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정의 진로∙진학 컨설팅] 모든 활동을 다 하다 보니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06.14 09:18
  • 6월 모의고사를 보고 난 후, 수험생들이 자신에게 적합한 수시 전형을 찾으려는 노력으로 분주하다. 그간 제대로 열어보지 않았던 학교생활기록부도 확인하고, 자신에게 맞는 전형을 고심하고 있다. 물론 지금 시기에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다. 그렇지만 때로는 이 부분이 문제가 된다. 바로 ‘지금’ 시기에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말이다.

    얼마 전 한 학생을 만났다. 2학년까지의 생활기록부를 가져왔는데, 수상내역도 많고 활동도 정말 많았다. 성적도 괜찮은 편이었던 아이가 그런데 의외의 말을 꺼냈다.

    “저 무슨 과에 지원해야 할까요?”

    학교활동이 눈에 띄게 많은데, 왜 지금 이런 부분을 고민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의아한 마음에 자세히 학생의 생활기록부를 살펴보았다. 너무 다양한 활동들이 기록되어 있어서 무엇을 주력활동이라고 해야 할지 모를 정도였는데, 그래도 유독 ‘물리’와 관련된 활동들이 두드러졌다. 그래서 물리학과나 공학에 관련된 것들은 어떻겠냐고 물었다. 하지만 학생은 그 방향으로의 진로는 생각지도 못했나보다. 오히려 자신이 가장 좋아하지 않는 과목이 물리이고, 물리에 관련된 일은 고려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저 주어진 과제들을 해결하기에 급급하다보니 물리에 관련된 활동이 많아진 것이라고 했다.

    학생은 성실했다. 성실하기 때문에 누구나 부러워할 만큼의 활동을 쌓을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사실이 한편으로는 또 발목을 잡았다. 지나치게 성실한 나머지 눈앞의 모든 활동을 다 참여했던 것이다. 그리고 좋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중에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좇아서 학과를 선택해서 가야 할까? 아니면 자신과 잘 맞다 생각하는 것을 찾아내야 할까?

    실제 학생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이것저것 다 참여했던 것이다. 지금에 와서 고르려니 난감한 것이다. 게다가 지금까지의 활동들도 일관성이 있기보다 만물상처럼 이것저것 다양하게 해온 형태인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보니 학생이 고민이 부족했다는 것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렇게 활동을 다양하게 한 경우엔 그나마 자유전공 형태로 가서 융합적인 활동을 한다고 하는 것이 나을 것 같기도 한데, 이건 또 성적이 여의치 않았다.

    우선 생각할 시간을 주기로 했다. ‘어떤 과’를 필자가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활동한 것 중에 제일 재미있었던 것, 할 말이 많은 것들을 중심으로 추려보라고 했다. 그 외의 나머지 활동은 일단 머릿속에서 지워두기로 했다. 그렇게 며칠을 고민하던 아이는 생명과학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가장 많이 한 활동인 물리에 비해 활동은 조금 부족해 보였지만, 그래도 생명과학을 전공하면 열심히 공부할 것 같다고 했다. 결국 아이는 생명과학과를 쓸 것이다. 물리에 관련된 많은 활동들을 전부 활용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원치 않는 물리과목을 공부하는 학과로 억지로 진학하는 것이 옳다고 보이진 않는다. 대학 진학 후의 학교 생활도 무척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주 알찬 학교생활기록부를 만들었다고 할지라도 이를 다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는 많이 있다.특히 이 학생처럼 자신이 전공할 과목에 대한 그림을 미리 그리지 않으면 나중에 정작 자신이 원하는 학과와 전공적합성이 잘 들어맞지 않기도 하다. 많은 활동도 좋지만, 활동 하나 하나에 좀 더 연계성을 갖고 도전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늘 이야기 하듯 양보다는 질이 우선이다.물론 가장 좋은 것이야 둘 다 고르게 갖춘 것이겠지만, 이건 너무 아이들에게 힘든 이상적인 이야기이지 않겠나.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