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지(Teaching) 말고, 코칭(Coaching)하라”
방종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7.06.09 11:04

-폴 김 美 스탠퍼드대 교육대학원 부학장 인터뷰

  • 폴 김 스탠퍼드대 교육대학원 부학장은
    ▲ 폴 김 스탠퍼드대 교육대학원 부학장은 "혁신은 질문할 때 생겨난다"며 "우리나라 교육현장이 질문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세종서적 제공
    한국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미국으로 간 유학생이 첫 학기 음악 감상 수업에서 5장짜리 에세이 숙제를 받았다. 영어가 미숙해 몇 줄 밖에 못 쓰고 F 학점을 각오한 그에게 교수는 한글로 다시 써오라고 했다. 사전을 찾아가며 영어로 무슨 뜻인지 설명했더니, 교수는 “음악 수업이니 영어 실력으로 평가하지 않겠다”며 A 학점을 줬다.

    미국 스탠퍼드대 교육대학원 부학장인 폴 김(46·사진) 교수의 경험담이다. 이를 통해 티칭(Teaching)이 아니라 코칭(Coaching)의 중요성을 깨달은 그는 “학생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개별적 상황에 따라 (학습)동기를 유발하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라며 “교사와 학생은 수직적 상하관계가 되기보다는 함께 생각하고 문제를 푸는 ‘파트너’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교육의 미래, 티칭이 아니라 코칭이다’라는 신간을 내 방한한 그를 만나봤다. 

    ◇조언 1_ 절대 가르치지 마라
    스탠퍼드대 교육대학원은 새로운 교육 시스템을 개발하고 기술을 활용해 미래형 교육환경을 디자인하는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곳에서 김 교수는 새로운 형태의 수업을 만들고 강의하며 필요한 곳에 보급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를 위해 27개국을 돌며 그가 얻은 교훈은 ‘교사는 절대 가르쳐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이를 바탕으로 만든 ‘SMILE(Stanford Mobile Inquiry-based Learning Environment) 프로젝트’는 2016년 유엔 미래교육혁신기술로 선정된 바 있다.

    김 교수는 “학생에게 설명하고 가르치면 가르칠수록, 학생은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잃어버린다”고 단언했다. 그는 “과거엔 지식의 원천이 전달자인 교수나 교사였지만, 기술이 발전한 지금의 교육 주체는 학습자”라며 “교육 주도권은 반드시 학생에게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사는 학생 개개인의 역량을 잘 알지 못해도 얼마든지 가르칠 수 있지만, ‘코치’는 다릅니다. 학생 한 명 한 명을 팀원으로 보기 때문에 각각의 장단점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해요. 아이들 개개인이 최상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코치만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대체되지 않고 살아남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 우리나라 교육 현장에는 여전히 교사만이 가득하다. 김 교수는 “아직도 암기식·주입식 교육에 젖은 한국은 코치가 양성되지 않는 구조”라며 “제가 학교에 다니던 시기나 지금이나 여전히 주입식 교육이 진행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의 하나로 ‘교사가 가진 두려움’을 꼽았다.

    “주어진 시간에 정해진 내용을 모두 다루지 못하면 안 된다는 강박, 학생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설명해줘야 한다는 불안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어요. 수동적이고 일방적인 교실 환경에 젖은 아이가 혁신적 질문을 할 리가 없죠. 이런 환경에서는 스스로 질문할 이유도, 그런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을 필요도 없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하지 않은 개인과 사회는 결코 성장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호텔만이 주요 숙박 업소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하지 않았다면 ‘에어비앤비’라는 글로벌 기업이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꼭 사람을 통해서만 물건을 배달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지 않았다면 아마존이 드론을 활용해 물품을 배달하는 서비스를 생각하지 못했을 테니까요.”

    그는 궁극적으로 학교 현장이 “혁신적 질문을 많이 학생을 양성할 수 있도록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때, 혁신적 질문은 단순히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기존 체제를 흔드는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근본적인 부분에 대해 질문할수록 질문의 가치가 크고 파급효과 또한 크다는 얘기다.

    티칭에서 벗어나 코칭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할 대상은 비단 교사만이 아니다. 부모도 마찬가지다. 김 교수는 “어떤 면에서는 자녀와 교감이 잦은 부모가 교사보다 더 아이의 장·단점을 잘 파악할 것”이라며 “학교나 사교육에만 의지하지 말고 직접 부모가 아이에게 코치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녀가 어릴 때부터 되도록 많은 것을 보여주고 체험하게 해 아이의 장단점을 기억하는 코치가 돼야 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반드시 좋은 상황과 완벽한 상황만을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에요. 어려운 상황도 제공해 아이들이 세상을 좀 더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자녀와 함께 봉사활동을 하며 소외된 이웃의 고충을 이해한다든지, 정답이 없는 문제를 놓고 함께 고민하는 식이죠. 앞으로는 이런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이나 사회지능(social intelligence)을 갖춘 사람이 인정받는 세상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런 능력은 학원을 보낸다고 길러지는 게 아님은 당연하고요.”
  • 폴 김 스탠퍼드대 교육대학원 부학장은
    ▲ 폴 김 스탠퍼드대 교육대학원 부학장은 "혁신은 질문할 때 생겨난다"며 "우리나라 교육현장이 질문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세종서적 제공
     ◇조언 2_ 스마트폰을 게임기로 착각하지 마라
    그가 얼마 전 방한했을 때, 충격을 받을 만큼 놀란 장면이 있다. 지하철 안이나 길거리에서 만난 청소년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스마트폰 게임에 빠져 있거나, 단순하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또한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막는 현상도 이해되지 않았다. 김 교수는 “부모와 교사 모두 스마트폰을 너무 부정적으로만 여기면 그것의 장점을 놓칠 위험이 크다”며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막기보다는 학생이 그것을 교육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귀띔했다.

    “우선 부모는 자녀가 진득하게 앉아서 책 읽는 모습만이 공부하는 것이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또한 자녀가 스마트폰을 보는 것을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여겨서도 안 되고요. 앞으로는 편하게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슈퍼 컴퓨터인 스마트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한 학습 능력의 하나로 평가받을 겁니다. 따라서 스마트폰을 무조건 배척하기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교육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자녀와 함께 고민해보는 게 좋아요. 아이는 스마트폰을 다양하게 활용할 줄 몰라서 게임에만 매달리는 것일 테니까요.”


    이러한 교육 방법의 하나로 김 교수는 “책을 봐서는 하기 어려운 과제를 내줘라”고 조언했다. “예컨대 ‘스마트폰을 활용해 속도를 재 봐라’거나 ‘속도라는 것을 증명해 봐라’ 같은 과제를 내 줄 수 있겠죠. 앞으로는 스마트폰에 내장된 수많은 센서, 검색 시스템, 앱을 통해 문제를 풀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도 많이 개발돼 일선 학교와 가정에 보급돼야 할 것입니다.”