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 입시

학업성취도 평가, 10년만에 다시 표집조사로

김연주 기자

2017.06.1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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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시험 6일 앞두고 전격 결정, 시험지 수십만장 폐기해야 할판

- 지난 30년간 정권따라 달라져
전교조 "경쟁 과열, 서열화 조장" 꾸준히 전수조사 폐지 주장해와
교총 "표집 땐 학생별 진단 한계"

국가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가 10년 만에 전수(全數) 평가에서 표집(標集) 평가 방식으로 바뀐다. 지금까지는 전국 5100개 학교 중3, 고2 학생 93만5000명 모두 일제히 시험을 봐야 했지만 앞으로는 약 3%(2만8646명)만 참여하게 된다. 당장 오는 20일 시행되는 올해 평가에선 전국에서 표집된 948개 학교 등 일부 학교에서만 실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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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서울 종로구 배화여고에서 고2 학생들이 학업성취도 평가 시험을 치르는 모습. /박상훈 기자

문재인 대통령 국정기획자문위는 14일 성취도 평가를 표집 평가로 바꾸는 내용을 교육부에 제안했다. 국정기획자문위는 이날 "(전국의 모든) 중3, 고2 학생들이 국어·영어·수학 과목(시험)을 보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경쟁을 넘어서는 협력 교육'과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 9일 "'국가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가 시·도 간, 학교 간 등수 경쟁으로 왜곡돼 원래 기초 학력을 지원하려는 취지가 사라졌다. 표집 평가로 전환해달라"고 국정기획위에 제안했다.

수십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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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도 이날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즉각 밝혔다. 교육부 측은 "시행일이 촉박하지만 시·도 교육감들의 제안을 최대한 존중해 올해부터 평가를 표집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다만 올해에 한해 각 시·도 교육청이 전수 평가를 원하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학업 성취도 평가는 국가에서 학생들의 학업 성취 수준을 체계적으로 진단해 기초 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1986년 도입됐다.

하지만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할지, 일부 학생만 표집해 치르게 할지를 놓고 수십년간 논란이 이어져 왔다. 전교조 등 진보 단체에서는 이 평가를 '일제 고사'로 부르며 "학생 간 지나친 경쟁을 조장하고 점수로 서열화한다"며 폐지를 주장해왔다. 반면 전수 평가를 지지하는 쪽은 "학업이 뒤처지는 학생을 국가가 파악해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이 평가는 1997년까지 전수 방식으로 진행되다 1998년 김대중 정부 때 표집으로 바뀌었고, 이명박 정부 때 다시 전수 방식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학교별 평가 결과를 일반에 공개하고, 이를 시·도 교육청과 개별 학교를 평가하는 데 반영하자 일부 지역에서 체육 시간에 국·영·수 공부를 시키는 등 파행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2013년 초등학교는 성취도 평가가 폐지돼 현재 중·고만 실시하고 있다.

엇갈리는 교육계 반응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 교육의 해묵은 청산 과제가 해결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반면 일부에선 학습 부진 학생을 파악하고 끌어올릴 시스템이 사라지는 것을 우려한다. 한국교총 측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학생 맞춤형 교육이 필수이고, 이를 위해선 개인 학력 수준에 대한 진단과 피드백이 중요한데 표집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올해 평가를 6일 앞두고 전격적으로 평가 방식을 변경한 것도 논란이다. 성취도 평가 시행 일정은 지난해 12월 정해져 이미 시험지 약 90만 장 인쇄가 끝났다. 지난 14일부터는 원거리 시·도 교육청부터 배달이 시작돼 일부 지역엔 시험지 배부가 완료된 상태다. 전국 948개 표집 학교와 평가 참여를 희망하는 학교 등 일부 학교만 시험을 볼 경우 시험지 수십만 장은 폐기 처분되는 것이다. 교육계에선 "군사 작전하듯 이렇게 급작스럽게 평가 방식을 바꾸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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