 겪으며 초등학생들도 법에 대해 예전보다 더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며 "특히 울릉도에 사는 친구들은 이런 체험을 할 기회가 흔치 않다 보니 훨씬 더 집중하는 태도를 보이더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행사에서는 학생들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을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열렸다. 주민들은 보이스피싱 등 금융 사기 피해 예방법을 배우고 아동학대 방지 교육을 받으며 법 지식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법무부 양중진(49) 법질서선진화과장은 "로파크 체험버스는 올해 하반기 완도 청산도, 신안 임자도 등의 지역을 방문할 예정"이라며 "그동안 법교육 혜택을 받지 못했던 소외 지역을 지속적으로 찾아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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